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반년 가까이 기업 리더십이 표류 중인 KT가 대표이사 자격 요건을 바꿨다.
[변윤재 기자] ICT 전문성과 경험을 빼고, 기업 경영 능력과 대외 협력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 KT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가 지난달 초초부터 수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마련한 개선안"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낙하산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기 CEO, ICT 전문가 대신 '경영인'에 무게
9일 KT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에서 마련한 개선안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KT 이사회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 후 관련 규정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이사와 관련된 정관 개정안을 보면, 기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상설위원회로 전환 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통합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명칭을 바꾼다. 해당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후보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제껏 지배구조위원회가 담당했던 대표이사 후보군 발굴·구성과 후계자 육성 업무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이관된다.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할 후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현직 CEO의 연임우선심사 제도는 폐지된다. 이전까지는 현직 CEO가 연임의사를 밝히면 적격 여부를 먼저 심사했다. 경선없이 재신임이 가능한 구조였던 셈이다. 구현모 전 대표의 경우, 연임 의사를 밝히 뒤 향후 재임 기간 경영 성과, 중장기 경영계획과 전략 등을 평가받아 '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다른 사내외 후보들과 똑같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맞춰 KT는 CEO 자격요건을 손질했다. 현재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 또는 경영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표이사로서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력·학위 △기업경영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경영실적 △기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을 적시했다. ICT업에 대한 이해와 실무 경험이 전제돼야 함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바뀌는 정관에는 ICT 전문성과 경험이 빠지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만 자격요건으로 명시된다.
그동안 KT는 4차 산업 전환으로 통신회사도 국가 기간 네트워크 사업자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ICT 전문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최근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체질 개선을 하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사업영역도 유무선 통신에서 미디어, 스마트공장과 같은 비통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ICT 이외의 산업에도 눈이 밝은 CEO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을 보면 통신부터 미디어, 광고, 부동산, 금융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하다"며 "카지노 슬롯머신 무료게임에 국한되기 보단 산업 전반에 걸쳐 이해도가 높고 경영 감각과 재무관리 역량이 뛰어난 분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표이사 자격요건이 더 확장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KT는 다만 CEO 선임을 두고 외압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 한해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 주주 추천을 통해 사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한다. KT 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추천이 가능하다. 사내 대표이사 후보군에게는 재직 2년 이상, 그룹 직급 부사장 이상이라는 조건 외에 경영 전문성, KT 사업 이해도를 고려해 선발한다.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 압축과 평가는 인선자문단이 맡는다.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 또한 강화됐다. 의결 참여 주식의 찬성 비율을 5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표이사 선임을 할 때도 신규 CEO는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에게서 찬성을 받아야 하고, 연임 후보는 의결 참여 주식의 3분의 2이상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CEO 선임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내부 참호 구축, 외부 낙하산 방지를 위한 장치다.
지배구조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되, CEO의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내이사 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 복수 대표이사 제도를 폐지하고,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KT 정관 제25조에는 '이사회가 추천한 자를 주총 결의로 대표이사로 선임하되, 필요에 따라 사내이사 중 대표이사가 추천한 1인을 이사회 선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사외이사 후보 7인 공개…다양한 이력 '눈길'
KT는 이날 차기 리더십을 결정지을 새로운 사외이사들도 공개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의 개선안에 따라 7명의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외부 전문기관,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후보군에 대해 인선자문단이 2차례에 걸쳐 후보를 압축했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7명은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카지노 슬롯머신 무료게임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다. 이중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자는 각각 주주 추천을 받은 인물들이다.
후보자들의 이력을 보면 상당히 이채롭다. 미래차, 행동주의펀드, 미디어, 회계, 친환경, 경영전략, 인공지능(AI)·정보통신 전문가까지 이들이 활동한 영역은 다양하다.
곽우영 전 센터장은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추전 받았다. LG전자 전자기술원장(부사장)과 MC연구소장을 지냈고 현대차그룹 차량카지노 슬롯머신 무료게임개발센터장(부사장), 산업통상자원부산하 차량카지노 슬롯머신 무료게임융합혁신센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성철 교수는 SK그룹과 서울시를 거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장, 한국정보사회학회장을 역힘했고 현대홈쇼핑,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사외이사를 맡았다.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Society(카지노 슬롯머신 무료게임S) 이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비상임이사, 국무총리 소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안영균 이사는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와 셀트리온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대표, 국제회계교육기준위원회(IAESB) 위원,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연구부회장 겸 상근행정부회장 등을 지낸 회계전문가다.
윤종수 전 차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환경부 차관을 거쳐 환경정책실장, 기후대기정책관, 자원순환국장(폐기물), 상하수도 국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유엔(UN)대표부 참사관,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 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이사와 한국위원회 회장, 대통령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근 고문을 맡고 있다.
이승훈 대표는 JP모건·UBS증권 한국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다 SK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개선과 IR을 담당했다. 특히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당시 최태원 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는 데 역할했다. 케이글로벌자산운용 ESG부문 대표를 거쳐 행동주의펀드인 KCGI 글로벌부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KCGI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후 경영권 분쟁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조승아 교수는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부본부장, 한국전략경영학회 부회장, 서울대 중국사무소 소장, 한인경영학자협회 회장, 국방부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애큐온캐피탈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현재는 삼성SDS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7명의 후보 중 ICT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최양희 총장이 유일하다. 그는 한국전기통신연구소와 프랑스 국립전기통신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정보통신표준연구센터 센터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서울대 AI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기술자문단 위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위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3년 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포스코ICT 사외이사를 맡기도 해 기업과도 연이 있다.
업계에서는 비통신 전문가들, 그 중에서도 보수정권으로 불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에 이어 윤경림 전 사장마저 '이권카르텔'로 낙인 찍힌 뒤 두 차례나 CEO 후보가 중도 사퇴했다. 이로 인해 임원 인사, 조직 개편, 중기 사업전략 등이 모두 밀린 상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KT는 현재 '큰 사고만 안나게'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상 올해 실적은 물론, 성장 방향성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 이상 대표 선임이 미뤄지면 타격이 크다. 실패하지 않아야 하는 까닭에 정부와의 관계를 기본으로 깔고, 경영 공백을 상쇄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후보들은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이나 경영 전략, 재무 관리에 더 특화된 인물이 대부분이다. 실제 KT가 공시한 추천 이유에도 주주가치 제고, 기업 경영 투명성이 강조됐다.
KT는 오는 30일 제1차 임시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을 완료한 뒤, 7월께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를 확정한다는 목표다.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자는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로 KT 이사회의 투명성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사외이사 후보 7인이 선임되면, 상법에 따라 퇴임 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유지했던 임기만료 사외이사 3인의 직무수행도 종료된다.
또한 ‘New Governance 구축 TF’가 지난 5월 초부터 수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 개선안을 마련했으며, KT 이사회는 금번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하고 관련 규정도 개선할 계획이다.
KT는 오는 30일 제1차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며, 신임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신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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