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 주요그룹들이 곳간을 열었다. 삼성·현대차·롯데·한화그룹이 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변윤재 기자] 이들 그룹이 향후 5년 간 집행할 투자금액은 587조6000억원, 이 가운데 국내에만 480조원을 투입한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607조)의 79%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SK·LG그룹도 조만간 초대형 투자계획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투자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그룹들이 밝힌 투자의 ‘변’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일제히 ‘미래준비’를 이유로 꼽으며 ‘국가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의 초석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 1·2세대에서 강조했던 ‘사업보국’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다.

정부 출범 초기 주요 그룹들이 투자를 단행하며 고용 창출과 경기 활성화에 앞장서는 것은 관행처럼 되풀이 돼 왔다. 이번에도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실어줘 ‘실리’를 취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주요그룹들은 24일 587조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삼성 450조원, 현대차그룹 63조원, 롯데그룹 37조원, 한화그룹 37조6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고용 창출 계획도 밝혔다. 삼성은 5년 간 8만명, 한화는 2만명 채용을 약속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투자처의 면면이다. 국내, 그리고 신성장 분야에 집중됐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차세대 통신을 중심으로 하되 국내 반도체 사업에 무게를 둔다. 전체 투자액의 80%에 달하는 360억원이 국내에서의 선행기술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들어간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3개 계열사도 전동화·친환경 분야, 로보틱스·미래 항공모빌리티(AAM)·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은 물론, 내연기관 차량 상품성 향상처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매진한다. 롯데그룹은 바이오·헬스케어·모빌리티 같은 비유통·신성장 사업을 주축으로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고부가 스페셜티·수소·전기차 충전·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힘을 준다. 한화그룹은 태양광·풍력·친환경 소재 개발·방산·우주항공을 점찍고 국내에서만 20조원을 쓴다.

그룹들의 투자는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기존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설비 투자를 병행한다. 롯데그룹 역시 7조8000억원을 투입해 화학 분야 생산 증설과 설비 보완을 단행하고 국내에도 1조원 규모의 CDMO 공장을 새로 짓는다. 서울 상암·인천 송도에 복합몰을 세우고 특화 매장 확대, 핵심 지점 리뉴얼, 호텔·면세점 재정비를 진행한다. 한화그룹은 석유화학 부문 시설에 4조원, 복합개발 사업 확대 및 프리미엄 레저 사업 강화 등에도 2조원을 투자한다. 이 같은 인프라 확대에 따른 고용유발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생태계 확장을 위한 개방적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은 속도를 높인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관련 원천기술과 요소기술 강화를 위해 외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린다. 롯데그룹은 롯데벤처스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에 3600억원을 투자하고, 푸드테크(미래식단)·헬스케어 등으로 분야를 넓힌다. 롯데벤처스는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10대 그룹 중 아직 투자를 확정하지 않은 나머지 그룹들도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재계 2위로 올라선 SK그룹의 경우, 반도체와 첨단소재,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에 최소 70조원 이상의 투자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은 전장부품과 전기차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4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투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영 환경이 악화돼 대형 투자를 단행하기에 녹록치 않아서다. 전국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인연합회(전경련)이 국내 외부감사기업 1만7827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일시적 한계기업은 34.1%였다. 3곳 중 1곳은 경영난을 겪었다는 얘기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망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수출기업들이 받는 영향을 조사했더니, 무려 85.5%가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과 같은 악재까지 더해졌다. 무역수지마저 악화돼 ‘투자를 통한 위기 돌파’라는 공식을 적용하기에는 불확실성의 강도가 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빚을 내서라도’ 현금을 쟁여두고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말 100대 기업의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값)은 164조8000억원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였다. 산업계에는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때문에 재계는 주요 그룹들의 투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그룹의 혁신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나아가 ‘기업의 성장이 국가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를 반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업의 투자는 결과적으로 국민 소득 증대, 연관 산업계 성장, 국가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특히 핵심전략산업을 집중하는 방식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라 성장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단행한 그룹들도 ‘책임’ ‘의무’라는 말로 의미를 부각시켰다.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선택이 아닌 의무”(삼성)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 강화”(현대차) “국내 산업생태계 활성화”(롯데) 같은 설명이 붙었다. 미래 기술 선점 및 내재화 이상의 효과, 연관 산업계와의 동반상승 효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라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을 의식한 발언이다.

다만 투자 시점을 보면 그룹들의 ‘의도’는 더 현실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새 정부 출범 후 보름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후 이틀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 주도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를 강조하면서 기업들의 ‘협력’을 요청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관계가 기술·가치동맹으로 격상됐다고 선언하면 대미 투자를 은근히 종용했다. 양국 정상의 요청에 화답하는 자세를 취해 더 이상의 압박을 차단하는 한편, 기업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대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첨단 기술력은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의 위상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무기가 됐다”면서 “독자 개발한 기술이 많아질수록 우리 기업들과 손잡으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대관 인력을 늘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시장 정부를 향해 ‘친기업’ 행보를 부탁하는 러브콜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업들은 정부에 대대적으로 규제를 풀고 세제 지원을 늘려달라는 청을 넣고 있다. 윤 대통령도 ‘모래주머니를 치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양준모 연세대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민간 주도 성장의 신호탄을 쏜 만큼, 조기에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필수”라며 “다만 규제 개선은 정권의 의지와 국민의 지지가 있을 때 이뤄진다”고 짚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비추어 고용·투자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규제와 세제만 손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윤 대통령은 ‘깊은 감명’을 받은 인물로 존 스튜어트 밀, 밀턴 프리드먼을 꼽은 적이 있다. 두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학자는 정부의 개입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견지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더라도 시장의 질서를 훼손하는 불공정행위를 방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바라는 수준의 ‘파격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친기업’을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업들로선 내심 편치만은 않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덩어리 규제개선을 공언했지만 결국 유턴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신설 강화된 규제가 5827건, ‘반기업’적이라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5798건)보다 많다. 그룹들이 먼저 투자를 늘려 친기업 정책을 유도하겠다는 대응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조동근 명지대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학과 명예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대규모 투자가 한국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가 붐업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규제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면 정부가 이를 물리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부 그룹은 더 긴박한 사정이 있다. 삼성과 롯데는 총수의 ‘온전한’ 복귀가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한국의 총수 리스크에 민감해 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면·복권 되지 않는 한 글로벌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글로벌 기업들이 굉장히 전투적으로 경영을 벌이고 있는데, 삼성이나 롯데는 자칫 리스크가 될까봐 총수들의 보폭이 위축된 인상”이라며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니 경영 제약을 풀어 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