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 사이트 최지웅 기자] 한화세미텍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한미반도체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시장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과 기존 공급망 구조를 고려했을 때 전통의 강자인 한미반도체를 제치고 안정적으로 수주 실적을 쌓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세미텍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SK하이닉스와 HBM(고대역폭메모리)용 필수 장비인 '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공급금액은 420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정확한 공급대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10~12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세미텍은 오랜 기간 독점적 위치에서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공급해온 한미반도체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이는 단순히 신규 진입을 넘어 기존 독점 구조를 흔드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화세미텍이 지속적으로 추가 계약을 따내며 한미반도체와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고객 락인(잠금)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는 독특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실제 반도체 제조사들은 생산라인 안정화를 위해 기존 장비 유지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상용화 초기부터 한미반도체와 협력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동안 한미반도체로부터 공급받은 TC 본더만 100대 이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밀하다 보니 한 번 최적화된 생산라인은 쉽게 변경되지 않는다"며 "생산라인 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율 저하와 생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어진 기술 격차도 한화세미텍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미반도체는 45년 이상의 업력과 120여건의 특허를 보유한 HBM용 TC 본더 제조사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제 막 TC 본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딘 한화세미텍이 단기간 내 경쟁 구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화세미텍 장비로 생산하는 HBM3E 제품이 양산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HBM3E는 엔비디아의 퀄리피케이션(품질) 테스트를 통과해야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 한미반도체 장비를 통한 HBM3E 제품은 이미 안정적인 수율과 성능을 입증받았다. 반면 한화세미텍 장비가 엔비디아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과 안정성을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기에 한화세미텍의 추가 계약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첫 번째 수주 이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두 번째 수주가 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후발 주자로서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며, 추가적인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