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KT가 새 대표이사와 이사회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경영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 지배구조에 향한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변윤재 기자] 17일 KT는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할 외부 전문가 5인 선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적 구성을 마무리한 KT는 '선진 지배구초 구축'을 목표로 외부 자문기관 선정 등 관련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주부터 TF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며 "향후 사외이사와 대표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정립 등에 대해 점검한 뒤 개선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T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주요 주주 17곳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7개 주주로부터 9명의 후보를 추천 받았다.

KT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들 중에서 지배구조 분야 전문성, TF 구성의 다양성, 사회적 명망, 이사회 역할에 대한 이해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5인을 확정했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선우석호 홍익대 명예교수,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앨리시아 오가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가 외부 전문가로 선정됐다.

KT는 편향성 논란을 벗기 위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공기업 분야에 정통한 학계 인사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김준기 교수는 한국공기업학회 회장을 지냈고, 선우석호 교수는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조명현 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으로 재직했고, 주형환 전 장관은 현대미포조선·호텔신라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오가와 조교수는 유럽기업지배구조연구소(ECGI)와 기업지배구조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했고,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에 몸 담기도 했다.

드러난 이력만 놓고 보면 현 정부 또는 여권과의 접점은 없어 보인다. 때문에 국민연금·현대차그룹· 신한은행 등 3대 주주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TF가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밀실 운영'을 지적받았던 KT가 이번에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KT는 "일부 주주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어느 주주가 누굴 추천했는지 함구했다. 특정 주주가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 수 없는 만큼,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지배구조 관련 학계 전문가 △지배구조 관련 전문기관 경력자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전문가라는 요건 외에 최종 선발된 이들이 '적임자인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TF 외부위원은 전현직 사외시가가 결정했다.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 '현직'이고,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는 지난달 주총을 앞두고 사퇴했다. 정부여당의 외압에 부담을 느꼈던 만큼, 디지코 2.0 전략의 지속, 정부여당과의 원만한 관계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TF의 대표성, 투명성을 놓고 잡음이 불거진다. KT새노조는 "TF가 대표성을 갖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이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며 "17개 주주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7개 주주만 참여, 이 TF가 형식적 대표성을 갖추었느냐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문제삼았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객관성,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시비가 예상된다. KT 이사회는 "TF에서 마련된 선진 지배구조 체계 하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완료해 새로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대표이사 선임을 조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위원들의 통신업 경험과 이력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피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공기업 문제에 집중해 온 전문가를 선임했는데, 소유분산 기업인 KT의 자향점을 '공기업'화에 둘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업가치 증진과 같은 경영 성과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KT 정관에 명시된 최고경영자(CEO) 자격 요건을 수정해 전문 경영인보다 전직 관료와 같은 관리자가 낙점될 길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본다.

KT는 직무대행 체제 전환 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사와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통신 시설 구축 공사 집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통신 인프라 구축과 운용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알려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KT응 이날부터 21일까지 지역별로 OSP(광케이블·통신주·맨홀 등 외부 통신시설 구축) 분야 133개 협력사, 무선·전송·전원 분야 71개 협력사 등 총 200여개사에 정보통신공사 인증서를 수여하고 안전 운용 방안에 대해 토론한다.

특히 주요 담당 임원이 참석해 2분기부터 OSP 설비 이전과 유·무선 통신시설 구축 등 주요 통신설비 사업을 중심으로 공사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한다. 아울러 협력사가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전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을 공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