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체험 허제원 부국장] 고려아연 주주들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에 이전 글에서 사견을 최대한 배제했지만 오늘 글은 사견이 많이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허제원 부국장/기획취재부] 최근 기업에 비판적 칼럼을 쓰긴 했지만 저는 자본시장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친기업적'이란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이슈에 대해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여론의 반대편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듯 합니다.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보면서 느낀 3가지 아이러니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지분이 적은 경영진에 대한 우호적 시각
우리나라 재벌, 즉 대기업 그룹에 대한 비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그룹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경영한다"는 것입니다.
고려아연의 경우는 어떨까요?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은 1.84%에 불과합니다. 범위를 넓혀 모친과 관계법인 지분까지 합해 6.25% 정도입니다. 범위를 더 넓혀 삼촌과 숙모, 사촌 등에 사촌 조카까지 포함해도 15.65%입니다. 15.65%에는 다른 공개매수 대상인 영풍정밀 지분 1.85%가 포함돼 있어 이를 빼면 최윤범 회장 집안에서 순수하게 들고 있는 지분은 13.8% 정도입니다.
반면 영풍의 장형진 회장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33.13%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6.96~14.56%의 고려아연 지분율 추가 취득할 계획인데요.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1.85%를 추가로 확보하게 되고,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최종적으로 40.09%~49.54%의 지분이 됩니다.
항상 적은 지분을 보유한 오너 경영에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던 언론과 노조, 정치권이 왜 이번에는 적은 지분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아이러니입니다.
2. 인수 이후 주주 중심 경영 가능성
두 번째 아이러니는 향후 경영성과에 대한 분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의 성장성을 훼손해 울산 지역사회와 노조 모두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물론 그런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 반대로 고려아연이 백기사를 동원해서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지역사회와 노조에 무조건 긍정적일까요? 두 경우 모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MBK와 영풍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경우 회사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합니다. 회사가치를 높인 뒤 엑시트하는 게 사모펀드의 본업이니까요. 그런 사모펀드 특성을 감안할 때 고려아연은 매물로 나올 게 확실합니다. MBK도 최종적으로는 고려아연을 매각한다고 공표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경우 상황은 다릅니다. 여전히 10%를 조금 넘는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백기사'로 동원된 많은 거래 상대방이 고려아연 지분을 들고 있는 상황이 예상됩니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많은 법인 및 PEF들이 '백기사'로 동원된 대가로 뭔가 원하지 않을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결국 최윤범 회장이 계속 경영하는 대가로 고려아연은 '백기사' 기업들에게 뭔가 유무형의 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고려아연 지분율과 공개매수 주체의 이해득실을 곰곰히 따져 볼 때 지분이 많은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약탈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것으로, 반면 적은 지분을 갖고 있는 최윤범 회장이 주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여기는 현재의 여론이 제가 생각하는 두번째 아이러니입니다.
3. 최윤범 회장의 경영이 지속 될 수 있는가?
저는 현재의 상속•증여세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50%에 달하는 세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의 주식에 시가의 20%를 할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가산세가 도입된 배경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해 여러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관련된 많은 규제가 생긴 지금까지도 가산세를 물리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고려아연 3세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 15.55%의 36% 정도인 5.59%는 최윤범 회장의 모친, 삼촌, 숙모이 갖고 있습니다. 최윤범 회장 일가의 주식 외 기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현행 상•증세법상 5000억원 수준의 세금을 납부할 현금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풍의 장형진 회장이 언급한 기존의 동업구조가 3세로 가면서 지속되기 어렵다고 한 지점도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 최고의 부자로 불리던 삼성그룹 오너일가도 상속과정에서 많은 주식을 팔아 현금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15.55%로 오너라고 하기엔 매우 적은 지분을 갖고 있는 최윤범 회장측은 3세로 상속이 진행되면 많아야 12~13%의 지분만 남게 될 것입니다.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고 영풍정밀의 공개매수만 성공한다면 3세로 상속된 고려아연 지분은 10%에 불과한 게 닥쳐올 현실입니다.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도 몇 년이 지나면 최윤범 회장측은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지분경쟁을 벌이며 백기사를 모으는 게 제가 생각하는 세번째 아이러니입니다.
■ MBK 다음은 없을까?
첫번째와 두번째 아이러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윤범 회장의 경영이 지속될지에 대한 세번째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나면 그럼 'MBK 다음'은? 이란 의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건실하고 성장성 있는 고려아연이란 기업의 경영을 '10% 지분' 세력도 하려면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영권 포기 의사를 가진 영풍의 33%의 지분은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해도 그대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백기사'로 불리고 있지만 7.8%를 보유한 한화, 5%의 현대차그룹, 1.9%의 LG화학 등은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에 무시하지 못할 세력들입니다.
제 2의 MBK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또 그 당사자가 한화, 현대차그룹, LG화학이 아니라고 보장하기도 힘듭니다.
나아가 이러한 구조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최윤범 회장측에서 경영권을 포함해 제3의 세력에 매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글과 달리 이번 글에는 사견과 추측이 적지 않습니다. 저의 의견과 상관 없이 투자자들은 본인의 주식을 가장 비싸게 사주는 세력에 주식을 팔거나, 고려아연의 미래 가치를 극대화 시킬 세력을 지지하면 됩니다. 두 말하면 잔소리지만 이번 공개매수에 정의감을 동원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려아연 지분구조 분석을 통해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과 한화그룹이 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자꾸 언급이 되는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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