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배구조 개혁 수단으로 시작되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바른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민석 기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3 서스틴베스트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이 밝혔다.

류 대표는 이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잘 운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초기부터 참여해온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 의결권 행사, 비공개 대화 등의 주주관여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류 대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는 투자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대주주의 사익편취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경우 '투자자 관점'에서 주주활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의 문제점에 대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초기부터 ‘재벌개혁’을 목표로 추진된 점을 꼽았다.

류 대표는 "국민연금은 선관주의 의무에 입각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대주주나 대표이사 교체 등 민감한 부분을 국민연금이 건드려 비공개 대화를 요구하면 기업도 그 대화의 장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지난 정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면서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주주 의결권을 행사하며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현 정부에서는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 인사에 실력행사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영기업 경영진 인사에 개입해 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주관여활동, 기금운용본부서 맡고 인력 확대해야"

또한 류 대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착하기 위해 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 주주관여 활동을 맡기고,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활동은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에서 담당하는데, 물적분할·문제 이사 선임 등 기금이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은 수책위에서 맡고 있다.

다만 정부와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 추천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의 경우 각자 이해관계로 인해 효율적인 주주관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류 대표는 “현재 수책위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교착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연기금처럼 기금운용본부에서 운용 인력들이 인게이지먼트(주주관여)에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또한 주주관여 인력들의 전문성도 강조했다. "주주 관여활동은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하는 전문적 영역"이라며 "자원과 인력을 배분해야 제대로 된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국내 ESG투자 및 스튜어드십 코드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