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당신의 스마트폰은 당신을 보여주는 기기다. 스마트폰의 기능과 디자인 모두 당신의 정체성이 반영돼야 한다.”
[변윤재 기자] 지난달 갤럭시 언팩 파트2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새롭게 규정했다. ‘개인의 선호도와 생활방식을 드러내는 취향형 IT 기기’라는 게 핵심이었다. 이날 공개된 갤럭시Z플립3와 원 UI 4.0 모두 취향에 초점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파트2에 앞서 하반기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새 스마트워치를 공개한 상황이다. 두달 만에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는 것은 모바일 전략의 변화를 예고했다는 평가다.
‘갤럭시도 나답게’ 취향 강조
삼성전자는 지난 15일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UI(사용자 환경)이 원 UI 4.0으로 개선됐다. 갤럭시S21 시리즈를 시작으로 향후 Z 시리즈, S 시리즈, 노트 시리즈, 태블릿 등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새 색상 팔레트를 사용해 홈 화면, 아이콘, 알림, 배경화면 등을 이용자가 취향껏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위젯 역시 모양과 표시 정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꿀 수 있다.
디자인 변경 외에 보안성도 대폭 강화됐다. 이용자가 공유할 항목과 비공개로 하고 싶은 항목을 종전보다 쉽고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다.
앱이 카메라나 마이크 접근할 경우 즉각 알려주고, 프라이버시 대시보드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설정을 관리하거나 확인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워치도 사용자의 개성을 한층 반영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갤럭시워치4는 물론, 기존 워치 시리즈 이용자들은 새 워치 페이스 중 10개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클래식한 느낌의 화면부터 경쾌한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제공된다.
삼성전자가 취향이라는 개념을 가전에 이어 모바일 기기로 확대 적용한 데에는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으로는 경쟁사들과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폰꾸’에 진심인 2030 저격
삼성전자는 올해를 스마트폰 전략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져왔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밝혔듯 실적 효자 노트 시리즈 대신 폴더블폰을 하반기 주력 제품을 밀었다. 이러한 폴더블 대중화 전략은 그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 출시된 3세대 폴더블폰은 전작들과 달리 초반부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Z 시리즈는 국내에서만 92만대가 사전 예약됐는데,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20와 비교해 약 1.3배, 올 초 공개한 갤럭시S21 시리즈보다 약 1.8배 많은 물량이다.
해외에서도 심상치 않은 인기를 이어갔다. 미국 사전 예약은 전작 판매량을 넘어섰고 인도에서는 노트20의 2.7배에 달하는 사전 예약이 몰렸다. 삼성폰의 무덤이라 불렸던 중국시장에서도 사전 예약 물량이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두달여만에 전세계적으로 200만대가 팔려 나갔다.
폴더블폰의 순항을 이끈 것은 갤럭시Z플립3. 취향형 스마트폰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갤럭시Z플립3는 카페 노티드, 젝시믹스 등 2030세대가 선호하는 40개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패션소품을 연상케하는 색색깔의 케이스에 각양각색의 스티커는 폰꾸(폰꾸미기) 감성을 제대로 자극했다.
이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전면 액정화면과 내부 홈 화면에 적용할 수 있는 이미지, 움짤 등을 생산, 공유하면서 인기에 속도가 붙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거 피처폰같은 배경화면이나 게임을 연상케하는 이미지를 적용한 이용자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높은 소비층을 팬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하지만, 2030 여성이 갤럭시폰을 쓰는 비율은 30~40%(지난해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디자인에 매료돼 갤럭시Z플립3으로 갈아타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 갤럭시Z플립3 사전예약자의 35%가 20~30대 여성이었는데, 이들을 포함한 MZ세대가 실제 구매자의 절반 이상(54%)이었다.

‘애플과 차별화’ 성공
타깃층의 확장 이상의 성과도 거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갤럭시Z플립3에 힘 입어 애플의 텃밭에서 점유율을 늘린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5%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32%) 이후 가장 높은 분기별 점유율, 1위 애플(42%)과의 격차도 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S펜, 엣지 디스플레이, 1억만화소 카메라, 지문인식 등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며 초격차 기술을 강조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갤럭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까지 높이진 못했다. 고가의 가격 정책을 고수하는 애플의 아이폰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꾼 게 갤럭시Z 시리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3분기 삼성전자가 전분기보다 20% 상승한 69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기간 애플은 4800만대를 출하해 2위에 올랐다. 출하량보다 주목할 대목은 출하액의 증가다. 삼성전자는 18%를 기록했는데, 전분기 대비 32% 늘어난 액수다. 같은 기간 애플이 9% 늘린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전략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점유율이 올랐다가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상승세가 꺾이는 양상을 반복해왔다. 때문에 아이폰13 시리즈 출시에도 전략 스마트폰 판매량이 견조하게 이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갤럭시는 코로나19로 브랜드 한계가 드러나면서 점유율 20%·매출100조원 벽이 무너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갤럭시S21의 상반기 판매량은 1350만대, 전작보다 350만대나 적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30% 가량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나오는 만큼,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이 시급했다. 개인화에 주목한 배경이다.
특히 ‘가전을 나답게’를 내걸은 비스포크의 성공 사례는 개인화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 됐다. 비스포크 가전 제품군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누적 출하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도어 패널의 마감재와 색상을 고르는 비스포크 냉장고는 전체 냉장고 매출의 약 67%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개인화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스마트폰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후발주자들과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구글, 모토로라, HTC 등이 신제품을 출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만큼, 시장에서 검증된 취향 콘셉트를 강화해 브랜드 파워를 단기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향후 비스포크와 같은 개인화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스티븐 호크 미국법인 프로는 “앞으로 더 많은 비스포크 에디션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양한 모바일·IT 기기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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