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추천 김현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보급형 전기차 시대 선도를 위해 전기차 원가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격화되는 전기차 기피 현상,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침체 현상인 ‘캐즘’으로 인한 전동화 투자 감소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울산광역시 북구 명촌동 일대에 하이퍼캐스팅 공장 건설에 들어간다.

‘하이퍼캐스팅’이란 차체를 대형 틀로 한 번에 찍어내는 첨단 공법으로, 과거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처음으로 선보인 ‘기가캐스팅’과 비슷한 방식의 기술이다. 여러 개의 금속 패널을 용접·조립하는 기존 방식 대비 부품 기준 생산 단가를 약 40% 낮추고 공장 내부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8월 말 공장 건설을 마치고 오는 2026년부터 자사 전기차를 중심으로 해당 공법을 적용한 제품 생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내재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의왕연구소에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저중량·고밀도로 전비 개선 효과가 있는 반고체 리튬메탈 배터리 연구·개발·평가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화재 위험이 적고 주행거리가 한층 길어진 ‘꿈의 전지’ 전고체 배터리 샘플 개발 역시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배터리 기술을 포함한 연구개발 분야에 31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배터리를 직접 제작할 경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향후 폭증할 전기차 수요에 따른 전지 공급 부족 현상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미 테슬라의 경우 4680 배터리(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를 일부 직접 양산해 대형 전기 픽업 ‘사이버트럭’에 탑재하고 있다. BMW, 폭스바겐그룹 역시 시험 설비 구축 및 배터리 생산 자회사 설립 등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던 경기도 안성시 대규모 배터리 연구·검증시설 건설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 시설 확장을 위해 다양하게 검토는 하고 있다”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투자 고삐를 놓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흐름에 뒤쳐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은 물론, 이를 넘어 ‘업계 톱(TOP)’ 자리에 등극할 수 있게끔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가를 절감하는 것은 현재 높은 가격대에 머무르고 있는 전기차의 구매 문턱을 내려 대중화를 앞당기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우선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불고 있는 거센 탄소(CO2) 절감 바람으로 내연기관의 쇠퇴가 예고된 만큼, 이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승용차 CO2 배출량을 2021년 대비 2030년까지 55% 감축, 2035년까지 100% 감축하는 규제 목표안을 확정했다. 미국 정부는 작년부터 연비 규제 목표치를 매년 조금씩 높여 오는 2026년에는 갤런 당 55마일까지 높인다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또한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PHEV·FCEV 포함)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또한 전동화 분야는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업계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과거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이어진 ‘엔진의 시대’에서는 기술 선진국인 독일·일본 등의 강세로 이들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에 머물 수밖에 없었지만, 전기차 시대에 들어선 지금은 혁신에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퍼스트 무버’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최근 글로벌 업계에서 각종 수상을 휩쓸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는 3회 연속으로 현대차의 제품을 ‘올해의 전기차’ 1위(2022년 아이오닉 5, 2023년 아이오닉 6, 2024년 아이오닉 5 N)로 선정했다.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New Car Assessment Programme)’에서는 아이오닉 5·아이오닉 6를 비롯해 △기아EV6 △기아 EV9 △제네시스 GV60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모델들이 모두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는 판매량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5만9980대를 판매해 테슬라(30만4451대)에 이어2위 자리에 올랐다. 그 뒤를 포드(4만4180대)와 GM(3만8099대), 리비안(2만7378대), 폭스바겐그룹(2만51710대), BMW그룹(2만5536대) 등이 이었다. 상반기 누적 점유율의 경우 지난해 6.45% 대비 9.85%로 크게 올랐으며 판매량 증가율 역시 업계 평균치를 상회하는 66.4%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동화 분야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그룹 계획에 맞춰서 진행 중일 뿐”이라며 “사건이나 사고로 인한 시장 침체는 있을 수 있지만, 자료 등으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