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다소 잠잠했던 은행권 내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주인공은 바로 슬롯머신 게임이다.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게임 김병주 기자] 내부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발됐는데, 일단 NH농협은행은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와 함께 실제 손실금액 등의 파악에 즉각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사실상의 ‘준공공기관’ 성격을 지닌 슬롯머신 게임에서 또다시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여간 발생한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중 배임 등 특정 영역에 유독 취약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에 더욱 고삐를 죄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NH농협銀, 110억 금융사고 들여다보니....'

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슬롯머신 게임은 감사 결과, 내부 직원의 업무상 배임 사고로 약 109억4734만원 가량의 금융피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피해금액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장기간 진행된 배임 사고인 만큼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준공공기관 성격의 슬롯머신 게임에서 이같은 내부통제 이슈가 또다시 불거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청렴농협’ 강조하며 본인 주도의 캠페인까지 벌여온 이석용 행장의 의지가 사실상 이번 사고로 빛이 바랬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일단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슬롯머신 게임 내 배임사고는 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직원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4년 8개월간 대출 평가 금액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실제보다 과다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이 제시한 담보물(부동산) 관련 서류를 조작, 담보물 평가액을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것이 의혹의 주된 내용이다.

쉽게 말해 기존에 10억원으로 평가받는 부동산 관련 서류를 조작, 평가액을 20억원으로 부풀린 후 대출 또한 20억원을 집행하는 형태의 배임 사고다. 은행의 입장에선 해당 채무가 부실화돼 담보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다 하더라도 10억원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슬롯머신 게임 측도 해당 공시를 통해 “은행 자체 감사를 통해 이번 금융사고를 발견했다”며 “형사고발과 더불어 해당 직원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슬롯머신 게임은 현재 본사 감사부가 중심이 돼 관련 사고를 검사하고 있다. 이번 배임사건의 혐의를 받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고의성 여부를 포함해 공급된 대출 전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사고가 확인된 이후,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이번 슬롯머신 게임 내 배임 사건을 예의주시하며 현장검사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은행 자체 감사가 끝난 직후, 금융당국이 추가 현장검사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배임 기간과 규모가 결코 짧거나 작지 않은 만큼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내부의 설명이다.

슬롯머신 게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출업무 관련한 배임사고가 발생한 건 검사 결과 확인된 상황”이라며 “금감원의 검사가 예정돼 있고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까지 한 터라 자세한 내용을 공시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실질 피해액 및 회수 가능 금액 확인엔 시간 소요

일단 이번 사고로 인해 슬롯머신 게임이 입은 실질적인 손실 예상 금액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사고 피해 규모가 3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은행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공시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실질적인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에 슬롯머신 게임이 공시에서 밝힌 피해 규모가 추후 공개될 금감원 감사 결과에서는 다소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슬롯머신 게임이 공시를 통해 밝힌 대출 취급 기간 중 해당 직원이 집행한 전체 대출 취급액 전체를 모두 배임으로 특정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횡령 사고의 경우, 통상 당국 감사를 통해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 규모가 추가로 확인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여신 배임의 경우 각 대출 건 별로 문제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배임 규모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배임 사고가 4년여가 넘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에서 정확한 실질 피해액 및 회수 가능한 금액 규모 등을 확인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임 사건의 특성상, 타 금융사고에 비해 회수율이 낮다는 점에서 이번 슬롯머신 게임 사건 또한 추후 확정되는 금융사고 금액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배임 사고 규모는 426억8650만원으로, 이중 실제 환수된 금액은 111억352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배임 사고 금액의 26%에 불과한 수준이자, 같은 기간 금융업권 전체 환수율(37%)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애초 배임 규모에 포함됐던 대출 중 실제 검사 결과 정상적으로 집행된 대출을 회수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런 까닭에 회수율이 비교적 높은 횡령과 달리 배임사건의 회수율 자체는 낮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강화, ‘공염불 그치나’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이번 슬롯머신 게임의 금융사고의 실제 피해금액, 회수율 등과는 무관하게 이번 사고가 배임의 형태로 발생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새 드러난 5대 시중은행 내 금융사고 중, 유독 농협은행에서 배임 관련 사고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한규 의원실에서 지난해 공개한 5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슬롯머신 게임에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발생한 배임 사고는 총 2건, 규모는 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초 발생한 배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KB국민은행의 사고 규모(약 161억원)에 이어 5대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큰 배임 액수다. 같은 기간 슬롯머신 게임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건수는 11건, 피해 규모는 29억원 가량으로 배임 금액보다 13억원 가량 작았다.

특히 슬롯머신 게임이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농촌 진흥을 위한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실상의 ‘준공공기관’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배임, 나아가 금융사고를 더욱 중대하게 보는 이유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이러한 준공공기관인 슬롯머신 게임이 시중은행에 비해 더욱 엄격한 내부통제 및 도덕적해이 근절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이같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실제로 슬롯머신 게임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만 2건의 금융사고(횡령‧사금융알선)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2건)와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소위 우리은행 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이후, 거의 모든 은행이 내부통제 강화에 더욱 고삐를 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내부통제 노력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