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이달 초 CES 2023에 이어 올해 첫 VCM에 등장하면서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평이 재계에서 나온다.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게임하기 황재희 기자] 13일 재계에 따르면 신 상무는 전날 열린 VCM에 참석해 그룹 현안을 공유했다. VCM은 롯데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는 그룹 사장단 회의다. 유통·화학·식품·호텔 등 계열사 고위 임원들이 참석해 롯데의 비전과 경영 목표를 공유하는 자리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
특히 올해 상반기 VCM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이후 우려의 시선이 높아져서다. 지난해 10월 기준 6조7000억원에 달하는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로 인해 계열사들이 1조1000억원을 수혈해줬다. 롯데물산의 보증으로 하나은행(2000억원), 한국스탠다트차타드(1500억원)에게 자금을 빌렸고,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은행에서 3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유상증자를 통해서는 롯데케미칼, 일본 롯데홀딩스, 호텔롯데 등으로부터 1782억원을 끌어온 것은 물론, 신 회장이 사재까지 털었다.
최근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함에 따라 숨통이 트인 상황이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롯데그룹이 바이오, 첨단소재 등으로 공격적으로 영역 확장을 하는 가운데, 주력인 유통사업 업황 부진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올해 상반기 VCM에서는 고강도의 체질 개선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3년 만에 대면 형식으로 열린 VCM 분위기는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롯데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임원들이 대거 퇴임하고 새 임원진들이 경영일선에 나선 상태다. 결연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찾은 계열사 임원진들은 신 회장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새 대표들이 참석한 첫 공식행사라 각오가 달랐겠지만 신 회장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 상무는 2020년 일본 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한 지 2년 만에 임원으로 고속승진했다. 직급이 올라간 데 따라 신 상무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뒤 한일 롯데홀딩스 교류회에 얼굴을 비춘 신 상무는 조금씩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같은해 8월엔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고 9월 롯데·노무라 교류회, 10월 롯데백화점 현장 점검 등이 이어졌다. CES 2023에서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롯데케미칼 서울관을 비롯해 롯데헬스케어, 롯데정보통신 전시관을 둘러봤다.
경영승계의 관건은 후계자로서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신 상무의 역할과 책임이 커진 만큼, 경영인으로서 선구안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에 신 회장의 메시지가 남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이 현재를 '상시적 위기의 시대'로 진단하고,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따라 CEO의 리더십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강조했다. 전문경영인에게 미래 먹거리 개발과 위기 관리를 요구한 셈. 경영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돌발변수를 제어하기 위해 안정된 기반을 다져달라는 의중이 읽히는 대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점친다. 신 상무가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신 회장 역시 VCM에서 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일진머티리얼즈 사례를 강조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고도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재무 전략을 점검했다. M&A 전 실탄 마련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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