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국제 밀 가격이 50% 안팎 내렸다.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페이라인 황재희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에 업계가 눈치를 보고 있다. 물가 인상을 자극할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에 고통의 분담을 요구했던 정부가 이번에 '라면'을 콕 찍어 가격 인하를 요구해서다.

정부의 물가 잡기 의지를 고려할 때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 이미 통신업계는 20대와 60대 이상 어르신에게 혜택을 더 주는 요금제를 내놓은 데 이어, 30~110GB 사이 구간을 신설하고 공유 데이터를 늘린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라면업계도 '성의 표시' 차원에서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자재와 인건비 등 원가 압박을 이유로 가격 조정에 나섰던 라면업체들이 실제 인하에 나설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오뚜기·삼양·팔도 등 주요 라면 생산업체는 가격 인하를 놓고 고민 중이다. 전날 추 총리가 공개적으로 '라면값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해서다.

추 총리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 10월에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정부는 주요 식품기업과의 간담회에서 물가 인상 자제에 동참해달라고 해왔다. 그러나 특정 식품군에 대해 가격 조정을 요구한 것은 노골적인 압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밀 가격은 톤당 22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19달러)보다 45.6% 하락했다.

앞서 라면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밀 가격이 급상승하자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지난해 9월 농심이 평균 11.3% 가격을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팔도와 오뚜기도 지난해 10월 각각 9.8%, 11.0% 가격을 올렸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상향 조정했다.

라면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나타냈는데,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은 더 컸다. 제품별로 인상률이 달랐던 데다, 유통 마진이 붙으면서 유통 과정이 늘어날수록 소비자가 구매하는 최종 가격이 더 인상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통해 라먼업체 주요 제품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대형마트 기준 농심 신라면 5개입은 3680원에서 4100원으로 11.4% 올랐다. 오뚜기 진라면 5개입은 3100원에서 3580원으로 15.5% 인상됐다. 삼양라면의 경우 5개입이 1년 전엔 2980원이었으나 현재 3450원으로 15.8% 올랐다.

다만 라면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하를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라면의 또 다른 주원료인 전분과 팜유 가격이 상승 중이고, 물류비, 인건비 같은 생산 관리 비용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표적인 서민식품 중 하나인 라면을 콕 찝어 예로 들었지만 발언 취지는 결국 물가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뜻으로 보인다"며 "일부 수입 재료의 경우 원가가 하락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그외의 부재료나 인건비, 관리비 등 생산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이 가격 감시를 당부할 정도로 강력한 물가 관리 의지를 피력한 만큼, 라면업체들이 버티기를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주요 라면업체들의 수익성이 뒷걸음질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라면은 제품 특성상 원가에서 원재료비 비중이 3분의 2 이상이다. 밀 가격이 안정화됐다 해도, 다른 원재료 가격이 내리지 않는다면 가격 조정 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 1분기에도 라면업계가 가격을 2~7% 내리자 주요업체 매출이 하락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수요에 한계가 있어 가격을 인하한다고 해도 판매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싸게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라며 "라면업체들의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