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1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바닥론'을 주장해 눈길을 끈다.

[변윤재 기자] 두 회사는 시장의 전망보다 부진한 성적에도 '2분기 바닥을 찍은 뒤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모리반도체 상위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하더라도 업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당분간 다운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재고 늘고 주문 줄고…최악의 성적표

1일 반도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은 1분기 매출 13조7300억원,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49%가 급감했고 8조45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건 2008년 4분기(6900억원 적자) 이래 14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더 우울한 실적이다. 1분기 매출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8%가 빠졌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률은 24.7%에서 67%로 커졌고, 1분기에만 2조5855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램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사업구조로 인해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는데, 올 1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커졌다. 전기 대비 영업손실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6개월 사이 누적 영업손실 5조3007억원에 이르는 셈,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부진을 예견했었다. 반도체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반도체 가격 동향지표로 쓰이는 DXI 지수는 1월 -5%, 2월 -6.9%, 3월 -7.7%로 하락했다.

실제 메모리 가격은 원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간거래에 쓰이는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말만 해도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2.21달러, 4.14달러였다. 그러나 올 3월 D램은 1.81달러, 낸드 역시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사이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칩 생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유 재고, 시장의 변화 등을 고려해 주문을 넣게 된다"며 "고정거래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고객사의 재고가 아직까지 많다아, 수요가 공급보다 적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메모리반도체 재고는 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주요 전자·슬롯머신 무료게임 롤링업체와 업체들이 생산과 투자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지난해 반도체 주문량을 늘린 터다. 경김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경영 계획을 조정하면서 상당량의 재고가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가 파악한 재고 수준은 15주에서 20주 분량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재고로 골머리를 앓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은 "1분기는 D램과 낸드 모두 완제품 재고가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출하량은 D램 20%, 낸드 10% 중반 감소했다. 평균 판매단가(ASP)도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10% 후반, 10% 가량 내렸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D램의 1분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는 10% 초반 정도 하락했다"며 "평균판매가격(ASP)도 10%중반 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1분기 두 회사의 재고자산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54조4196억원으로 3개월 사이 2조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전분기보다 1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17조1820억원의 재고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 재고가 늘어날수록 평가손실이 커져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재고자산평가 손실액은 지난해 말 6000억원에서 올 1분기 1조원으로 증가했다.

'2분기 바닥론' 자신했지만… "수요 회복 미지수"

현재 상황은 썩 좋지 않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향후 업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나란히 내놓은 것.메모리반도체 상위기업이 모두 감산에 들어간 만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거나,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유의미한 수준까지 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 웨이퍼 투입량을 20%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5% 수준의 웨이퍼 투입량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 낸드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들고, D램도 3분기부터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나아가 필요에 따라 하반기에도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로 했다.

D램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전환을 위한 자연적 감산을 고수해왔다. 적극적으로 인위적 감산에 나서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2분기 중 바닥을 다질 것이란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 D램 현물가격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소폭 상승했다.

인공지능(AI) 서비스 활성화로 고성능 고부가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인해 고용량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고성능 칩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차세대 D램을 지원하는 신규 중앙처리장치(CPU)로의 전환 수요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향후 5년간 AI용 서버 출하량은 최대 40% 이상, 메모리반도체는 금액 기준 30% 이상 성장이 점쳐진다. 메모리 중에서도 고용량에 최적화된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는 6배, 50% 이상 성장세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해당 제품군을 강화할 경우, 재고 건전화와 업황 반등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반도체 불황을 끝낼 '신호'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생산량을 줄이고 선단공정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만으로는 기대할 수 있는 수요가 제한적이다. 재고가 위험 수준까지 쌓인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PC와 같은 완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슬롯머신 무료게임 롤링 인프라 투자가 추진돼야 전체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완제품 수요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 30% 후반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리오프닝 이후 반등을 기대했으나 여전히 수요 회복 시그널을 찾기 어렵다"면서 "구조적인 감소세가 나타날 우려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서버 등 슬롯머신 무료게임 롤링 인프라도 성장을 기대키 어렵다.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가 재고 조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도 메모리반도체의 역성장을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 11.2% 감소하고, 메모리반도체는 35.5%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바람과 달리 바닥을 다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까지 크지 않고,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그 효과는 6개월 후에나 나온다. 2분기 이후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 응용처에 걸쳐 수요 회복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 따라 연내 업황 개선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디지타임즈는 삼성전자가 최대 20% 감산을 하더라도, 업황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