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유통업계가 여론을 살피고 있다.

[딜사이트경제무료슬롯머신게임 황재희 기자] 지난 6일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발표함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덮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일본의 사과 없는 굴욕적 외교라는 비판이 제2의 노재팬(NO JAPAN) 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다만 맥주를 비롯해 일본산 제품들이 매대에 등장하는 등 수요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 특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 여행 상품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유통업계는 수출 규제에 따른 반발로 불매운동이 촉발됐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라면서도 여론을 건드릴까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관련 상품들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는 여행이다.

위메프는 지난달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관광지 교통패스와 입장권을 특가로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마켓도 해외 여행 스마일캐시 적립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일본 인기 벚꽃 여행지를 안내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일본 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여행 성수기인 봄을 맞이해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재개한 이후 한국인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 1월 방문한 관광객 150만명 중 약 56만5000명이 한국인이었다. 대만(33만명)이나 미국(32만명) 관광객들보다 월등히 높다.

일본 의류 브랜드 실적도 회복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는 1조원에 달하던 매출이 2020년 5824억원으로 반토막 났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7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회복세가 완연하다.

MZ세대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에서도 일본 브랜드는 인기다. 대표적인 상품이 맥주다. 지난 1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0만4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4.9%나 폭증했다. 일본 맥주를 찾던 소비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위스키, 하이볼 같은 일본산 주류도 젊은 층의 단골 구매목록에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이 인기"라며 "기념품으로 위스키를 사와 인증샷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이마트24는 일본산 위스키 2종 독점 판매를 시작했고, GS25는 일본산 하이볼 캔제품을 팔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누그러졌다는 신호는 슬램덩크 열풍과도 무관치 않다. 슬램덩크를 즐기던 연령대가 주 소비층으로 성장하면서 영화, 서적 등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반발심이 옅어진 점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선보인 일본 만화 슬램덩크는 예약판매 열흘만에 전체 1800세트 중 1200세트가 팔려나갔다.

다만 일본 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수출 규제 조치 이전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 이슈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정부의 행보가 반일 감정의 불씨를 촉발시킬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발표가 어제 나왔는데 당장 내부적으로 일본 브랜드 제품을 진열대에서 치운다거나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다"면서도 "민감한 이슈인 만큼 국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변화될지 불확실해 사태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노재팬 운동이 재확산될 가능성이 적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10~20대들이 이분법적 사고에서 유연해서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이슈가 이들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덜 미친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환경과 같은 미래지향적 가치나 현재의 트렌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MZ세대 사이에서 일본에 대해 적대 관계나 아닌 협력관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약 600여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일관계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2.3%로 집계됐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17.4%)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여행지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밝혀 일본에 대한 관심과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과거 수출규제 등 일본의 도발은 국내 반일 감정 고취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확산된 바 있지만 지난 사례와는 달리 현재 상황은 일본의 재도발이 이루어진 상황이 아니다"라며 "극단적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재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