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김현일 기자] 미국의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인 캐딜락. 그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기함급’이자 아메리칸 머슬카의 정수, 럭셔리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의 끝판왕, 슬롯머신 무료게임 스캐터 심볼를 타 봤다.
본토인 미국에서는 물론 국내 유명 인사들의 의전차량으로 익히 알려져 있기도 한데, 덕분에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어 캐딜락의 국내 판매량 대부분을 맡고 있는 차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출시 이후 시일이 꽤 흘렀음에도 2023년 한 해 총 588대가 판매되며 캐딜락 모델 판매 점유율 60.3%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도 1~8월 누적 243대가 팔리며 51.6%의 점유율을 기록 중에 있다. 1억5000만원이 넘는 차량임이 믿기지 않는 선전이다.

국내에는 일반 모델과 차체가 한층 긴 ESV(롱 바디) 2가지 제품이 판매되는데, 기자는 이날 일반, 이른바 ‘숏 바디’ 모델과 함께했다. 트림은 국내에 판매되는 2가지 중 하나이자 이 차의 최상위 제품인 스포트 플래티넘.
또 다른 트림인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은 그릴과 C필러(자동차 뒷좌석에 위치한 창문 기둥) 등에 은색 갈바노 크롬 도금이 돼 있고 휠 모양이 다른데, 스포트 플래티넘은 검은색을 위주로 세련된 이미지를 더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우선 그 인기의 이유를 우락부락한 외관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전면 범퍼 하단부터 보닛까지의 두께가 워낙 두껍다 보니 뭉툭하다는 느낌마저 드는데, 왜 많은 연예인들의 선택을 받았는지 이해가 절로 갈 정도다. 근육질의 보디가드 느낌이랄까. 전장 5382mm, 공차 중량 2795kg으로 2.8톤(t)에 육박하는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데, 이 차에 몸을 맡기며 불안감을 느낄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내부는 미국 최고 자동차 브랜드가 내놓은 최상위 모델 다운 품격을 자랑한다. 검은색 가죽으로 고급스럽고 꼼꼼하게 마감된 실내에 유광으로 처리된 고동색 애쉬 우드 패턴 나무 재질이 확실한 포인트가 돼 준다(자동차 실내 우드 재질은 생각보다 고급스럽기 어렵다). 시트는 천연 가죽에 최소한의 후가공 처리만 해 내구성을 올린 ‘세미-아닐린’ 가죽으로 촉감이 상당히 좋으며, 이외 유광재질과 버튼의 배치, 형태 등도 흠잡을 데가 딱히 없다.

품격을 채우기 위해 편의성이 일부 자리를 내준 부분이 눈에 띄긴 하나, 이 또한 최대한 이질감이 없게끔 구성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드라이브 모드나 2륜·4륜·오토 등 구동방식 설정, 파킹 브레이크 등의 기능이 운전석 좌측 공조기 하단으로 빠졌다든가, 비상등이 공조 버튼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닌 기어봉 약간 아래에 자리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비상등의 위치가 아쉽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딱히 불만스러운 부분은 없다.

의전용답게 공간성도 훌륭하다. 174cm 성인 남성 기준 2열은 다리 공간(레그룸)이 주먹 3개, 머리 공간(헤드룸)은 주먹 1개가 들어가는 구조인데, 넓은 레그룸 대비 헤드룸이 좁아 불만일 순 있겠으나 전고가 낮아진 만큼 주행성에서 손해를 본 부분은 적을 듯하다. 3열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각각 주먹 1개 정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넓고 양옆에 컵 홀더가 하나씩 있을 정도로 배려가 잘돼 있다.

트렁크는 3열에 공간을 할애한 만큼 722ℓ로 썩 넓진 않다만, 3열을 접을 경우 2065ℓ, 2열과 3열을 함께 접을 경우 3427ℓ까지 넓어지는 만큼 딱히 불만의 여지가 생기질 않는다. 문은 후면 중앙에 자리한 큼직한 캐딜락 로고를 누르면 열리는 식으로 돼 있어 멋지기도 하지만, 뒷창문이 따로 열리기도 하는만큼 활용도 역시 괜찮은 편이다.

주행감은 의전용 차량으로서 품격 있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픽업트럭 플랫폼을 베이스로 만들어서 그런지 안정감이 남다른데,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에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숙하다. 가솔린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서 에어컨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속·감속 페달의 답력도 적당히 도톰해서 운전자 입장에서 느껴지는 재미도 썩 괜찮다.

다만 크다는 것은 곧 운전에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는 뜻과 같다. 전폭이 2미터가 넘는 만큼 차선 하나를 다 잡아먹는 데다, 엔진룸도 길어 전면 시야 확보 역시 결코 쉬운 편이 아니다. 전고가 굉장히 높다는 점은 위안이나, 슬프게도 그만큼 덩치가 무지막지한 탓에 사실 큰 위로가 되진 못한다. 때문에 주차시에는 물론, 도로에서도 일반 자동차의 배는 조심하며 운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는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큰 차체에 걸맞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을 갖췄다는 점은 신기하다. 육중하긴 해도, 적어도 굼뜨지는 않게 만들어졌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스티어링 휠 타각이 좁긴 하나 민감성 자체는 훌륭해서 조작에 큰 지장이 없으며, 8기통 자연 흡기 엔진에 최고 출력 426ps, 최대 토크 63.6kgf·m로 파워도 충분한 데다 고속 주행 안정성도 높다.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해 요철이나 방지턱은 대부분 사뿐히 지르밟는 식으로 넘어 버린다.

또한 주행모드나 구동 방식 설정 이외에도 차체의 높낮이를 하차·표준·오프로드 지상고의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 부분 역시 눈에 띈다. 오프로드 주행에 대비해 차체를 높이는 기능은 물론, 편안한 하차를 위해 차체를 최대한 낮춰 승객에게 예우를 갖추기도 한 것이다. 특히 지상고의 경우 차량의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주행 안전성을 중시한 높낮이로 조절되기 때문에 나름의 스마트한 면모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무려 36개의 스피커가 탑재된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도 위력적이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설치된 스피커가 명료하고 타격감이 좋은, 그리고 풍성한 음악감상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헤드레스트에 부착된 스피커 덕분에 전에 없던 놀라운 공간감을 느낄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실내의 마이크가 1·2·3열 좌석의 목소리를 포착해 스피커를 통해 전달하는 만큼, 탑승자 전원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2열 승객들이 영상 및 오디오를 감상할 수 있게끔 1열 좌석 뒤편에 마련된 12.6인치 디스플레이의 쓰임새가 좋지 못하다는 점. HDMI나 USB 선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외부 매체를 연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는 것은 물론, 연결을 하더라도 디스플레이 화질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에 의의를 둬야 하는 수준이다.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부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연비 또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될 법한 부분이나 체급을 감안했을 때는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158.5km를 달리는 동안 6.7km/ℓ를 기록했는데, 이는 공인 복합 연비인 6.5km/ℓ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높은 연료 효율을 위해 특정 주행 상황에서 엔진 실린더 8개 중 4개를 능동적으로 비활성화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를 적용했다고 하는 데 그 효과 덕분은 아닐는지.

타는 이도, 모는 이도 모두 대접받는 차
타는 내내 거대한 덩치 탓에 운전이 힘들어 애를 먹기도 했지만, 슬롯머신 무료게임 스캐터 심볼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주행감 등 많은 장점을 갖춘 훌륭한 모델이었다. 알고 보니 승객만큼이나 운전자를 대접하는 법도 아는 자동차랄까. 높은 가격대와 특수 목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었지만, 실제로 타보니 ‘미국 차’ 답게 충실한 기본기야말로 이 차의 인기 비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멋진 경험이었다.

링컨의 ‘내비게이터’가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두텁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고급 대형 플래그십 SUV 시장에서 슬롯머신 무료게임 스캐터 심볼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는 운전석에서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55인치 OLED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을 탑재한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등장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독주가 이어질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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