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30대 프리랜서 이연희씨는 최근 어버이날 선물로 드릴 명품 지갑을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샀다. 코로나19로 밀렸던 프로젝트가 몰리면서 바빠진 까닭에 좀처럼 백화점에 갈 짬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말에 갔더니 사람이 많아서 상품을 둘러보기 불편했다”는 이씨는 “평소에 편하게 갖고 다닐 지갑을 원하셨기도 하고, 마침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있는 제품 중) 부모님이 원하시는 게 있어서 주문했다. 상품 상태도 괜찮아서 종종 이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변윤재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온라인쇼핑이 화려해지고 있다. 명품 3대장으로 꼽히는 루이비통·샤넬는 물론 구찌, 불가리, 피아제 등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쇼핑 플랫폼에 둥지를 틀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인 불가리가 입점했다. 자사 스토어를 제외하고 국내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가리의 대표 제품군인 비제로원, 세르펜티를 포함해 주얼리, 핸드백, 시계, 지갑 등 200여개 제품을 선보인다.

카카오는 선물하기에 명품 브랜드를 영입하는 데 공들여왔다. 2019년부터 랑콤, 에스티로더, 디올, 입생로랑, 맥, 조말론, 키엘 등 인기가 많은 명품 화장품을 유치하기 시작한 결과, 현재는 백화점 뷰티매장의 모든 브랜드들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재테크와 자기만족의 일환으로 명품을 구매하려는 젊은 층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명품 제품군을 강화했다. 가격대가 비교적 합리적인 매스티지를 넘어 초고가 명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샤넬, 티파니앤코, 피아제, 구찌, 톰 포드, 펜디, 멀버리 등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숫자는 60개에 달한다. 일부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배송서비스와 품질 보증, 사후 관리(AS)까지 제공한다.

네이버 역시 온라인쇼핑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는 온라인 검색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카카오톡과 달리 쇼핑 서비스에 유입되는 경로가 더 다양하다. 이에 브랜드별 온라인샵과 선물샵을 고급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선물하기과 유사한 선물샵의 경우 세이코, 티쑈, 프레드릭콘스탄드 같은 시계부터 비비안웨스트우드(패션), 마크제이콥스(패션), 랑콤(뷰티), 몽블랑(패션) 등 매스티지부터 명품까지 입점돼 있다. 네이버가 온라인 차별화를 위해 힘주고 있는 브랜드스토어의 라인업은 더욱 화려하다.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명품브랜드 771개가 입점을 완료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리는 명품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입점 채널을 까다롭게 고른다. 일례로 백화점의 경우, 어느 지역 백화점인지. 백화점 안에서도 어디에 입점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백화점 매출에 상당 부분을 기여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며 “브랜드의 ‘급’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라 입점 플랫폼을 까다롭게 고른다. 몇 개의 지역에만 입점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브랜드들이 ‘격’을 높이려는 전략들을 펼친다”고 말했다.

더욱이 명품 브랜드들은 구매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샤넬은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인기상품에 대해 1인당 연간 구매수량을 1~2점 정도로 제한했다. 롤렉스는 아예 하루 최대 대기인원을 40명으로 줄였다. 이마저도 보름에 1번 예약이 가능하다. 명품 구매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벌어진 ‘오픈런’ 현상이 브랜드의 격을 낮추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명품 구매대행 업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무리 단속한다고 해도 ‘되팔이’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다”며 “재테크의 일환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젊은 층이 대거 늘어나 오픈런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명품의 값어치가 떨어졌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진입 장벽을 높여 ‘희소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다만 한국시장,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명품 선호도를 확인한 만큼, 다른 ‘진입로’를 뚫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온라인 쇼핑몰로 향하는 이유다. 오픈런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면서 이들의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 브랜드의 영속성을 강화시켜 줄 젊은 층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도 명품 브랜드와의 ‘협력’은 중요하다. 명품 브랜드의 입점은 홍보 효과가 큰 데다 충성 고객층을 넓히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출사표가 이어졌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오픈마켓은 레드오션이 된 상황.

그러나 마켓컬리, 오아시스, 정육각처럼 신선식품, 오늘의집과 무신사, 발란, 트렌비와 같은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버티컬 시장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 특히 명품 시장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41억6500만달러(약 17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온라인 시장 규모는 약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명품 시장만 잡아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 높은 마진율도 매력적이다. 업계에서는 명품의 마진율을 최소 25% 이상으로 잡는다.

실제 명품 브랜드의 입점 덕분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온라인 쇼핑몰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며 수익과 성장성을 모두 잡았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카카오톡 선물하기 명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4배, 309.4%나 뛰었다. 네이버 또한 무섭게 성장했다. 올 1분기 브랜드스토어에 150개 브랜드가 입점하며 이 기간 거래액이 67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81% 성장한 수치다.

명품 브랜드들과의 동맹은 다른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쇼핑 영역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자사몰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확보한 데이터는 두 회사의 버티컬 커머스 정책을 고도화하고 솔루션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기여한다. 또 결제 과정에서 네이버·카카오의 자체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실시, 소비자를 회사의 생태계에 가두는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명품을 비롯한 버티컬 부문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엔데믹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경쟁사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해외 공략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국내시장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려 신시장 개척에 따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스니커즈 리셀처럼 수요가 꾸준히 창출되는 버티컬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