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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재도전...금융권 슬롯머신 게임 이번엔 확산될까
김병주 기자
2021.12.15 11:23:35
기업銀, 내년 초 ‘슬롯머신 게임’ 도입 재시도 전망
'긍정적 전망' 기류 속 민간 금융사 도입 추진도 관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이취임식 현장에서  슬롯머신 게임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이 취임식 현장에서 노조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오랜 기간 국내 금융업계의 화두 중 하나였던 ‘슬롯머신 게임’ 도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금융권 최초로 수출입은행이 슬롯머신 게임를 도입한 데 이어, 내년 3월 일부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를 앞둔 IBK기업은행도 슬롯머신 게임 도입에 재도전할 것으로 확인됐다.


[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이 슬롯머신 게임 도입에 성공할 경우, 이러한 흐름이 민간은행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슬롯머신 게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사외이사 중 2명(신충식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임기가 내년 3월 말 만료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새로운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기업은행의 정관상, 사외이사는 은행장의 제청 후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로 선임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 기존 사외이사가 연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사외이사에 적합한 인물을 후보로 추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항상 진행돼왔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늦어도 사외이사 임기 종료 한 달 전인 내년 3월에는 복수의 후보를 선정, 금융위에 제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차례 고배 마신 기업은행, 이번엔 성공?


슬롯머신 게임란, 말 그대로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에 포함시키는 것을 말한다. 금융계 노조 측은 그동안 소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국책은행의 사외이사들로 인해 경영의 투명성이 저해된다며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진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한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노조 이사제(노조 중 한 명이 직접 이사로 참여하는 제도)’의 도입도 언급됐지만, 법 개정의 문제 등으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기업은행의 슬롯머신 게임 도입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복수의 공적 금융기관이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둘 경우, 민간 금융사에서도 이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김형선 기업은행 슬롯머신 게임위원장, 박홍배 금융슬롯머신 게임 위원장 당선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인. 제공. 기업은행 슬롯머신 게임
지난 2019년 취임 당시, 윤종원 행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 방지, 슬롯머신 게임 도입 검토 등의 내용을 포함한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한 바 있다. 사진. 기업은행 노조.

특히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 2019년 2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슬롯머신 게임 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반면,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 9월 금융권뿐 아니라 전체 공공기관 최초로 슬롯머신 게임를 도입, 실제 노조 추천 이사를 배출한 바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내년 4월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슬롯머신 게임 도입을 반드시 관철한다는 각오다. 슬롯머신 게임가 경영 투명성 제고와 내부 견제 기능, 노동자를 존중하는 문화 형성 등 장점이 많은 만큼 굳이 이를 거부할 이유나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윤종원 행장 역시 지난 2019년 취임 당시, 슬롯머신 게임 도입 추진을 약속한 만큼 임기 1년을 남은 현시점이야 말로 도입을 결정할 적기라는 게 노조 측의 생각이다.


기업은행 내부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솔직히 슬롯머신 게임 도입으로 급여나 복지 등 업무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며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이사진 합류는 노사 양측의 신뢰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건전한 경영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슬롯머신 게임, 민간으로 확대될까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기업은행이 슬롯머신 게임 도입에 성공할 경우, 그 파장이 민간 시중은행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국내 금융업계에서 최초로 슬롯머신 게임 도입을 시도한 곳이 바로 민간은행(KB국민은행·2017년)일 정도로 슬롯머신 게임는 금융업계 전반의 숙원 과제 중 하나였다. 당시 국민은행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며 긍정적 기류가 형성됐지만, 최종적으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불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금융업계뿐 아니라 금융당국에서도 현 정부의 기조에 따라 슬롯머신 게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당시 수출입은행의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을 언급하며 “슬롯머신 게임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도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슬롯머신 게임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도입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슬롯머신 게임 주요 주주 및 지분 구성. 그래픽 : 김민영 기자.
우리금융 주요 주주 및 지분 구성. 그래픽 : 김민영 기자.

당장, 금융업계 내에서는 꾸준히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도전했던 KB국민은행, 그리고 업계 최초로 사내 노조가 최대 주주에 오른 우리금융지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주목해 볼 곳은 역시 우리금융지주다. 최근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는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이다. 국내 금융사 중 우리사주조합이 최대 주주를 차지한 첫 사례다.


우리사주조합이 우리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지만, 사외이사 추천권은 갖고 있지 않다. 당장의 직접적 경영 참여 보다는 민영화 정착을 통한 지주사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금융위의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예보의 잔여지분 전량을 매도할 방침이다. 해당 지분 매각이 완료돼야 진정한 ‘완전 민영화’가 달성되는 셈이다.


다만, 우리사주조합이 최대 주주로서의 이사 추천권과는 별개로, 노조를 통한 추천 이사제 도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대 주주가 된 만큼 일정 부분 노조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슬롯머신 게임 도입을 검토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장은 경영 참여보다는 공적자금 희석을 통한 완전한 민영화 달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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