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와 속속 결별을 선언하고 있지만, 제재 대열에 공식 합류하기 어려운 처지다.
[변윤재 기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해 현지 진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국내기업에 제재 동참을 재차 호소하면서 국내기업들의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현지사업을 당장 접을 수 없지만 기업 가치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국내기업들은 일단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이라는 우회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상황을 타개할 방책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기업들의 정중동 행보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는 한국와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등 47개국을 비우호국에 포함시켰다.
비우호국에 포함되면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해당 국가 기업이 러시아와 거래할 때 러시아 정부의 외국인투자 이행관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채무 상환도 루블화로만 이뤄진다.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 인해 루블화 가치는 폭락 중이다. 미 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연초 대비 루블화 가치는 90%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로 인해 외화 송금이 어려워진 상황에 루블화로만 채무 상환이 이뤄지면 환차손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가운데 채무 이행이 불확실한 통화로 결제받아야 하는 만큼, 현지 진출 기업들의 대금 회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금 여력이 되는 대기업은 손해를 만회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중견 이하 기업들은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협회에 접수된 국내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살펴봤더니, 55.3%가 대금 결제 문제였다“며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수급도 문제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희귀가스의 경우, 크립톤의 48.2%, 네온의 28.3%는 러시아·우크라이나산이다. 업계가 보유한 재고량은 3~4개월 분량으로 원자재 수출 통제가 이뤄진다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팔라듐 역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비중이 30%가 넘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분간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급박하게 변수들이 발생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알루미늄도 러시아의 비중이 적지 않다. 니켈 가격은 4만달러를 넘기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이들 원료 공급을 틀어막으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다.
그러나 러시아 리스크는 당분간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의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에 면제됐지만, 한국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준하는 수출통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러시아 시장에 공들였던 국내기업들로서는 사실상 현지사업이 막힐 처지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반(反) 러시아 연대 동참 압박도 국내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공식 페이스북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기업을 포함한 세계 주요기업 50여곳의 기업명과 로고를 공개하며 러시아 영업 중단을 촉구했다. 명단에 포함된 기업 중 네슬레, 소니, 몬델레즈는 러시아에서의 제품 판매와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에서 탄탄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기업들은 이 같은 보이콧 여론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은 러시아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약 23억달러(약 2조7700억),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4%에 달한다. 지금 현지사업을 접는다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서 입지를 늘리고 있는 중국업체들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생활가전 역시 다르지 않다. 2020년 기준으로 LG전자는 약1조6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도 러시아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 사이트·생활가전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분야에서 올린 매출은 2020년 기준으로 4조원대에 달했다. 현지 시장 점유율이 23%에 달하는 현대차 역시 5조57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선뜻 포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러시아에 생산기지까지 구축한 터라 운신의 폭이 좁다. 삼성전자는 칼루가에서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 사이트를, LG전자는 루자에서 가전·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 사이트를 각각 만든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운영 중인데, 2020년 GM으로부터 공장을 인수해 올 초 생산량을 33만대 수준까지 늘린 상태다.
업계에서는 탈(脫)러시아를 선언한 기업들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애플, 구글, 메타, 넷플릭스, 제너럴모터스(GM), 나이키, 폭스바겐, 에어버스, 보잉 등이 이미 러시아와 손절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15% 정도고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러시아 시장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지 진출 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점유율도 높고 현지 소비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시장이라 매출도 탄탄하다”며 ”지금 영업 중단을 공식화하면 나중에 사업 재개 시 소비자들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운영부담이 늘어도 현지 사업을 철수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매출 비중이 높은 코카콜라,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이 영업 중단을 결정해 국내기업들도 양자 택일의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특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 러시아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게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쟁 전략물자로 사용되지 않는 일반 소비재를 팔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도 수긍이 간다”며 ”문제는 러시아군의 비인도적 행위가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 주요 시장에서 소비를 주도하는 건 MZ세대에 해당하는 2030세대인데, 이들은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단기 이익을 놓치 못하다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에서의 영업 활동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행위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에 납부하는 세금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죽음과 눈물로 변한다”며 “기업들은 러시아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소비자와 정부가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앞서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도 삼성전자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 제품 판매·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다.
국내기업들은 일단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해 기업 가치 관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국제기구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600만달러(약 74억원)의 현금·물품을 지원했다. 현대차그룹도 우크라이나 난민 긴급 구호를 위해 100만달러(약 12억원)를 기부했다.
다만 이 같은 인도적 지원은 미봉책인 만큼, 국제사회의 제재 동참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러시아와 한국과의 관계는 상당히 어정쩡한 상태“라며 “물가 폭등으로 내부에서도 푸틴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고 있고, 고강도 제재가 이어짐에 따라 러시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인 분위기이므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게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사실상 생산부터 대금결제, 물류까지 현지 사업이 막혔다“면서 “제재 동참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다른 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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