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방법 허제원 부국장]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지난주 시작됐다.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부풀리는 분식 회계에 관여’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허제원 부국장/기획취재부] 자본시장 관점에서 볼 때 정말 어처구니 없는 혐의와 재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올해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민철 두산 사장을 불렀는데 사유는 '두산밥켓과 로보틱스 합병안이 소액주주 권익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는 것을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원장의 금감원은 이미 두산의 합병신고서를 반려했다.
삼성과 두산의 사례처럼 기업 합병 분할 과정에서는 기업 오너 이익과 소액주주 이익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기업 분할과 합병은 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와 관련 과거 에이스안테나, 에이스테크의 분할 합병 사례에서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등에 대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인수합병 기획을 준비하고 있던 차 때마침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는데 이를 계기로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10년이 지난 지금 두 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주요 기업 지분가치의 변동을 통해 과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슈가 되고 그룹 총수를 재판에 나오게 할 일인지 짚어 보도록 하겠다.

법적 이슈가 걸리면 문제를 삼는 건 목적, 의도와 관련된 부분이다. 솔직하게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강화를 위한 목적이 없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과정과 결과다.
많은 이들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지배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합병후 10년이 지난 지금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일까?
2024년 9월 30일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18.4조원이다. 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는 29.9조원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 가치의 50% 이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인 것이다. 32% 정도인 삼성전자를 훨씬 넘는 비중이다.

위 표는 (구)삼성물산과 (구)제일모직의 합병시점 보유한 주요 지분가치의 당시 장부가치와 현재가치를 비교한 것이다. 합병시점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장부가치가 7.9조원으로 제일모직이 보유한 주요 법인의 지분 가치를 훨씬 뛰어 넘는다.
당시 장부가치만 기준으로 제일모직 대비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가 훨씬 큰 것이 합병 비율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로 시작되어 10년이 넘도록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비율부터 '상장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까지 여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부풀려졌다'는 공모가격 13만6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97만7000원에 거래중이다.
심지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를 제외하고도 두차례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며 표에 나온 것 이상의 주식을 취득해 더 큰 가치 증가가 있었다. 표에 나온 가치 증가분은 유상증자 권리와 증가된 주식가치를 제하고 순수하게 합병 시점에 보유하고 있었던 주식에 대한 가치 증가분을 표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정말 대단한 회사이기에 합병 시점 7.9조원의 가치가 지금은 18.4조원으로 100% 넘는 성장을 보였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합병 시점 장부가치 3439억원이 지금은 시장가치로 25.2조원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상증자를 거치며 늘어난 주식 수량을 감안하면 그 가치가 지금 29.9조원으로 과장하면 100배 성장하였다.
(구)삼성물산과 (구)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구)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논리가 지금도 유효하려면 합병이후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식가치 상승이 제일모직이 보유한 주식가치 상승 대비 월등하거나 최소 비슷한 수준의 변동을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닐까?
'주식시장은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평가 기간을 늘려 잡는다면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이후 사업가치도 있고 지분가치도 있어 지분가치로만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지분가치로만 본다면 합병법인 삼성물산의 가치 증가에 (구)제일모직이 기여한 부분이 월등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과론은 (구)제일모직이 부풀려진 가격에서도 부풀려진 것 이상의 가치 상승을 가져왔다. 그럼 합병 이전 제일모직이 상승해 합병시점까지 가치가 부풀려진 과정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장은 그 시점부터 삼성이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손꼽은 바이오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것 아닐까?
삼성 오너일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가 변화가 인위적이고 불법적인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 시각으로는 시장은 현명하고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차세대 성장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평가한 것이라 본다.
물론 문제삼을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선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를 '왜' 오너일가가 장악하고 있던 에버랜드(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에서 진행한 것일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시점 삼성전자와 에버랜드가 각각 40%, 삼성물산이 10% 지분을 보유했다. 개별 법인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투자의사 결정을 진행한 것이라면 상관 없지만 삼성그룹 차원의 개입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시점 삼성전자, 에버랜드, 삼성물산 및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에버랜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0%를 갖고 있는 건 의아하지만 당연한 부분이다.
투자업계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에버랜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많이 들고 있었고 몇 차례 사업부 M&A와 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을 거쳐 주식시장에 상장해 몇달간 거래를 통해 시장가격을 형성한 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병을 진행한 과정이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라도 시장가격 형성 및 합병비율 산정이 인위적 조작이라는 느낌은 당시에도 들지 않았다.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 포트폴리오를 봐도 당시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업 합병과 분할이 개별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도 있지만 오너 이익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2024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다. 두산, SK, 한화 등의 기업합병 과정에 대한 추궁이 진행될 것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는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 그런 점에서 오너의 이익 추구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주주의 손실이 초래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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