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의 충돌로 한 차례 정회되는 등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국감 증인으로 국내외 플랫폼 기업 경영진을 대거 채택해 이목을 모았던 과방위가 국감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산적한 각종 현안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설전만 거듭하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플랫폼기업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 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만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변윤재 기자] 5일 과방위는 개회한 지 20여분만에 정회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의 인사말 이후 박성호 방통위 사무처장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야당 간사)이 “업무보고를 생략하자”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진행 권한이 있는) 위원장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위원이 뭐 하시는 거냐” “업무보고 듣는 데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이 재차 업무보고를 생략하자고 주장하면서 여야 의원 사이 고성이 오갔다. 결국 이 위원장이 “야당 간사가 버르장머리 없게 이게 뭐하는 꼴이냐.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라며 “버릇 고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여당 간사) 등이 나서 정회를 하자고 제안했고, 10시30분쯤 정회가 선언됐다. 과방위는 지난 1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입장하면서 오전 일정이 파행으로 이어진 바 있다.

과방위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감을 통해 플랫폼기업 관련 현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과방위 증인으로는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 정가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등이 채택된 바 있다. 과방위는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 인앱결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준수, 망 사용료 지불 여부 등을 폭넓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 1월 자사 플랫폼에서 수수료 징수를 의무화한 인앱 결제정책을 발표하면서 수수료를 30%로 올렸다. 이에 국회는 지난 8월 인앱결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후속조치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넷플릭스는 미국·유럽 등과 달리 국내 이동통신사에는 ‘망 중립성’을 들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로 최소 7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망 사용료 지불을 놓고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독과점 문제로 논란에 휘말렸다. 네이버와 카카오, 야놀자, 우아한형제들 등은 과도한 수수료, 소상공인 갑질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카카오는 계열사 대표에 전권을 위임하는 자율경영 때문에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문제가 됐다. 헤어샵·네일샵·스크린골프·꽃배달·대리운전처럼 지역 소상공인이나 영세업체들의 수가 많은 업종까지 진출하면서 기존 업계로부터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에 배차를 몰아주는 ‘불공정배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제 정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동영상 콘텐츠 거래와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과 관련해 “하위법령을 조속히 정비해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며 밝혔다. 방통위는 이달부터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앱 마켓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실태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방송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까지 포함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을 법제화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규제와 지원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 추천서비스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을 마련해 지능정보사회 새로운 이용자보호 법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허위조작정보 및 디지털 불법유해물 대응 계획도 밝혔다. 디지털성범죄물 필터링에 활용하는 표준 기술과 DB를 제공하고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부과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의 기준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