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완전히 시장을 장악한 독과점업체들이 가두리로 잠그고 소상공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과거 재벌처럼 문어발식 경영으로 사회적 지탄대상이 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윤재 기자] 지난 1일 시작된 2021년도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타깃이 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 소속 여야 의원들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강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이들 기업은 소상공인 및 전통산업계와의 공생을 강조했지만,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면피성 대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날선 질의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일 과방위 국감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완전히 시장을 장악한 독과점업체들이 가두리로 잠그고 소상공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며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글 인앱결제 강행 때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반발했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구글보다 더 지독하게 소비자와 중소 사업자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기업이) 과거 재벌처럼 문어발식 경영으로 사회적 지탄대상이 되고 있다”며 “산업자본이면서 편법과 특혜성 입법으로 금융으로 진출해 기존 규제에 대한 회피 지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의원은 이어 "온라인 상거래에서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에 대한 침해와 갑질이 문제"라며 "조직문화가 폐쇄적이고 소수가 결정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한준호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한준호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따른 피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생계 위협으로까지 나가고 있다”며 “미 하원에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최고경영자를 불러 플랫폼 강력제재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업분할 명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는 주장을 폈다.

정치권에서는 대체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에서의 막강한 지배력을 이용해 사실상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온라인 검색(네이버)이나 모바일 메신저 앱(카카오톡)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입점업체들로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의 수수료라고 해도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 제약이라는 것이다.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회사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30% 정책을 시행하면 죽는다고 반대했지만, 실상은 구글보다 더 지독하게 소비자·중소사업자에게서 수수료를 떼고 있다”면서 “카카오의 선물하기의 경우, 입점 업체에는 10% 이상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다 환불 수수료 10%를 또 뗀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잘 인지하고 있고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초거대 AI 투자 등 신기술 투자, 코로나19 대응 등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부분도 꼭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장관은 국감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주요 플랫폼 기업 대표와 만난 디지털플랫폼 간담회에서도 “최근 국내에서도 플랫폼 규제 관련 법률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플랫폼은 규제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도 그간 플랫폼이 해온 사회적 기여와 앞으로 해나갈 기술 및 서비스 혁신 등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순기능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번 국감 시즌에 '플랫폼 기업 때리기'가 강도높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 초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 올라오면서 시작된 인사·보상체계, 조직문화, 과도한 수수료,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까지 플랫폼 기업들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국감 이후 규제를 본격화해 내년 선거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속내마저 드러내고 있다.

실제 과방위를 비롯해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산자위) 등 상임위마다 국내위 주요 플랫폼 기업의 주요 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플랫폼 기업들은 협력을 강조하며 몸을 잔뜩 낮춘 채 위기를 모면하려 애쓰는 형국이다. 주요 타깃이 된 기업들은 다양한 상생안을 내놓으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카오는 2차 상생계획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4일 카카오 본사의 상생안에 따라 구체적 실행안을 밝힌 것은 카카오모빌리티 뿐이다.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도 사업이 겹치는데다, 중소업종과의 반발을 부른 사업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달 29일 “구체적인 상생방안을 마련해 실천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국감이 시작된 지난 1일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자회사 KM솔루션이 가가오택시 가맹점협의회와 업무협액을 맺고 상생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온라인 창업 및 매출 향상을 위한 교육가 전문가 컨설팅을 펼친다. 교육 이수자 전원에게는 IBK기업은행에서 대출금리 우대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에 100억원을 출연해 중소형 문화 콘텐츠 사업자 지원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도 국감이 임박하자 상생안을 마련해 내놓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야놀자는 춘천 고객센터를 열고 강원도 고용 취약층을 위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슬롯머신 무료게임 팁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신한카드와 제휴 점주들에게는 기존 신한카드 사업자 대출상품 대비 10% 이상 저렴한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50억원을 출연해 KB국민은행과 총 500억원의 대출자금을 조성한다. 가게를 임차 중인 10년 이상 자영업자가 필요한 대출 소요 금액의 최대 90%까지 지원한다는 얘기다.

해외 플랫폼 기업들도 상생 대열에 동참했다. 애플·구글·넷플릭스는 국내 업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구글·애플은 앱 개발사에 거래액의 30%를 수수료로 물리는 결제 시스템을 강제해 논란이 되고 있고,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문제를 놓고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경상북도·포항시·포항공대와 손잡고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와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아카데미를 설립·운영키로 했다. 애플이 지원센터를 다른 국가에 만들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 전문인력이 상주해 스마트공장 관련 교육·컨설팅을 지원하고, SW 핵심 인력을 키울 계획이다.

구글코리아는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인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시작한다. 한국에서 이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본사들 둔 초기 단계 스타트업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구글의 제품·서비스·운영 시스템 등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기술 지원과 워크샵 등을 제공한다.

아울러 한국 콘텐츠 산업계와의 동반성장을 연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파트너 데이를 통해 “한국에서 일으킨 슬롯머신 무료게임 팁효과는 5조4000억원에 달하며, 2016년부터 5년간 77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했다”면서 “올해만 55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구글 또한 구글 포 코리아 행사에서 “한국에서 10조5000억원에 이르는 슬롯머신 무료게임 팁효과와 약 5만4000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스타트업과 파트너사, 크리에이터 성장을 돕겠다”고 밝혔다.

다만 플랫폼 기업들이 국감에서 집중 포화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상생안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 사업 모델이 수수료 또는 이용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같은 틀을 바꿀만한 구체적 개선안이 제시된 것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나 중소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취하고 있음에도 생태계 구축이나 이용자 보호정책에 있어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생산 투자나 고용창출 효과가 많지 않은 업종이다 보니,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던 만큼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규제가 강화되면 중소사업자의 혁신을 저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국감에 임박해서 또는 국감 기간중 급하게 상생안을 내놓는 것처럼 단기 이미지 개선 보다는 진정성 있는 장기 협력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