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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지하철 1호선 끝자락 청량리 전 정거장 제기동, 한약방과 냉동생선, 축산매장이 들어선 경동시장의 으슥한 골목 안쪽. 스타벅스가 16일 새롭게 문을 연 곳이다.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다운로드 황재희 기자] 시장 내에 방치돼 있던 60년된 폐극장이 '스타벅스 경동1960점'으로 재탄생했다. 꼐단을 올라가 시장의 복잡함과 소음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두꺼운 철문을 열면 비밀아지트 같은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만날 수 있다.
중문을 열고 한 번 더 들어가면 높은 목재 천장과 옛극장의 계단식 바닥, 빈티지한 그림과 가구들, 조명등 등 영화 소품같은 것들이 어둑한 분위기에서 은근하고 옛스러운 멋을 풍긴다. 기존 스타벅스 매장과는 다른 공간 구성이다. 오래된 전통 극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설명이다.
낡은 폐공장이나 오래된 창고 등 지역 사회의 버려진 공간을 개조해 이색 까페로 선보이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어왔다. 공간을 리모델링한 대형 까페들을 선보여왔던 테라로사커피나 앤트러사이트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커피 메뉴와 균일한 커피 맛, 획일적인 서비스를 자랑으로 내세우며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온 스타벅스의 이같은 행보는 다소 의외다.
스타벅스는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타벅스가 예전 같지 않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스타벅스에 실망해 이탈한 고객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환경 보호, 지역사회 상생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 구축이 요구된다. 경동1960점의 개점은 이 같은 스타벅스의 고민을 반영한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 중문 입구에는 스타벅스가 얼마나 ESG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인지 홍보하는 영상물을 배치했다.
일단 경동시장 한복판에 들어선 스타벅스 커피 매장에 대해 젊은 상인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전통시장이라는 상권 특성상 인근에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찾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인삼이나 한약자재로 유명해 주로 노인층 유동 인구가 많은 전통시장에 젊은 인구들이 방문하고, 외부 지역 사람들게도 경동시장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니 스타벅스 효과를 내심 기대 하는 눈치다.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도 “오래된 공간을 특별한 트렌드를 가진 공간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며 ”경동1960점에서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함께 모든 세대가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에게도 기회다. 지역 명소이자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다. 경동시장에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 중 비교적 아늑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스타벅스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경동1960점을 통해 브랜드의 색다른 시도를 알리는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커뮤니티 5호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상생'을 강조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공식 오픈에 앞서 15일 경동시장상인연합회 등과 함께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경동1960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을 적립해 경동시장 상인들을 위한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고 경동시장 상인들의 바리스타 채용 기회등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상생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극장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매장 내에 지역 아티스트들의 공연 등 볼거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레트로 문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MZ세대 등 새로운 고객 유입을 통해 인근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국내 스타벅스 점포 수는 3분기 말 기준으로 1750곳에 달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적어도 1곳 이상은 존재한다. 때문에 레트로 열풍이 사그라들면 가까운 스타벅스 대신 경동시장 한복판까지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특히 스타벅스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망원시장처럼 전통시장의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디지털 문화와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2030세대들의 유입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안전망을 마련했다. LG전자와의 협업을 택한 것. 시장 건물 계단을 올라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동선을 따라 금성전파사의 레트로 컨셉으로 꾸며놓았다. LG전자의 팝업스토어들을 둘러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수십 년된 LG전자의 오래된 폐가전제품과 폐가전제품을 리뉴얼해 만든 굿즈를 판매하고 신발관리기, 최신형 노트북, LG 디오스 오르베컬렉션 무드업 등 최신 제품을 전시해놨다. 건물 안쪽 벽면에는 LG전자의 브랜드 히스토리가 박물관에서 관람하듯 펼쳐진다.
지역과의 상생을 내걸었지만, 경동1960점은 스타벅스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지역상인들의 공포,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향한 비판으로 출점 제한 논란이 점화될 것에 대비했다는 인상이 짙어서다.
공간 구성에 대해 신경쓴 것 외에 경동시장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부금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경쟁력을 키울수 있는 방안을 키울 수 있도록 스타벅스가 고민했어야 했지만 그런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경동 시장의 인기 제품인 한약 자재나 인삼, 경동시장의 다양한 식자재를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한다는 방안 외에 경동시장과 연관된 콘텐츠가 현재까진 없다. 게다가 경동극장이라는 공간적 특수성도 깊이있게 담아내지 못했다. 극장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공간인데, LG전자와의 협업을 걷어내면 기존 스타벅스의 정체성만이 남는다.
경동시장 상인쪽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역 상인은 데일리임팩트에 "우리가 커피에 대해 뭘 알겠나"라면서 "이왕이면 국산 커피 브랜드가 들어왔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경동시장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앞으로 경동시장 상인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며 지역 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공익적 상생 프로그램 발굴 등 다양한 형태의 상생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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