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체험 박민규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과 손 잡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MBK파트너스에 '조 단위'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MBK가 비밀유지계약(NDA) 기간 공급사 등과 협상을 하거나 유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하고, 영풍과 경영권 인수를 도모한 정황에 초점을 맞춰 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자사와 2022년 5월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검토 중이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홍콩법인(MBK HK LIMITED)을 통해 2022년 5월, 고려아연과 NDA를 체결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가 필요했고, MBK파트너스도 후보 중 하나였다. 이에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와 2년짜리 NDA를 맺었다.

문제는 해당 NDA가 종료된 지 4개월여 만에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찬탈에 나섰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사 간 쟁점은 MBK파트너스가 NDA에 묶인 2022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풍과 접촉했는지의 여부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약 2년 전 MBK파트너스에 전달한 자료는 투자 및 사업방향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담은 것으로, 분량만 해도 100페이지가 넘는다. 아울러 NDA 기간 동안엔 고려아연이나 자회사의 임직원, 주요 고객, 주요 공급사 등과 협상을 하거나 유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풍 역시 고려아연에 제련 폐기물을 판매하는 공급 업체란 점에서 MBK파트너스가 NDA 기간에 만나면 안 되는 대상인 셈이다.

본지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도 NDA 위반 시 손해배상 등 금전적 배상 이상의 보전 책임에 동의했다. 해당 문서에는 "수신 당사자(MBK)는 본 계약서의 위반이 금전적 손해 배상만으로는 충분한 구제책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며, 공개 당사자(고려아연)는 이밖의 모든 구제책 외에도 위반에 대한 특정 이행이나 금지 명령 또는 이 외 공평한 구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기재됐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NDA를 위반한 사항이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인수를 맡은 '바이 아웃' 부문과 투자를 담당하는 '스페셜 시추에이션' 부문은 별개의 운용 주체이고, '차이니즈 월'(기업 내 정보 교류 차단 장치)이 작동하는 만큼 두 부문 모두 NDA를 위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도 10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영풍과 연초에 만난 사실이 없다"며 "NDA는 존재하는지조차 몰랐고, 2022년에 스페셜 시추에이션이 잠깐 검토했던 것 같은데 그 자료가 활용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딜은 제가(김광일 부회장) 다 주도하는 있고, 투심위는 최종 결정 단계에서 이사회 역할을 한다"며 "MBK파트너스는 일반 기업처럼 결재라인이 없어 이사회 격인 투심위에 구속력 있는 계약 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은 제가 주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대로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 전 계열사가 NDA를 위반하면 안 되는 주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도 MBK파트너스가 앞세우고 있는 차이니즈 월의 실효성이 약하다고 지적 중이다. 인적 교류에 의한 정보 공유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A법무법인 관계자는 "바이아웃 펀드든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든 투자 관련 정보는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라가고,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인 김병주 MBK 회장은 바이아웃 펀드와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 양쪽을 오간다"고 짚었다. 이어 "NDA 체결 주체인 홍콩법인의 대표가 민병덕 MBK파트너스 최고운영책임자(COO)고, MBK파트너스의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를 책임지는 부재훈 부회장도 대표 집행 사원(대표이사)이자 투심위 멤버인 만큼 정보 제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MBK에 손배소를 제기할 경우 조 단위 규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으로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항하기 위해 2조원 이상의 거금을 차입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최대 2조원의 손해배상액을 부를 수도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