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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내 행동주의펀드 전문가들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전략과 성과가 크게 발전했다는데 입을 모았다.
[박민석 기자] 다만 행동주의를 막기 위한 기업들의 방어전략도 정교화 되고 있어, 소액주주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집중투표제 활용해 ·표 대결 없이 이사 선임 사례 나와
전문가들은 최근 데일리임팩트가 개최한 행동주의펀드 전문가 토론회에서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의 활동과 전략이 모두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주주제안 안건이 가결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등 올해 정기 주총 시즌에서는 전년대비 국내 행동주의가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운을 땠다.
김 교수는"특히 JB금융과 KT&G와 같이 주주들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이사를 후보로 내세워 관철시킨 사례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JB금융과 KT&G에서 행동주의펀드와 주주들은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이사수 만큼 의결권을 제공하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에 추천한 5명의 이사 중 2명의 사외이사(김기석·이희승)를 선임했고, 기업은행은 KT&G에 제안한 손동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켰다.
사측과 우호적인 물밑 대화로 표대결 없이 이사 선임에 성공한 태광산업 사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근 3년간 주주 활동에 나선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제안을 회사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사례"라며 "대립 없이 우호적으로 주주제안이 이뤄진 주목할 만한 변화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주관여로 이끌어 낸 주주환원정책도 행주펀 성과
전문가들은 행동주의펀드의 성과를 주총 표결 뿐 아니라, 주주활동 과정에서 나온 사측의 주주환원 정책과 주가 상승률 등으로 넓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주주제안으로 표대결보다 주주활동 과정에서 상승한 주가와 회사의 리액션 등이 행동주의펀드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며 "이 관점에선 사측의 주주환원을 이끌어 낸 차파트너스의 금호석유화학 대상 주주활동은 성공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달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주총회에 3가지 안건(△자사주 소각 관련 정관변경 △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 사외이사 선임) 을 제안했으나, 사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다만, 사측에서는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이후 올해부터 3년간 자사주 50% 소각을 담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주주제안으로 안건을 통과 혹은 관철 시키는 것은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고, 그 과정 자체가 적대적으로 비칠 수 있다"며 "주주 관여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동주의펀드의 역할이자 성과"라고 말했다.
또한 행동주의펀드가 이 같은 성과를 적극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오너가 존재하는 국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가 표 대결에서 사측을 이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이는 행동주의펀드의 능력 문제라기보단 국내 대기업 집단의 소유 구조의 근본적 한계"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행동주의펀드들은 눈에 보이는 표결 이외에도 회사와 사전 합의나 논의 된 내용을 어떻게 외부에 알릴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꼼수'로 행동주의 활동 방해·미흡한 외국인 주주권 보장 아쉬운 대목
행동주의펀드의 전략은 발전했고, 성과는 늘었으나 기업들의 대응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법의 허점을 활용해 행동주의펀드의 주주 제안이나 활동을 막기 위한 '꼼수'가 빈번히 나타났다는 것.
김 교수는 "기존 감사위원을 사임시키고 갑자기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하면서 주주제안을 봉쇄한 사례나, 감사위원 후보가 복수로 나올 경우 순차투표로 회사측 후보자들이 되면 주주 제안 후보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 등 여전히 이런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임시주주총회 개최 6주 전에 일정을 공시하면서 KCGI운용의 주주 제안을 막았다. 상법상 주주 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 전달해야 하는데, 현대엘리베이터는 6주 전에 임시주총 일정을 공시해 사측이 선임한 이사 후보만 단독으로 선정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KCGI 운용 측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상장사에서 행동주의펀드를 지지할 경우 표 대결에서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사측이 주총현장 참석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요구하는 서류가 과하게 많고 외국인 주주들이 데려온 통역사의 동반 입장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LG화학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대동한 개인 통역사가 위임장이 없어 입장을 거부 당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LG화학 같은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일어난 국격에 안 맞는 행태들이 지속되고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3%룰 적용·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 등 제도 보완 강조
전문가들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 활동 확산을 위해 국내 상장사 정관 개정 혹은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향후 행동주의펀드가 이사 선임을 위해 주요 전략으로 활용 될 가능성이 높은 집중투표제의 경우, 상장사 대다수가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어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데 3% 룰을 도입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하지 않으면 행동주의펀드가 주총 내 표결에서 이기는 것은 어렵다"며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3%룰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장사가 보유한 자기주식도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자사주 발행 후 3개월 이내 소각하거나, 신주 배정을 못하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국내 수많은 회사들이 많은 자사주를 단순히 보유만 하는 일종의 경영권 방어를 하고 있다"며 "자사주 관련 제도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문제 제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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