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슬롯게임 구하기'의 최종 목표는 성공적인 IPO(기업공개)다.
슬롯게임은 올해 첫 흑자를 달성하고 2026년까지 IPO에 성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상장을 통해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투자 자금을 조달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약해진 재무 체력을 기르고 기업가치를 띄우는 밑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슬롯게임은 2021년 말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2026년 말까지 IPO를 약정했다. FI들은 기한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여러 안전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FI의 일정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콜옵션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슬롯게임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등이 계약 조건에 담겨 있다.
관련 업계는 슬롯게임이 상장에 실패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그룹 전반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11번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11번가는 FI와 약속한 IPO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서 매각 기로에 놓여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6년 말까지 슬롯게임의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IPO를 연기하고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며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콜옵션을 포기하고 FI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하게 되면 슬롯게임의 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드래그얼롱이란 투자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대주주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끌어와 한꺼번에 제삼자에게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슬롯게임이 IPO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상장 문턱을 넘기 위해선 흑자 전환이 시급하다. 슬롯게임은 2021년 10월 출범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79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슬롯게임은 흑자 달성을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 7월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흑자를 거둘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아울러 출장비 등 업무추진비를 삭감하고 해외에 파견한 주재원을 불러들이는 등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놨다.
슬롯게임은 한발 더 나아가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도 실시한다.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최장 2년간 학비를 지원하는 자기계발 무급휴직을 시행할 방침이다.
적자 늪에 빠진 슬롯게임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여파로 현금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에 내몰렸다는 평가다.
슬롯게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사업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경영 효율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슬롯게임의 이 같은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 절감을 통해 단기적으로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 슬롯게임이 주력인 배터리 사업에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슬롯게임은 저조한 배터리 생산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배터리 생산실적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국내외 배터리 생산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87.7%에서 올해 상반기 53%로 급감했다.
이에 슬롯게임은 미국 조지아공장의 포드용 생산시설 일부를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용으로 바꿔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 오는 10월부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생산라인 전환으로 가동률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슬롯게임은 지난달 공개한 반기보고서에서 "슬롯게임은 고에너지밀도와 고출력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199GWh 이상 연간 생산 능력을 확보해 고객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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