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못지 않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변윤재 기자] 앞서 삼성전자는 8년 만에 기본급의 최대 200%를 특별격려급으로 지급키로 결정하면서 역대급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7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279조400억원,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83% 증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243조7700억원)의 성적을 크게 웃돌며 최대치를 찍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43.29% 증가, 2018년과 2017년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좁혀봐도 역대급이다.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3조8000억원을 달성했는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48%, 52.49%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세운 분기 최대 매출은 3개월만에 갈아치웠다.

시장의 전망치를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78조1487억원와 52조8376억원이었다. 매출은 0.32% 상회한 반면, 영업이익은 2.40% 낮았다. 4분기 역시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5조3510억원, 15조733억원이었다. 매출은 0.86% 많았지만, 영업이익은 8.45% 적었다.

증권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특별성과급 지급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특별 성과급 지급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1조1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파운드리 선단공정 수율이슈 지속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약 2000~3000억원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전사업부의 경우 성수기를 맞았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매출 상승에도 이익 성장은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의 전망에 부합하지 못했지만,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성적이라는 평가다. 반도체가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책임지는 사업구조는 변함없었지만, 모바일 사업 매출이 다시 100조원을 회복하고 생활가전과 디스플레이 또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연매출은 240조원 안팎, 분기 매출도 60조원대에 머물러 있었다”며 “모든 사업이 상승세를 탄 만큼, 향후 외형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인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본다. D램과 낸드플래시가 3분기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4분기 들어 가격 변동이 있었지만 시장의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10% 가까이 떨어졌지만, 기업들의 IT 투자 확대로 서버용 D램 수요가 견조하게 발생해 낙폭이 크지 않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공급 가격을 올리고 5㎚(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수율(전체 생산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이에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9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3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쟁사인 인텔을 꺾고 전 세계 매출 1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장착한 아이폰 판매 호조 등의 영향으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연간 매출 30조원대, 영업이익 4조원대로 추정된다.

올해부터 통합된 IM(모바일·IT)과 CE(소비자가전) 부문도 선전했다.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1 이상 책임졌던 IM부문은 갤럭시S21 시리즈와 3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Z시리즈 흥행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새 전략 제품으로 밀고 있는 갤럭시Z 시리즈는 대중화의 청신호를 켰다. 갤럭시Z 시리즈 판매량은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중저가 제품군인 A시리즈로 다양한 수요를 흡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네트워크사업도 수주처를 늘렸다. 지난해 매출 10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달성하면서 예년 수준의 성적을 회복했다.

CE 부문은 원자재와 물류비 등이 상승해 원가 압박이 있었고,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맞춤형 취향 가전 비스포크의 선전과 보복소비에 따른 프리미엄 슬롯머신 무료게임 사이트 판매량 증가, 연말 성수기 효과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매출 60조원대, 영업이익 4조원대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의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 파운드리 매출 증가, DDR5 교체 수요 등이 맞물려 메모리와 시스템 모두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효자인 스마트폰 역시 수익성이 높은 폴더블폰 판매량이 8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삼성전자가 사상 첫 매출 300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도 50조원 후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2022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52조7000억원에서 58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D램 메모리반도체가 올해 업사이클에 진입하고, 파운드리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부터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시작하고 파운드리 단가 상승과 엑시노스 판매량 증가 등이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사업도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가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양호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OLED 수요 확대로 영업이익이 증가해 올해 매출 300조, 영업이익 68조를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결과로 투자자들 편의를 돕기 위해 제공된다. 사업부별 실적은 이달 말 열릴 컨퍼런스 콜을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