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팁 이태웅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도시가스 사업부 매각을 위한 밑작업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도시가스 사업 중간 지주사인 E&S시티가스·E&S시티가스부산으로부터 빌려온 3조원 규모의 차입금의 절반을 상환했다는 이유에서다.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이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을 염두하고 신설된 지주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SK이노베이션이 본격적인 딜(Deal)에 앞서 채무 관계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가 지급해야 할 배당금을 상계 처리한 것으로 도시가스사업부 매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은 지난달 20일 SK이노베이션에 총 3조1350억원 규모의 장기대여금 가운데 40.1%에 해당하는 1조8972억원을 처분했다. 구체적으로 E&S시티가스는 2조4000억원 중1조2578억원, E&S시티가스부산은 7350억원 중 6394억원을 정리했다.

이번 장기대여금 매각은 처분 형태를 한 차입금 상환과 다름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3조원에 달하는 대여금의 출처가 합병 전 SK E&S가 KKR로부터 조달해온 RCPS이기 때문이다. 자금 흐름을 보면 뚜렷하다. SK E&S는 KKR로부터 RCPS를 통해 2021년 10월 19일, 2022년 12월 21일 두 차례에 나눠 3조1350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SK E&S는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을 위해 앞서 발행한 RCPS를 상환하고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을 발행주체로 동일 규모의 RCPS를 재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SK E&S는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로부터 기존 RCPS 상환 자금을 지난해 10월 21일 장기 차입금(2년물)을 통해 조달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면서 차입금을 인계받았는데 이를 지난달 헐값에 사들이면서 상환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번 차입금 상환이 도시가스 사업부 매각을 위한 SK이노베이션의 사전 정지작업이란 분석도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3조원 규모의 RCPS가 도시가스 사업부 매각을 전제로 발행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관측대로라면 SK이노베이션은 RCPS의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을 KKR에 현물로 상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로부터 빌려온 장기 차입금을 상환하게 되면 현물 상환을 통한 현금 유출 방지의 의미가 퇴색된다.

장기차입금과 RCPS의 상환 일정도 이 같은 추정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SK E&S가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로부터 빌려온 2년물 차입 기간은 2026년 10월 31일까지다. 반면 RCPS의 상환기간은 1차 우선주를 발행일로부터 5년이 되는 2026년 10월 21일부터 5년 6개월이 되는 2027년 4월 21일까지다. 이때 발행회사인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은 RCPS 계약 조건에 따라 상환일 2주 전 KKR 측에 상환 공고·통지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SK이노베이션이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을 매각하기 전 밑작업을 마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E&S 사업부가 E&S시티가스부산 산하 부산도시가스에 투입했던 투자금(공개매수)을 배당을 통해 전액 회수했다는 점도 시장에서 도시가스 사업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SK E&S는 합병 전인 2021년 10월 부산도시가스에 대한 공개매수를 통해 부산도시가스를 자진 상폐 시켰다. 당시 매입가는 보통주 1주당 8만5000원이다. 다만 상폐 이후 부산도시가스가 단행한 주당 배당금은 ▲2022년 2만4739원 ▲2023년 4만7999원 ▲2024년 1만2700원이다. 3년 간 주당 배당금 총 합계는 8만5438원이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장기 대여금은 앞서 SK E&S가 합병 전 보유하고 있던 RCPS를 E&S시티가스 등에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행한 것이 맞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이 지급해야 할 배당금을 상계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 회계적으로 처리한 것일뿐 매각과는 관련이 없다"며 "RCPS의 상환 기한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매각과 관련된 부분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E&S시티가스 산하 코원에너지,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 등 6개사가 지난해 확정한 배당금 총액은 1255억원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