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잭팟 슬롯머신 무료게임 김병주 기자]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가계대출 옥죄기가 또 한번 은행업권과의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는 흐름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소극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 주도의 정책금융 공급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엇갈린 해석이 나오니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정답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 판단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은 있다. 바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소위 ‘관치(官治)’ 기조다.

어떤 정부건 간에, 관치는 존재했다. 관치의 영향권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정부 주도 사업에 금융사가 사실상 ‘강제 동원’되는 건 비교적 흔한 일이다. 인사, 사업 전략 등 비교적 민감한 사안에도 종종 깊숙이 관여하곤 한다. 물론 관치의 대가는 확실하다. 사업 전개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안에는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정부의 관치는 과거와 조금 결이 달라 보인다. 일단 관치의 대상인 금융사를 ‘공공의 적’, ‘나쁜 놈’으로 규정한다. ‘은행은 공공재’, ‘이자 장사’, ‘돈잔치’ 등 자극적인 용어를 쏟아낸다. 발언의 주체는 당국 수장, 심지어 대통령이다. 발언의 무게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이후 금융당국은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듯 공공의 적이 된 이들을 단죄하려는 조치에 나선다. 금융사도 바로 꼬리를 내린다. 금리를 높인 죄에는 금리 인하를, 대출을 늘린 죄에는 대출 축소로 용서를 구한다. 다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금융사의 책임이다. 죄의 유무만을 따지려는 금융당국의 어설픈 개입이 금융권의 악마화만 부추기는 모습이다.

단죄 목적의 관치는 업권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관리 목적으로금리를 인상한 은행권을 향해 “당국이바란 건 금리 인상이 아니었다”고질타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7월 초, 임원 회의에서 본인이 했던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라는 발언과 결이 매우 다르다.

더 큰 문제는 어설픈 관치에 더해 방향성도 없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도 현 정부 관치의 문제로 ‘방향성 부재’을 지적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중은행장 및 고위 관계자들은 매 정부 출범 초반 어김없이 청와대, 현재대통령실의 호출을 받았다. 이들을 만난 정책실장, 경제수석, 그리고 금융당국 수장들은 대화 말미에 일종의 ‘관치 가이드라인’을 공유했다고 한다. 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영역을 미리 전달하고, 나머지 부분은 금융사 자율에 오롯이 맡기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현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호출’에서 당국 관계자는 다짜고짜 은행권 참석자를 향해 ‘이자 장사를 멈추라’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방향성 공유 없이 호통으로 시작된 첫 만남, 어쩌면 그때부터 금융사와 당국 간 갈등은 시작된 게 아닐까.

물론 은행권도 비판받을 부분은 충분하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서민의 입장에서 금리 1%p(포인트)의 변화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장금리 흐름에 따른 변화라고는 하지만, 막대한 이자 수익을 마치 본인들의 경영 성과인 듯 자화자찬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행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

다만,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어설픈 관치는 오히려 화를 키우고 있다. 방향성을 상실한 당국의 오락가락 지침이 은행권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걸 모를 리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여전히 검사 출신 당국 수장은 ‘유죄’와 ‘무죄’라는 잣대로만 금융권을 바라보는 듯하다. 명확하지 않은 목적지에 방향성까지 잃은 듯한 모습. 이것이 2024년 대한민국 금융당국의 현주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