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약 닷새에 달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했다. 그룹의 중요 경영회의인 사장단 워크숍 때문이다.
[변윤재 기자] 매년 9월 열리는 사장단 워크샵은 경영 현안과 산업 환경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의 밑그림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구 회장은 워크샵을 통해 디지털 전환·개인화 전략 강화와 같은 화두를 던진 뒤 연말 인사와 다음해 경영전략에 반영해왔다. LG의 경영 방향과 목표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회의의 중요성은 크지만 연례행사다. 회의 소집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재계가 주목하는 건 회의의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황금 연휴 직전 사장단을 불러보았다. 올해 그룹 계열사가 사업 재편을 서두르는 가운데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 회장이 사장단에 '무언의 압박'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워크숍에 참석했다. 워크숍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업본부장 등 핵심경영진 30여명의 자리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차별적 고객가치'"라며 "미래 준비에 있어 시장성과 성장성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차별적 고객가치'에 보다 집중해 더 절박하게 미래 준비에 대한 실행을 가속화하자"고 주문했다.
구 회장의 주문에 따라 사장단은 그룹의 중장기 사업 방향을 점검하고 계열사들의 실행전략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이 신(新)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바이오·친환경(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별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사업 속도를 올릴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계에서는 올해 사장단 워크숍은 예년보다 높은 긴장감 속에 진행됐을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경영 시계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아서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력 계열사의 고민도 깊어졌다.
LG전자의 경우, 소비 위축과 이에 따른 업계 내 경쟁 심화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국내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에만 조 단위 적자를 냈다. 슬롯머신 무료게임 순위와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소비재 구매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을 장담키 어렵다.
실적 방어를 위해 투자 속도를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첨단기술의 확산과 산업 재편으로 인해 '디지털 패러다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 또는 저수익 사업을 정리했던 것도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신사업 분야에 3년 이상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이 기간 주력사업에서 실적을 책임져줘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그렇다 보니 구 회장이 이번 사장단 워크숍을 통해 주력사업에서 성장성을 극대화하고 잠재력이 큰 사업을 발굴해 기업의 기업 가치와 실적을 함께 높일 구체적 방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 회장이 실적 챙기기에 나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구 회장은 내년에 취임 만 5주년을 맞는다. 취임 초기 세웠던 중기 전략에 따라 결실을 수확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구 회장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적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초반 3~4년은 새 판을 짜기 위해 기반을 만드는 시기였고 그 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고객 가치 경영 외에 디지털 전환, 신사업 발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중기 전략 수립이 지연됐다는 느낌이 있고, 이에 차세대 동력 확보가 미흡한 계열사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부쩍 사장단에 '한층 과감한 도전'을 요구하는 것도 구 회장의 고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해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 주도적이고 능동적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5월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로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사실 매년 '위기감'을 상기시키며 전사 체질 개선을 요구해왔다. 고객 가치 경영은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LG그룹을 민첩하고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경영 방식이었다. 시장·소비자·협력사 등 고객 관점에서사업 전반을 점검함으로써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역시 구 회장은 '치열한 고객 가치'를 기반으로 미래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을 제시하라고 경영진에 주문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계열사별 내년 경영 계획은 다음달 사업보고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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