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슬롯 무료 게임 최태호 기자]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의 성장세가 매섭다. 본사 사업부와 매트릭스 체계를 구축하면서, 기존에 강했던 IB(기업금융)뿐만 아니라 채권·주식 중개업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본사 IB부서와의 협업으로 실적 성장

1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법인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거둔 곳은 바로 홍콩법인이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의 영업수익은 1061억원으로 다른 글로벌 거점들의 전체 영업수익 합(432억원)의 2배 수준이다. 영업이익(466억원)과 당기순익(495억원)도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뉴욕법인의 영업이익 146억원, 당기순익 114억원의 3~4배 수준이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의 3분기 누적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당기순익은 30%, 영업이익은 27% 성장했다. 홍콩법인이 큰 성장을 기록한 건 IB 실적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강원 NH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홍콩법인의 업무는 크게 IB, 주식중개, 채권중개로 나뉜다”며 “최근 실적 기준으로 보면 IB업무의 실적이 전체의 60~65%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 IB 부서와의 협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해외법인과 본사의 사업부를 매트릭스체계로 연결해 업무를 진행한다. 각 해외법인은 큰 사업전략 틀에서 글로벌 사업본부와 소통한다. 다만 해외법인의 사업영역별로는 본사의 사업부와 매트릭스체계로 인력과 전략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홍콩법인의 IB를 담당하는 데스크에는 본사의 IB 사업부 소속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채용 형태로는 홍콩법인의 소속이지만, 부서별 세부전략은 IB 사업부와 협의를 통해 정한다. 인사평가도 해외법인장과 본사 IB부서가 함께 진행한다. 법인장이 법인 내에서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본사에서는 전체 IB 실적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식이다.

최 법인장은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법인은 인력소요도 줄일 수 있다”며 “타사는 인력이 100명을 넘거나 최소 40~50명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홍콩법인은 30여명의 직원으로 업무를 할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한다는 설명이다. 홍콩법인이 딜을 소싱해오면, 본사의 IB 사업부가 한국의 고객들과 연결해주는 형태다. 글로벌 금융중심지에 위치한 홍콩법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딜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고 최 법인장은 설명했다.

새로운 딜 발굴을 위해 홍콩법인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의 관계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에 관계가 있던 운용사(GP)들의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며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IPO(기업상장) △M&A(인수합병) △리파이낸싱 등의 인수금융 기회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홍콩법인이 본사 IB사업부와 함께 진행한 딜로는 스위스포트와 노르진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 있다. 스트래티직 밸류 파트너스와 아레스매니지먼트가 주축이 된 FI(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은 지난 2020년 항공 지상조업 사업자인 스위스포트에 대한 경영권 지분을 출자전환 방싱으로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의 상환과 출자환급 목적으로 14억5000만 유로 규모의 TLB(텀론 B)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했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국내 공동주선 금융기관으로 5000만 유로를 주선했다.

골드만삭스에셋매니지먼트는 지난 2022년 12월 유럽 소화기계통 의약품 기업 노르진을 인수했다. 이후 노르진의 영업실적 기반 선순위 TLB 6억7500만 유로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추진했는데 NH투자증권은 8000만 유로를 주선했다.

코로나19, 강달러 홍콩법인의 대응은?

매트릭스 체계를 활용한 업무시스템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최 법인장은 “매트릭스체계를 통해 코로나19 시기도 별 부담 없이 넘겼다”고 강조했다.

매트릭스체계로 인력소요가 적었기에 고정비 부담도 적었다는 설명이다. 홍콩에 입주해있던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이 대대적인 셧다운과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 오히려 당시 홍콩법인은 코로나19 시기 인력을 늘리며 다른 사업기회를 찾았다. 기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당국과의 소통도 늘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시 홍콩법인 직원들은 재택 근무중인 거래소 담당자와 화상회의 원격업무에 의존해 소통했다”며 “통상 1~2년 걸리던 홍콩거래소 회원권을 8개월만에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한 네트워크를 유지한 덕에 2년간의 업무 마비를 피했고, 오늘날 호실적으로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최 법인장은 강달러로 인한 위기론이 대두하는 상황에서, “홍콩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페그제 시행으로 달러가 베이스가 되는 홍콩법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법인장은 “최근 국내 공장 매각 건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환율 변동으로 달러 기준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며 “한국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원화로 돈을 받으면 되니 사는쪽과 파는쪽 모두 윈윈이라 딜 성사과정이 매끄러웠다”고 말했다.

채권·주식 중개업도 순항

IB 인수금융 외에 홍콩법인의 또 다른 실적 축은 채권 중개 및 운용이다. 전체 실적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15~20%로 적지 않다. 채권 중개 업무는 GTC(글로벌 트레이딩센터)가 맡고 있다. IB 데스크와 마찬가지로 본사의 사업부와 매트릭스체계로 연결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CD(양도예금성증서) 중개 업무도 맡고 있다.

남광우 NH투자증권 홍콩법인 CFO(최고재무책임자)은 “장기 자금 수요가 채권이라면 CD는 단기 자금 수요를 담당하고 있다”며 “은행들 홍콩에 지점(Branch) 형태로 나와있는 경우 한국 본사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CD를 발행하는데 관련된 수요가 있어 중개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법인의 CD 인수실적은 지난 2022년 3억 달러에서 올해 11월말 기준 11억5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주식 중개도 순항하고 있다. 당초 홍콩법인의 주식 중개는 한국의 주식을 해외 고객들에게 중개하는 데에 그쳤다. 홍콩거래소 회원권 취득 후에는 글로벌 주식을 한국 고객에게 중개하는 업무가 주력으로 바뀌었다. 홍콩 주식뿐 아니라 중국 최근에는 일본의 주식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회원권이 없는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대신 중개해주는 업무도 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접 회원권을 취득하면서 주식 주문 사고 발생 시 즉각 조치가 가능해졌다”며 “중개사에 지불해온 수수료를 온전한 수익으로 수취하며 수익제고 효과도 누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