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어떻게 버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남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변윤재 기자] 기업경영 전문가는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3년여간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경영 불확실성의 파고는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의 확산 등으로 산업계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경영 관리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동시에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하는 상황. 국내 주요기업들은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한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앞다퉈 '선제적 관리' 역량 강화
1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대응 역량을 강화 중이다. LG그룹은 다음달 글로벌전략센터를 신설한다. 그룹의 싱크탱크인 LG경영개발원 산하에 세워지는 만큼,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주요 사업에 영향을 미칠 공급망 관련 정책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앞서 LG그룹은 핵심 계열사의 경영 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구매·SCM경영센터는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로 바꿨다. 생산기술원 산하 생산기획담당 기능을 넘겨받아 생산, 구매, 공급망관리(SCM) 등 오퍼레이션 전반에 걸쳐 역량과 시너지를 강화하고 디지털전환(DX)을 통해 체질 개선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장, 슬롯머신 무료게임 토너먼트플랫폼 등의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통합관리의 효과가 입증됐다. 이에 LG그룹은 계열사 주요 사업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위기 관리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전담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센터장은 윤창렬 서울대 객원교수가 맡는다. 윤 교수는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국정운영실장을 거쳐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국무조정실 제1·2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대내외 정책과 문제 해결 등에 역량을 지닌 인물을 발탁해 잠재적 위기 요소를 분석, 선제적 대응에 나설다는 게 LG그룹의 복안이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대내외 정책 대응 능력을 보강하고 있다. 재계 4대 그룹 중 가장 의욕적으로 공직자 출신 인재를 영입 중이다.
이달 초부터 외교부 출신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이 현대차그룹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김 전 대변인은 다자통상협력과, 의전과,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등에서 근무했다. 주제네바 대사관 1등 서기관, 주세네갈 대사관 참사관 등을 역임하다가 2016년 청와대 외신대변인으로 발탁됐다. 그는 상무 직함을 받고 글로벌 대외정책 관련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변인과 같은 날 현대차 사원증을 목에 건 전직 공무원은 또 있다. 김용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은 상무급으로 출근 중이다.
또 다른 공직자 출신 인사도 현대차행을 결정했다. 김일범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다음달부터 부사장으로 현대차에 합류한다. 김 전 비서관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아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2019년 SK그룹의 최고의사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됐다.

SK그룹 역시 정책·전략 대응력을 높이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의사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를 전략·글로벌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주요 계열사들 또한 대내외 방어막을 구축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전략을 신설하고, 최고경영자가 직접 글로벌 오퍼레이션 TF를 챙기고 있다. SK E&S는 아예 미국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패스키를 세운 데 이어 지난해 유정준 부회장에게 패스키 대표와 북미사업 총괄을 일임했다.
올해 들어 미국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자, 통상 역량을 보강하는 중이다. 지난 3월 글로벌 공공업무(GPA) 그룹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아래 신설했다. 대외 협력과 현지 정관계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이 조직은 김정일 전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흐름에 맞춰 방어전선을 다시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지원실 지원팀 산하에 사업위기관리(BRM) 그룹을 세웠다. BRM은 전사 차원에서 대외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다. 회사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유관부서를 모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자 일찌감치 생산, 유통, 판매까지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관리 조직을 만들었다. 공급망인사이트TF(경영지원실)와 구매전략그룹(스마트폰), 글로벌 운영팀(영상디스플레이), 원가혁신TF(소비자가전) 등 4개 조직을 세워 경영 효율화를 꾀했다.
그러나 경영 효율화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통상의 벽을 절감한 삼성전자는 '대들보'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호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 겸 본사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워싱턴DC 사무소에 상주하며 미국 정부·의회·관련업계에 대한 대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리퍼트 부사장은 2014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인물로, 대표적인 친한파로 꼽힌다. 2015년 3월 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얼굴 부상을 입고도 한미동맹의 상징인 "같이 갑시다"를 외쳐 화제가 됐다. 두 자녀에게 세준·세희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어로 글을 올리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미국 보잉 부사장,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책 총괄 등을 지냈기에 대외 협력의 중요성과 실행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리퍼트 부사장의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산업부 미주통상과장 출신 권혁우 상무가 반도체(DS) 부문 GPA그룹을, 외교부 출신 김원경 부사장이 DX 부문 GPA팀을 각각 이끌도록 했다.

'위기는 지속된다'…경영 전략 수정에 '골몰'
다만 체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대응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사업 전략을 잘 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정부의 외교력에 기대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업과 주요국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인물 또는 조직을 확충하는 동시에 사업 안정성을 높일 실질적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각 국의 통상 장벽은 사실상 높아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은 정책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운신하기 어려워졌다.
기업들이 실적을 방어하는 것도 녹록치 않다. 한국슬롯머신 무료게임 토너먼트연구원(한경연)은 올해 슬롯머신 무료게임 토너먼트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1.5% 보다 0.2%포인트 낮은 1.3%로 잡았다.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국의 경기 불황과 금리 급등,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불발이 겹친 탓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수출부진이 심화되고 내수부문마저 위축되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에도 리오프닝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기업들의 재무여력은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1612개 상장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총부채는 1년 사이 10.4%나 증가했다. 총자산 증가폭(6.5%)보다 부채가 쌓이는 속도가 빨랐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증감률은 전년 대비 –34.2%로 크게 후퇴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22.7%와 60.8%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문제는 평소 유보금을 쟁여뒀던 대기업의 타격이 오히려 더 크다는 점이다. 수출 최전선에 있는 만큼, 수출 여건이 악화되자 대기업들의 재무능력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위기 수준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높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 주요 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종속'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엔 시장 환경이 너무 좋지 않다"며 "올해를 잘 넘기는 게 목표인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들은 하반기를 앞두고 경영 전략 점검에 들어갔다.
SK그룹은 오는 15일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SK는 매년 정례적으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그룹 비전을 공유하고 사업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신년회에서 그 해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계열사별로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천포럼, CEO세미나에서 경영 방안을 논의하는 식이다. 이 가운데 확대경영회의는 한 해의 반환점을 도는 6월에 마련되기에 올해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자리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불황으로 올 하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SK그룹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국내 대표 슬롯머신 무료게임 토너먼트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을 겸직하는 최 회장의 요구에 따라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경영, 그 중에서도 탄소 중립에서 '모범답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갖고 있다.
'바이오·배터리·반도체(BBC) 중심 성장'을 유지하되 내실을 다져 기업가치를 제고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지난해부터 '위기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전략을 짜라'는 요구를 거듭 해온 점을 고려하면, 주가 부양과 단기 실적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도 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매년 6월과 12월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개최된다.
DS 부문은 20일경, DX 부문은 20~22일 회의가 예정돼 있다. DS 부문은 메모리 업황 반등 시점과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했지만 반도체 혹한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재고 조정, 수요 위축에 대응해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설계와 같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이 심도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DX부문에서는 생활가전, 슬롯머신 무료게임 토너먼트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방법에 대해 주요 경영진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해외 시장에서 생활가전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7개 법인에 본사 인력을 파견, 경영 전략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1분기 반도체 영업손실을 메웠던 모바일 사업의 실적 기여도를 높이는 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여겨진다. 다음달 공개될 갤럭시Z플립5·폴드5와 스마트워치 신제품의 마케팅을 놓고 선진시장 담당자들의 의견 청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은 다음달 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그룹은 매년 7월경 법인장 회의와 VCM(옛 사장단회의)을 각각 개최한다. 현대차그룹의 법인장 회의는 매년 상·하반기에 열리는 정기회의다. 계열사 CEO들과 권역본부장들, 판매·생산법인장들이 함께 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세부 전략을 짠다. 올해는 IRA 대응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그룹도 VCM을 통해 소비 위축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를 나눌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주력인 유통업은 경기를 크게 탄다. 게다가 롯데그룹은 경쟁사들에 비해 성장동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포스코에 밀려 재계 6위로 내려 앉았다. 이번 VCM에서는 한일 양국에 세운 미래성장TF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방향성 점검을 끝낸 그룹도 있다. LG그룹은 지난달부터 한 달 동안 전략보고회를 진행했다. LG그룹은 지난해 3년 만에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재개,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했는데 올해에는 한층 디테일한 주문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장사업 덕분에 선방한 LG전자를 제외하면 화장품 및 생활용품·화학·디스플레이·전자부품 등의 사업 실적이 부진해서다. 고객 가치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제품과 서비스, 중장기 투자에 이르기까지 업계를 선도하는 '변화'를 만들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 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 경기위축에 대비한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낙제점에 가까운 실적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 역시 이런 경영환경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비용이 큰 신사업 프로젝트나 시설투자, 인수합병(M&A) 등에서 보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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