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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강조한 재계 총수들, ‘유연한 조직‘ 내세운 이유는
변윤재 기자
2023.01.02 23:35:24
'3고' 악재에 저성장 국면 돌입
“위기는 기회“, 고객 중심 성장동력 발굴
유연한 조직 강조…인력 조정 의중?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이 신년 경영 화두로 도전을 제사했다. 그러나 이들의 메시지를 희망적으로 풀이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한 만큼, 인력 조정에 대한 의중으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이 신년 경영 화두로 도전을 제사했다. 그러나 이들의 메시지를 희망적으로 풀이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한 만큼, 인력 조정에 대한 의중으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가 지속되고 지정학적 요인 같은 대내외 변수로 경기 침체가 예고된 2023년이 밝았다.


[변윤재 기자] 계묘년을 맞은 재계의 메시지는 지난해보다 한층 적극적이었다. 총수들은 한결같이 ‘위기는 기회’라며 경기 호황을 대비한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2일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도전, 위기 극복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기업들이 직면한 경영 환경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과거 도전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DNA를 지니고 있는 만큼, 위기 극복은 물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계기로 삼자는 ‘희망’ 섞인 당부가 주를 이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을 프런티어(개척자)라고 추켜세우면서 변화를 원동력으로 삼을 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며 경영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 나아간다면 미래는 우리의 편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롯데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봤다. 신 회장은 “영구적 위기(Permacrisis) 시대의 도래는 우리가 당연하게 해왔던 일과 해묵은 습관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불확실한 미래라도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은다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해 올해 새로운 롯데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출발점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위기가 한화의 성장동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위기가 더 큰 기업을 만든다는 것을 한화가 증명해왔다”며 “한 발자국도 내딛기 어려운 극한의 상황에서도 멈추거나 움츠러들기 보다는 내일을 꿈꾸며 100년 한화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경영 환경 악화가 큰 도약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손 회장은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대응을 잘한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통의 기업보다 엄청난 격차를 벌렸다”며 “(CJ그룹이) 퀀텀 점프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아니면 단순히 국내시장에 안주해 존재감 없이 쇠퇴해 가느냐는 올해 얼마만큼 초격차 역량과 최고 인재를 확보해 담대한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철저히 실행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독려했다.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다지는 총수들의 방법론은 ‘고객’이었다. 좁게는 소비자, 넓게는 국내외 시장에서 신뢰를 쌓을 때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구체적 전략에서는 다소 차이가 났다.


시가총액에서나 주력사업의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성과’를 거둔 총수들은 고객가치를 화두로 제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3년은 여러분이 LG의 주인공이 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면서 “전 세계 모든 LG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가치를 모아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자”고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고객 몰입 경영의 실천이야 말로 고객에게 가장 먼저 선택받는 효성,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앞서 나가는 효성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며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는 ‘고객 몰입 경영’을 선언했다.


특히 기업의 경쟁력이 재무제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기후변화, 전염병의 확산, 빈부격차처럼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성장을 저해하는 위기요인들이 상존하는 시대에 접어듦에 따라 기업도 달라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기후변화, 질병,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지와 같은 ‘관계(Relationship)’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구자은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그룹 회장이2일,안양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2030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일,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LS..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총수들은 고객가치를 보다 구체화 했다. 한화, GS, LS, 두산그룹 총수들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신성장동력 확보 등에 투자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력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승연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를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면서도 “미래 성장동력과 핵심역량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구체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조선사업을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육성하고, 방산·에너지 사업군을 꾸준히 키우는 한편, 유화·금융·건설·서비스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우주항공·그린에너지·디지털금융 같은 미래사업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고객의 기대는 한화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디지털 혁신과 신기술 투자의 씨앗을 연결하고 성장시켜 신사업으로 발전시키는 한 해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허 회장은 디지털 혁신과 신기술 스타트업 투자로 만든 사업생태계가 신사업을 창출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GS그룹은 올해 수소, 바이오연료, 플라스틱·배터리 리사이클, 블루암모니아 개발 유통, 소형원자로, 전기차 충전, 친환경 스마트 건축 같은 신사업 속도를 올릴 방침이다. 또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전략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2030년 자산 50조원’을 목표로 앞으로 8년 간 20조원 이상 투자를 약속했다. 구 회장은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CFE)과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파트너”가 되기 위해 풍력·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등 CFE 발전, 송·배전 솔루션, 가상발전소·전력수요관리·RE10 등 CFE 배전, 데이터 기반 전력 인프라 플랫폼, 통신 솔루션의 6대 신사업 속도를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2차 전지 소재와 전기차 부품·솔루션, 제조 자동화·사출 솔루션, 충전·배터리·서비스형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소형원자·가스터빈·수소터빈 기술력, 수소에서의 생산체계, 협동로봇·수소드론·3D 프린팅 등 신사업 경쟁력, 반도체 후공정 진출 등 미래 유망분야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내실화를 통해 재무적 여건까지 마련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에 “업무 일선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기회 확대가 뚜렷하게 예상되는 분야에서 누구보다 앞서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사업 경험과 기술력 우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요구했다.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추이. 자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업종을 막론하고 총수들이 ‘고객’을 강조한 건 경영 여건과 무관치 않다. 주요 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지표는 비관적이다. IMF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우리 정부도 올해 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를 빼고 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성장률이 2%를 달성하지 못한 시기는 없었다.


우리나라 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 성장의 핵심 축은 기업이다. 수출과 고용, 내수까지 기업들이 책임져왔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경영을 옥죄는 변수가 늘어나면서 민간 슬롯머신 무료게임 쿠폰 활성화는 요원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장기화, 반도체 등 첨단기술 패권 경쟁 같은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세계 각 국이 장벽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는 세계화에서 탈 세계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산업계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흔들혔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인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적자 규모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2000만달러)의 2배를 뛰어넘었다. 올해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45%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년 만에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셈이다.


수출 부진은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출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올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81.8로 잡았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 분기보다 개선된다는 전망이 높으면 기준선인 100을 넘고 악화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면 100을 밑돈다.


채용박람회에 몰린 구직자들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채용박람회에 몰린 구직자들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수출길이 막히고 불황이 예고되자 기업들이 내수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고객’을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총수들의 위기 돌파 전략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조직문화다. 지난해 총수들은 기술 인재 영입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다. 고급 인력의 확보가 첨단 기술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역동성과 유연성을 부각시키며 ‘열린 조직문화’에 무게를 실었다. 총수에 이어 일부 최고경영자는 ‘스타트업 문화 이식’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력 조정’의 고민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구성원을 독려하는 총수의 메시지는 희망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에 숨은 뜻을 봐야 한다”며 “도전, 돌파 같은 긍정적인 단어와 함께 유연한 조직문화가 거론된 건 결국 인적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황 교수는 “유연한 조직이란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란 뜻”이라면서 “인력 재배치, 나아가 인력 축소 등을 시야에 넣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재계에서도 감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임원 인사 규모를 축소하고 계열사 수장을 유임시키는 선택이 이뤄졌다. 비상경영체제 전환 시 내부 반발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 일상 경영비용을 삭감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인건비 또한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중간관리자급 이상 고연차 직원들을 내보내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시행되게 된다. 이미 HMM, 롯데면세점, 하이프라자 등이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신규 채용은 경력직으로 대체하더라도 기업들마다 군살이 많이 붙어서 감원이 불가피하다”며 “희망퇴직으로 조직의 기강을 강화되는 효과도 있어서 ‘저성과’를 이유로 고연차 임직원 정리를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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