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모래주머니를 달고 글로벌 시장에 가서 경쟁하고 뛰기는 어렵다.“

[변윤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 철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업들이 1000조원 이상의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부처가 ‘규제개혁 부처’라는 인식하에 기업 활동, 슬롯게임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지시했던 만큼, 고강도의 혁신이 점쳐진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최저임금제 등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 제도들이 대폭 손질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규제 혁신 의지를 드러내는 데에서 나아가 실행력을 높일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글로벌 시장에 가서 경쟁하고 뛰기는 어렵다”며 “이제는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해서 화답할 때”라고 지적했다. 일단 전 부처 차원에서 행정 관행이나 행정규제를 먼저 풀고, 정부 차원에서 대통령령과 부령 등으로 바꿀 수 있는 규제는 완화한다. 중장기적으로 국회 입법을 통해 규제를 혁신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직접 기업 규제 혁신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해 속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기업 규제를 취합해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기업 규제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경영계와의 소통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취임식과 축하 만찬, 한미 정상회담 만찬, 중소기업인대회 등 기업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親)기업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경영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윤 대통령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얼마나 척박해졌는지 새삼 느끼게 된 것 같다“며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얼마나 실행력을 높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친시장’ 기조는 예상됐던 일이다. 후보 시절부터 민간 주도 슬롯게임를 강조했고, 당선 이후에는 기업이 끌고 정부가 지원하는 ‘2인3각’ 협력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내왔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지원군 역할을 자청하자, 경영계에서는 경계에서 관망으로 돌아서는 분위기였다. 일말의 우려를 내려놓지 못한 데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약속한 정부에서도 ‘쓰디쓴’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는 고용 창출과 연관 산업 성장, 슬롯게임 활성화의 촉매제가 된다. 역대 정부들도 기업 규제를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붉은 깃발’ 등으로 지칭하며 철폐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다수의 규제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강화됐고, 적절성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행정규제기본법 상 규제 시행에 따라 규제를 받는 집단과 국민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이 연간 100억원 이상이거나 규제를 받는 사람의 수가 연간 100만명 이상일 경우 중요 규제로 분류해 규제영향평가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 5년 간 새로 만들어지거나 강화된 규제는 5798건이다. 이 가운데 무려 96.4%가 비중요 규제로 분류됐다. 일부 규제는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찬성’만 있으면 규제영향평가가 생략되는 의원입법 형태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상법개정안 등도 이런 방식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없었다는 얘기다.

중요규제로 분류되더라도 극히 소수의 경우에 한해서만 철회됐다. 신설규제의 2.9%(106건), 강화규제의 4.8%(104건)만 중요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의 본심사를 거쳤고, 철회권고를 받은 사례는 0.24%(14건)에 그쳤다. 1000건의 규제가 신설·강화되는 사이 단 2.4건만 ‘문제가 있다‘고 본 셈이다. 이에 기업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대기업차별규제’는 빠르게 늘었다. 2019년 188건이었던 규제는 지난 5월 275건으로 46.3% 증가했다.

친기업을 약속했던 정부에서도 규제는 어김없이 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5827건의 규제가 신설·강화됐는데, 79.3%가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입법화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규제 자체는 줄었지만 ‘심대한 영향‘에 대한 판단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4859건 규제가 통과됐는데 90.6%가 비중요규제로 분류됐다. 전국슬롯게임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업의 경영활동과 권리를 제한하거나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가 미칠 영향에 대해 검토돼지 못했다”며 “그나마 초기에는 중요규제로 심사해 철회하기도 했지만, 후기로 갈수록 규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행위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경영계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전경련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규제 혁신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기대한다‘는 응답(24.6%)과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24.0%)이 비슷하게 나왔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친(親)기업 행보에 나서면서 경영계에서도 고강도의 규제 혁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윤 대통령이 민간 주도 슬롯게임를 강조하면서 역동성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약속했지만 이렇게 규제 혁신을 강하게 얘기한 것은 처음 같다“며 “꽤 실효성 있는 안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혁신의 지속성에 대해 걱정하는 기류도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총량제, 규제비용관리제, 규제샌드박스 등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 혁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다가, 정쟁에 휘말리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단군 이래 최대’라 평가되는 대형 투자안이 나온 만큼, 규제 혁신을 밀어 붙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부 출범 초기에는 성과를 입증해야 하고, 국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건 역시 슬롯게임“라면서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 혁신을 내걸었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일단 가장 문제가 되는 규제부터 풀어서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회의 논제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진전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 이상의 행정규제를 고치는 과정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범위와 요건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슬롯게임단체들도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슬롯게임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회원사들로부터 선결해야 될 규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를 토대로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첫 간담회에서 규제 혁신을 다시금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