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공화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때리기가 마침내 효과를 내기 시작하는 것일까? 작년 4분기 미국의 지속가능 펀드에서 60억 달러(7.6조 원)가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펀드 자산이 5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원 객원기자] 작년 한 해를 기준으로는 지속가능 펀드로 30억 달러(3.8조 원)가 넘는 돈이 순유입되면서 총자산은 2,860억 달러(364조 원)로 불어났지만, 자금 대부분이 1~3분기 중에 들어온 것이었다. 연말로 갈수록 투자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집계해 보고서로 발표한 금융서비스 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경기침체 위험, 시장 수익률 부진은 물론이고 소위 ‘위장 환경주의’라고 불리는 그린워싱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지속가능 펀드에서 투자금을 빼갔다.
지속가능 펀드는 ESG 기준을 활용해 투자 자산 평가나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해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공화당 ESG 공격 효과 낸 듯
투자자들은 공화당이 ESG에 정치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는 점도 지속가능 펀드 투자를 중단하게 된 중요한 이유로 거론했다.
모닝스타는 “미국의 경우 유력 정치인들이 ESG 투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일부는 주(州) 투자펀드가 자산운용사의 ESG 전략을 기준으로 운용사와의 거래를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을 취했다”면서 “4분기 중에 지속가능 펀드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펀드들로부터도 투자금이 유출됐지만 전자의 단기 유출이 더 심했다”며 공화당의 ESG 투자 때리기가 지속가능 펀드의 자금 유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공화당은 ESG에 대한 반대 수위를 높여왔다. ESG 경영이 부상하고 기업이 사회적 의무를 다하길 바라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기후변화, 인종 차별, 환경, 사회 정의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하자 전통적으로 친(親)기업 성향이 짙은 공화당은 이를 두고 ‘워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깨어있는 자본주의)’라며 비난해왔다.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부르짖으며 ‘깨어있는 유사 정부’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공화당은 심지어 ESG 운동을 사법부가 아닌 기업을 통해서 ‘좌파적 이념’을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했다.
공화당 장악 주들 ESG 투자 철회 잰걸음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공화당 리더들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ESG와 관련된 다양한 제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에 발맞춰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은 ESG 투자 철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워크 자본주의’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는 플로리다주는 작년 12월 주 연기금 펀드 매니저들에 더 이상 ESG 요소를 고려해 투자할 수 없게 했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맡긴 20억 달러(2.5조 원)가량을 회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켄터키주는 역시 블랙록을 포함,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등 10여 곳의 은행과 자산운용사에게 석유·가스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주 연기금을 빼가겠다고 위협했다. 공화당의 표밭인 주들은 친환경 에너지와 대치되는 석유·가스산업의 요충지다.
블랙록, 공화당 공격의 주 타깃
위의 사례들처럼 ‘워크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움직임에 표적이 된 대표적인 자산운용사가 블랙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서 자산운용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인 블랙록이 ESG를 중시하는 투자 방식을 추진해 온 게 공화당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블랙록은 2020년 연례 주주서한을 통해 ESG 투자를 촉발시켰고, 22년에는 2050년 넷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 계획을 기업들에게 요구해 탈탄소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은 ESG 투자를 중단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블랙록은 작년 12월 올해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정책 보고서에서 기업과 경영진 평가를 할 때 ESG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고, ESG 공시에 대해서는 “지속가능성 관련 중대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기 위해 공시 정보의 꾸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슬롯머신 무료게임 리뷰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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