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그간 ‘상생’을 강조해 온 국내 시중은행들이 정작 실질적인 포용금융에는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포용금융을 늘리겠다는 당초 의지와는 달리 곳곳에서 미진한 부분이 포착되고 있는 것.
[딜사이트경제슬롯게임 김병주 기자] 특히 이같은 흐름이 실질적인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 취약 차주들의 유동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같은 아쉬운 포용금융 행보가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하반기 국내 은행권 내 각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역대급 실적에도 줄어드는 포용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쓴 가운데, 정작 포용금융 규모는 실적 성장세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40조원에 육박하는 이자수익을 거둔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도 16조6600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15조3370억원) 대비 약 8%가량 늘어난 수치이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이익 기록이다.
다만, 금융취약계층과 대출 실수요자 대상의 포용금융 상품 공급은 이같은 실적 흐름을 뒤따라가지 못하는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술신용대출 영역이다. 기술신용대출이란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담보나 신용이 떨어지는 혁신·중소기업에 기술력 또는 지식재산권(IP)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의미한다.
일반 신용대출 또는 중소기업 대출보다 금리도 낮아 성장잠재력은 높게 평가받지만, 아직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혁신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한때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주던 기술신용대출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지난 3년여의 기간에도 소폭이지만 꾸준히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 및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기술신용대출 또한 본격적인 감소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감소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략적을 기업대출을 확대해 온 시중은행들이 또 한편에선 대표적인 포용금융이자 중소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기술신용대출 공급을 줄여왔다는 것이다.

유동성 메마른 혁신기업들
특히, 이같은 기술신용대출 공급 감소가 중소기업 중에서도 자본력이 부족한 혁신‧기술 기반 기업에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더 큰 후폭풍을 양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6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3조74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172조9249억원) 대비 7500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이자, 지난해 1월(172조3382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들어 매월 2000억~3000억원 수준에 그쳤던 전월 대비 감소세도 확대됐는데 지난 4월 대비 5월(162조4653억원) 감소 폭은 무려 10조원에 달했다. 소폭 완화되긴 했지만 5월 대비 6월 감소분 또한 약 9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혁신 중기 대상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메마르는 흐름이다.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기술신용대출 집행 건수의 감소세다. 전반적인 감소세 속에서도 등락을 거듭해 온 대출 잔액과 달리, 집행 건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집행 건수는 37만4042건으로 전월(40만5709건) 대비 3만1000건 가량 줄었다. 특히 대출 건수가 30만건 대로 내려온건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기술신용대출의 감소세는 일종의 담보 역할을 하는 ‘기술신용평가(TCB)’ 발급 기준 강화로 인해 대출 가능 기업수 자체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며 “실력 있는 혁신중기를 위한 유동성 공급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번 대출절벽 현실화될까
시중은행의 약화하는 포용금융 기조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바로 높아지는 대출 문턱이다. 특히 시중은행이 신용 1~2등급의 고신용자에게도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그보다 더 낮은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 내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927.4점이다. 이는 전월(922.6점) 대비 5.8점 높아진 수치이자, 지난해 말(903.8점)보다는 무려 23점 넘게 높아진 수준이다.
대다수 시중은행이 이용하는 신용평가사(KCB)의 신용등급 기준을 살펴보면 1등급은 942점 이상, 2등급은 891~941점 수준에 형성돼있다. 사실상 2등급 내에서도 상위권까지가 1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문제는 1금융권 신용대출이 어려워진 2등급 이하 중‧고신용자들이 대거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뿐 아니라 카드, 캐피탈 같은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2금융권 또한 2~5% 수준으로 높아진 연체율 관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2등급 이상의 고신용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00점대를 넘어서며 시중은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 역시 전체 신용대출 건수의 약 78%가 신용점수 700점 이상의 차주에게 공급돼 있다. 중신용으로 분류되는 5등급이 700점대라는 걸 감안하면, 6~8등급의 중저신용자들은 2금융권 대출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현재 6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들이 적용받는 1‧2금융권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8%대, 최고 연 20%대 이상에 형성돼 있다. 최근 지표금리 흐름을 감안하면 추가 인상 여력도 충분하단 분석이다.
물론, 이에 대해 시중은행 측은 연체율 관리를 위한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긴 했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이슈를 앞둔 상황에서 0.2%대까지 치솟은 연체율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을 포함한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공급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신용대출을 제외한 중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상품 운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취약계층 대상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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