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DB하이텍의 물적분할 계획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박민석 기자] 물적분할 계획을 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극심한 가운데 금융당국도 주주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물적분할 규정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이 공개한 물적분할 규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를 촉진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일 물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대효과, 주주보호방안을 공시하도록 했다.

나아가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의 지분을 기업이 매수하도록 의무화 한다.

물적분할 한 회사를 상장하려면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한다. 금융위는 주식매수청구권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연내 도입하고 공시는 오는 10월까지 거래소 상장기준을 개정해 도입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데일리임팩트에 “과거 형식적인 주총과 이사회 의결을 통해 물적분할안이 가결되던 것과 달리 반대주주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는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선택하는 데 신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DB하이텍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DB하이텍은 분사와 관련해 소액주주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DB하이텍이 지난 6월 팹리스(설계) 사업 부분을 전문성 강화를 이유로 분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들려오자 당일 주가가 15.70%까지 급락한 뒤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했다.

이후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과거 LG화학이나 카카오페이 사례와 같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해 사측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이에 DB하이텍은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사 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기업분할 반대 주주를 결집하기 위해 회사 측에 주주명부를 요청했으나, 사측이 명부 정보를 부정확하게 제공했다며 최근에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된 DB그룹이 DB의 지주회사 전환 요건 해소를 위해 DB하이텍의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DB그룹이 명확한 기업 분할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어, 분할 상장을 통해 DB하이텍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DB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브랜드 사업부 분할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물적분할 관련 규제에 따라 DB하이텍이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할 경우 더욱 신중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식매수청구권을 사용한 반대 주주를 설득해야 할 뿐 아니라, 만약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5년 이내 상장 시 강화된 상장 심사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물적분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돼 DB하이텍의 주가는 5일 오전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남 실장은 “ESG 확산과 함께 이번 물적분할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물적 분할을 앞둔)기업들이 의사결정 시 더욱 소액주주를 고려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