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SK하이닉스가 이천캠퍼스 수처리센터를 매각한다. 이를 통해 1조원을 마련,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미래투자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변윤재 기자] 11일 SK하이닉스는 그룹 계열사인 SK리츠에 이천캠퍼스의 수처리센터를 매각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 설비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차입을 통한 투자뿐 아니라,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산효율성과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는 트렌드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당사는 비핵심 자산인 수처리센터의 유동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SK리츠는 이날 이번 거래를 위한 인가 신청을 국토교통부에 접수했다. 리츠가 신규 자산을 편입시킬 경우, 국토부의 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달 중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 인가가 나오는 대로 매매대금을 확정해 올 하반기 자산 양수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수처리센터를 매각한 후 이 시설을 SK리츠로부터 임차해 사용하게 된다.

이천캠퍼스는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기지다. 그런 만큼, 이번 매각은 SK하이닉스의 재정적 고민과 투자 의지를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D램 중심의 사업구조로 인해 SK하이닉스는 현재 누적 적자가 5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에도 2조원대의 영업손실이 예고된 상태다. 이에 재무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6조14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3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반면 같은 기간 차입금은 3개월 사이 5조7600억원 늘어, 28조760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부가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해 준비를 해놓아야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 LPDDR5와 HBM3 등의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는 집행해 하반기와 내년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며 "시황 개선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부가 반도체 투자 기조를 지속하려면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 유동화를 검토할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연내 SK하이닉스가 적자 탈출을 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HBM에서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선 만큼 호황기를 대비한 투자, 특히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선제 투자를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재무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1분기 1조6949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2분기에는 2조2377억원에 달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52.6%에서 58.8%로 올라가자, 유동성 문제를 막기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