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조아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청약 환불금이 기진맥진해진 국내 증시에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국내외 비우호적인 환경으로 올해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수급 지원에 힘입어 다음주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영 기자] 지난주 말 LG엔솔 청약시장에 몰렸다가 돌아온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는 현상은 감지됐다. 실제로 지난 21일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959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청약 증거금 가운데 주식을 배정 받지 못한 110조원의 증거금이 증권사 계좌로 돌아왔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1일 LG엔솔에 몰린 청약 증거금(114조원1066억원)에서 1097만482주(3조2911억원)를 배정 받지 못한 나머지 증거금이 환불됐다. 환불 규모는 110조81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110조원의 자금이 LG엔솔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거나 다른 공모주 청약 증거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 관련주나 타 업종 종목으로 온기가 번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10% 미만 낮은 유통 물량에 ‘품절주’ 예상
LG엔솔의 상장 직후 유통이 가능한 물량은 10% 미만으로 관측된다. 81.8%의 지분(1억9150만주)을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 LG화학은 상장 후 6개월 동안 매도를 하지 않을 계획이며, 지분율 3.5%(815만주)의 우리사주 조합도 1년 간 주식을 팔 수 없다.
이에 더해 국내외 기관들에 배정된 2337만5000주 중 58.3%가 최소 15일에서 6개월까지 의무보유를 확약했다. 이 중 의무보유 확약 기간이 6개월인 물량이 기관 배정 주식의 42.6%에 해당하는 996만365만주다.
유통 가능 물량이 매우 적으나 상장 후 수요가 클 전망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약 70조원으로 적정 시총보다 약 37.4% 할인된 상황이다. 경쟁사인 CATL의 시총 250조원과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낮다.
특히 코스피200, MSCI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패시브 자금 유입 규모가 최소 1조원으로 예상되는 점도 수요 확대 요소다. 패시브 자금 수요는 2월 초부터 3월까지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PO 사상 최대어 공모 청약 끝난 국내 증시 전망은
그동안 대형 공모주 청약이 끝나면 개인들의 투자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곤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이 끝난 이후 1~3개월간 개인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번에도 개인들은 돌아왔다. LG엔솔의 청약금이 환불된 첫날인 지난 21일 개인 투자자들은 1조7334억원을 순수히 사들였다. 지난 20일까지 최근 7거래일 동안 개인의 평균 순매수 규모는 709억원에 불과했으나, 21일 하루 만에 일일 평균 순매수 금액의 24배가 국내 증시로 유입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9% 하락한 2834.29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미 증시에서 약세가 나타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 현·선물 매도를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강한 매수세가 조정장 속에서 완충 역할을 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향후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이후 남아있는 개인들의 대기 자금도 증시에 하방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대출금리가 높아졌음에도 청약일 이틀 동안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7조원가량 증가할 정도로 개인들이 뚜렷한 투자 대안이 없는 가운데 여전히 증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3일부터 청약 마감일인 19일까지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14조원이라는 대규모의 증거금이 LG엔솔 청약에 몰렸던 만큼, 증시에서는 수급 공백이 나타났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 조정 경험 여부에 따라 국내 증시의 회복 속도가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업종과 별개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접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코스피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전에 조정을 받고 이후 청약 마감일이 끝나자 상대강도의 회복세를 나타냈다”며 “이번에도 상대강도가 당시와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대형 공모주는 대형주 수급과 연관이 크기 때문에 조기 긴축 우려가 남아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중소형주이 대형주보다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며 “또한 중소형 개별주들은 청약 마감 이후 지수보다는 반등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LG엔솔發 2차전지주 수혜 있을까
LG엔솔에 쏟아진 관심이 동종업종으로도 퍼져나가며 2차전지주가 수혜를 입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KB증권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경우는 청약금 납입 이후 각각 건강관리와 IT가전 업종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카카오뱅크·크래프톤·현대중공업 청약 이후에는 은행·게임·조선 업종의 주가 반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조 단위의 대형 IPO의 청약금 환불이 이뤄진 후 개인들의 투자금이 같은 업종이 속한 기업으로 향하는지 여부는 해당 업종의 낙폭과대 여부가 갈랐다”며 “데이터가 적어 일반화는 어렵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당시에는 환불일 이전 관련 업종들의 주가가 하락세였으나 다른 공모주 청약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통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환불일 이전인 지난 20일까지 KODEX 2차전지산업 ETF와 TIGER 2차전지테마 ETF는 각각 0.45%, 3.39%의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2차전지 관련 대장주인 삼성SDI(5.04%), SK이노베이션(11.3%)의 주가는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SK아이이테크놀로지(-14.6%), 에코프로비엠(-9.15%), 포스코케미칼(-11.5%), 엘앤에프(-9.35%), 일진머티리얼즈(-17.8%), 천보(-9.93%) 등의 2차전지 관련 대표 기업은 하락세가 짙었다.
이처럼 2차전지 업종에서 그동안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만큼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2차전지 관련주들의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KB증권은 특히 대보마그네틱을 특징주로 이달에만 2번 이상 제시하기도 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대형 IPO에 따른 수급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됐던 2차전지 관련주에 다시 관심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상 리스크로 인해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은 소형주들에는 충격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나, 대보마그네틱은 판매·공급 계약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보마그네틱은 2차전지 각 공정에 투입되는 전자석탈철기(EMF)의 생산·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이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72.4% 급등한 바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153억원가량을 순수히 사들였다. 21일에는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며 주가가 9.4%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환불된 증거금들이 다음 공모주 청약으로 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엔솔 청약 흥행으로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다음달부터 곧장 대어급 공모주 청약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25~26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내달 3~4일 일반 청약에 들어간다. 공모가 밴드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5~6조원으로 모회사이자 현재 건설 대장주인 현대건설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상반기 내로 몸값이 10조원대로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컬리, 교보생명, SK쉴더스, 쏘카, 원스토어 등이 상장에 도전한다. 1조원 이상 규모의 대어급 공모주들이 출격하며, LG엔솔 이후에도 달아오른 공모주 투자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권사들은 자사 계좌에 뭉칫돈을 잡아두기 위해 재투자 이벤트에 나섰다. LG엔솔 청약 대표 주관사였던 KB증권은 이번 청약에 참여한 고객 중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한 고객에게 1인당 최대 100만원 한도로 세전 연 5.0% 수익률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 신한금융투자도 청약 신청 이후 단기사채·장외채권·파생결합사채(DLB), 신탁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추첨을 통해 1만~10만원의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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