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인재 확보를 위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슬롯게임업계가 두 자릿수 연봉 인상을 확정하며 우수 인력 영입에 박차를 가하자, 다른 업계에서도 역대급 인상을 통해 구성원 지키기에 나섰다.
[변윤재 기자] 다만 직무 역량을 갖춘 인력의 풀이 한정된 만큼, 기업들의 릴레이 연봉 인상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위기업만이 살아남는 ‘치킨게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올해도 슬롯게임업계는 연봉 전쟁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산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은 업종을 막론하고 대세가 됐다. 전통적인 제조업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발 직군을 비롯해 역량을 갖춘 슬롯게임 인력을 확보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가속화 되면서 구성원을 지키기 위해 슬롯게임업계가 파격적으로 연봉을 올리는 추세다.
슬롯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에서 수혈할 수 있는 인력에 한계가 있는데다,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더더욱 적다”며 “A기업에서 일하는 현직자를 빼와 B기업으로 데려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슬롯게임업계의 경우, 개발의 성패에 따른 부담이 크고,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집중근무가 불가피하다”며 “‘어차피 스트레스를 받을 거면 돈이라도 더 받겠다’는 보상심리가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슬롯게임업계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번에도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유지할 계획이다. 임직원 연봉 재원을 네이버는 10%, 카카오도 15% 올리기로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6~7% 수준 인상률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폭이 더 확대됐다. 특히 카카오는 아예 내년에는 연봉 재원을 추가로 6% 확보하겠다고 선언, 동종업계 기업들과의 임금 격차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게임업계 역시 연봉 줄인상에 합류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연봉 재원을 전년 대비 9.5% 늘릴 예정이고, 웹젠도 연봉 10% 인상과 1000만원 일괄 인상을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1인당 적게는 8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씩 연봉을 인상한 게임업계가 올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연봉 인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웹젠의 경우, 노조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슬롯게임위원회와 협상 관련 논의를 공유하고 있다.
슬롯게임업계의 연봉 상승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저연차는 고강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구조”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수년에 걸쳐 키워 온 전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인책이 필요하고 그 중 하나가 연봉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교발(發) 연봉 인상 바람이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개발을 포함해 슬롯게임직군으로 전직하려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 이에 다른 업종에서도 연봉을 과감하게 인상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직자들 사이에서 ‘보상 수준이 경쟁사들보다 낮다’는 평가를 들었던 LG그룹 계열사들은 역대급 연봉 인상안을 내놓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8.2%의 평균 임금 인상을 확정했다. 최근 10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전자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도 각각 10%, 8%의 평균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슬롯게임 서비스 계열사 LG CNS도 평균 10% 인상을 결정했다.
중국 등 해외 경쟁사들의 인재 쟁탈전이 극심한 반도체업계는 아예 경쟁사보다 ‘1원이라도 더 많이 주는’ 것을 내걸었다. DB하이텍은 신입사원 초임을 14.3% 인상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연봉의 최대 50%로 올렸다. 올해 신입사원은 연봉과 성과급을 포함해 72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임금 인상의 폭을 놓고 고심 중이다. 다만 경쟁사의 인상률에 결정되면 더 높은 안을 내놓을 태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기술사무직에게 지난 1월 임금의 2% 인상분을 미리 지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에 버금가는 인상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허소송으로 시끄러웠던 배터리업계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하며 연봉 인상을 단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평균 10%를 올리기로 했고, SK이노베이션은 사무직 연봉을 일괄적으로 500만원씩 올렸다.

우수 인력을 둘러싼 연봉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영업비용은 1조9336억원으로 약 44%(8495억원)가 인건비였다. 결국 전년도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올해 게임업계는 공격적으로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슬롯게임업계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해외시장을 겨냥한 콘텐츠·커머스 사업을 본격화 한다. 인력과 인프라,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인건비 상승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모든 기업이 연봉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연봉을 대대적으로 올리기 힘들다. 핵심 인력의 대기업 유출이 가속화 되고, 이에 따른 생산성 하락과 경쟁력 저하는 국내 산업계 저변을 축소시킬 수 있다. 연봉 전쟁이 치킨게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이미 ‘인력난’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취업포털인 사람인이 기업 38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의 65%, 중견기업의 64.4%가 슬롯게임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과도한 연봉 인상 등 개발자 확보 경쟁을 꼽은 기업이 50%에 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슬롯게임 인력 편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소 슬롯게임개발사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하는 이모씨는 데일리임팩트에 “연봉을 더 주는 회사로 옮기려는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며 “몇 년째 함께 호흡을 맞춰온 동료들인데 이들에게 ‘헌신’을 요구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씁쓸하다”고 전했다.
이에 연봉 경쟁의 결말이 대기업 편중현상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 게임업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회사의 규모를 감안하면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만한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면서 “내부에서도 ‘키워 놓아봤자 떠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 전체적으로 침체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다“며 “소수의 기업만이 군림하는 형태가 되면 다양성, 창의성 측면에서 산업 생태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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