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4대 시중은행 진입, 그리고 실적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자율배상을 결정 속에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토너먼트 김병주 기자] 홍콩ELS를 판매한 모든 은행이 자율배상에 나서는 가운데, 두 은행의 경우 전체 실적 대비 자율배상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 실적 전반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ELS 관련 자율배상에 따른 충당금 이슈 뿐 아니라 은행권 전반의 순이자마진(NIM) 감소, 비이자부문 약세가 예상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은행업권 내 전반적인 기류 또한 결코 시장에 우호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양 행이 목표로 하는 주요 과제의 연내 달성 여부도 안갯속에 빠진 분위기다.

홍콩ELS 취급 은행 모두 자율배상 확정

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원금 손실 사태를 야기한 홍콩ELS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율배상을 확정했다.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주요 은행 중 마지막으로 자율배상을 확정하면서 홍콩ELS를 취급했던 국내 은행 6곳 모두 투자자 대상 자율배상을 시행하게 됐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번 홍콩ELS 자율배상의 여파로 이와 연관된 은행들의 상반기 실적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ELS 판매 잔액은 약 10조500억원 가량으로가량으로 추산된다.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판매 잔액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이 7.8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신한은행(2.4조원), 하나은행(2조원), NH농협은행(1.4조원), SC제일은행(5800억원), 우리은행(400억원) 순으로 상반기 만기 도래 잔액이 컸다.

이 가운데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간 만기가 도래한 규모 중 손실처리된 잔액은 추정 손실률(53%)을 고려한 약 5조33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중 현재 은행권에서 예상하는 평균 배상률(40%)을 감안하면 6개 은행의 자율배상 규모 추정치는 약 2조13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당장 이번 자율배상 규모가 1분기 실적에 충당금 적립, 또는 영업외 손실등의 방식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은행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적잖은 규모의 충당금이 적립돼 있는 상황인 만큼 실제 은행권에서 우려하는 건전성 악화 등의 리스크 발생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자율배상이 결정된 만큼, 빠른 배상 시행을 목표로 내부 조직을 신설하는 등 속도감 있는 조치에 돌입했다”라며 “향후 인사 문책, 과징금 등 당국의 징계 국면에서도 이같은 은행권의 노력이 일정 부분 참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상금‧실적 여파에 울고웃는 은행

다만, 각 은행별로 홍콩ELS 자율배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다. 지표상 실적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익성 우려를 최소화하고, 투자자들과의 원만한 배상 협의를 도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

특히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이번 홍콩ELS 자율배상이 1분기, 나아가 상반기 내 일회성 이슈로서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모두 자율배상 추정치 이상의 충당금을 이미 적립해 둔 상황이다. 또 실제 투자자와의 개별 협상 과정에서 배상규모가 추정치보다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4대 시중은행과 달리 또 다른 홍콩ELS 판매사인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 대비 자율배상 규모가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연스레 실제 실적 변화 양상도 4대 시중은행보다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의 홍콩ELS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조6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잔액은 1조4800억원으로, 추정 손실률 및 배상비율(40%)를 고려하면 예상 자율배상 규모는 3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NH농협은행 실적이 672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율배상액을 단순 제할 시,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SC제일은행은 홍콩ELS를 판매한 모든 은행 중에서 자율배상에 따른 실적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SC제일은행의 홍콩ELS 판매 잔액은 전년 말 기준 1조2400억원으로 이중 절반에 가까운 5800억원 가량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앞선 조건과 동일한 손실률과 배상비율을 적용하면 예상되는 자율배상 규모는 123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당기 순익(1265억원)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고, 지난해 연간 실적(3506억원)과 비교해도 약 35%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나머지 판매 잔액을 대상으로도 자율배상이 이뤄질 경우, 전년 연간 실적의 약 70~80% 수준이 배상액으로 산정될 것이란 계산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들 은행은 공통적으로 여타 시중은행 대비 자산관리(WM), 비이자익 등 분야에 전략적으로 집중해 온 경향이 있다”며 “가뜩이나 ELS사태로 관련 상품 판매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번 자율배상이 더해질 경우 실적 부문에도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농협‧SC제일, 직격탄 맞을까

이같은 홍콩ELS 자율배상은 당장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의 당면 과제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NH농협은행은 당면 목표 중 하나인 4대 시중은행 진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주춤한 사이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4위 탈환을 목전에 뒀지만, 이번 자율배상으로 인해 차이가 다소 벌어질 수 있기 때문.

여기에 우리은행이 전체 홍콩ELS 취급 은행 중 가장 작은 판매 잔액(400억원)과 자율배상 추정치(40억~50억원)를 보이고 있다. 전체 실적에서 이번 자율배상 이슈가 미칠 영향이 가장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4대 은행 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 전년 실적 대비 자율배상 규모가 전체 은행 중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기, 연간 순익 모두 급감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C제일은행의 경우, 타 행과의 차별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자산관리(WM)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로 그간 쌓아온 WM부문에서의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은행은 ELS사태로 인한 비이자익 부분 경쟁력 약화 못지않게 당장의 실적 저하 또한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은행별로 고민의 크기는 다르지만 아무래도 전체 순익 대비 홍콩ELS 자율배상 비중이 클수록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