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거실에 앉아 있던 A씨가 슬롯머신 게임를 보며 한 마디 한다. “빅스비, 영화 틀어줘.” 말이 떨어지지가 무섭게 슬롯머신 게임가 켜지고 사운드바가 작동된다. 거실 조명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된다. 삼성전자가 구현하려는 새로운 일상이다.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캄 테크를 목표로 사용자 경험을 강화한다. 스마트폰, 슬롯머신 게임, 생활가전 등 제조사와 관계없이 다양한 기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다. 생활습관과 취향, 관심사에 따라 더욱 최적화된 기능을 즐기는 것은 물론, 일상 속 위험이나 건강관리까지 가능해진다. 기술과 솔루션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편의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소비자를 ‘삼성 생태계’ 안에 묶어두겠다는 구상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12일(현지시간)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를 통해 “생활 방식에 맞춰 (기기 간 연결성도) 진화돼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바라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험이란, 직관적이고 원활하며 사용하기 쉬워야 할 뿐만 아니라, 기능적·심미적으로 향상돼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창의적인 개발자들과 협력해 수많은 기기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캄 테크’ 시대에 성큼 다가가게 돼 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과 솔루션을 통해 세상이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고 고객의 삶이 더욱 편리하고 스마트해 질 수 있도록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맞춤화된 경험을 확장시키기 위해 스마트싱스, 빅스비, 삼성 녹스, 원 UI와 같은 플랫폼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싱스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삼성전자 외 300여개 브랜드의 기기를 연결해준다. IoT 표준기술인 매터 적용 이후 호환되는 기기가 늘었다. 향후 구글 홈과 연동시키켜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술인 빅스비도 진화된다. 스마트싱스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원 언어를 11개로 늘린다. 빅스비 홈 스튜디오 개발 도구를 사용해 개발자들이 통합 음성명령 체계를 기반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결되는 기기가 증가함에 따라 우려되는 보안 문제 역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삼성 녹스다. 연결된 기기들이 서로를 보호하는 방식이 적용돼 해킹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기기가 차단된다. 여기에 사용자가 보안 수준을 설정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통해 보안 취약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UX) 또한 향상된다. 원 UI 5.0이다. 사용자는 생활습관에 따라 응용프로그램을 활성화하거나, 취향대로 잠금화면을 설정할 수 있다. 새 기능도 추가됐다. 전화를 받을 수 없을 때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텍스트로 전화 받기다. 사용자가 문자로 답하면 빅스비가 상대방에게 목소리로 전달해준다. 건강 상태를 확인·관리하는 일일 건강 솔루션도 도입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무게를 둘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개방형 연구·개발 생태계를 넓혀 외부화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학계, 연구원, 개발자들이 로봇 조작에 대한 구상을 시험·연구할 수 있도록 로봇 팔을 조작할 수 있는 코드를 깃허브하기로 했다.
아울러 헬스 분야에서 갤럭시 워치5와 연계해 다양한 개인화 기능을 개발한다. 이미 삼성전자는 시선 추적 전문 기업인 토비와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하만과 함께 운전자의 신체 이상 감지 솔루션을 각각 개발했다. 민감도 조정이 가능한 낙상 감지 API를 헬스 서비스에 추가해 관련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오픈 소스 솔루션인 삼성 헬스 스택을 활용해 갤럭시 워치가 수집한 데이터를 연구기관, 병원 등에서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다만 헬스 커넥트를 통해 사용자가 정보 제공 여부를 선택하고,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해 개인정보 방지할 예정이다.
한편, SDC는 2013년 시작된 이래 매년 전 세계 개발자·디자이너·콘텐츠 제작자·업계 관계자 등이 참가해 미래 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다. 3년 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만큼 의미가 남다른 행사였을 터. 삼성전자는 기조연설을 스마트홈으로 채워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달 IFA 2022에서 스마트싱스 대중화 원년을 선언한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홈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홈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연평균 24.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 608억달러에서 2025년 1785억달러로 시장이 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가운데 AI, 이동통신, IoT 같은 기술이 고도화된 덕분에 ‘생활의 편리=삶의 질’로 여기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해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면 스마트홈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스마트홈 서비스는 제조업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판촉 전략이 되기도 한다. 타깃층을 세분화해 특화 서비스로 수익원을 추가할 수도 있고, 자사의 IT기기 판매량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홈에 공들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까지 선점한 업체가 없지만 성장 잠재력은 큰 시장”이라며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슬롯머신 게임, 생활가전을 모두 생산하기 때문에 스마트홈 시장에서 입지가 넓어질수록 관련 메출 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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