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가이드 김현일 기자] 최근 난기류 발생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항공업체들이 기존 기내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완벽한 대응은 불가능하나, 원활한 운항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자칫 승객의 안전과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적 항공사들이 전 세계에서 만난 난기류는 6246건으로 전년 동기의 3473건 대비 79.8% 증가했다.

상반기로 범위를 넓힐 경우 이들 항공사가 경험한 난기류는 1만4820건으로 늘어나며,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발생한 난기류(2만575건)의 72%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9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난기류(turbulence)는 기류가 예측할 수 없이 불규칙하고 불안정하게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공기층 간의 밀도와 온도 차이, 바람 방향과 세기의 차이가 급격할 때 생겨나며, 공기의 움직임이 활발한 여름철과 적도 근방, 대기 흐름이 불안정한 적운형 구름(뭉게구름) 속에서 많이 일어난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관제센터에서 기상 관측 및 예보 자료를 통해 난기류 발생 지역을 감지·예측해 이를 미리 피해 가는 식으로 운항을 진행한다.

하지만 문제는 적운형 구름이나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CAT; Clear Air Turbulence)의 경우 사전 대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천 난기류는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면에서 부는 강한 제트기류로 인한 공기 교란, 혹은 기류가 산맥을 넘으며 생기는 회오리바람인 ‘산악파’로 인해 발생한다. 비행기가 예고 없이 난기류와 만나게 되면 순간적으로 수십 미터까지 기체가 급상승·급강하하는 만큼 위험성 또한 증대된다.

때문에 비행기가 단순히 흔들리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승객들이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난기류는 가벼이 볼 수 없는 존재다.

지난 5월 런던에서 211명의 승객과 18명의 승무원을 싣고 싱가포르로 향하던 비행기가 난기류에 의한 급강하를 겪으며 1명(영국인 남성, 73세)이 숨지고 7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록 사망자의 사인은 충돌이 아닌 심장마비였으나, 부상자 중 30여명이 갑작스런 하강으로 인해 천정에 부딪히며 중상을 입었으며 이 중 7명가량이 출혈을 동반한 치명상을 입은 바 있다.

문제는 현재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공기층 간의 온도 차가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난기류 발생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을 통해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극심한 청천 난기류 발생 건수가 55% 증가했다”라며 “일반적으로 대서양을 비행할 때는 10분 정도 난기류를 만날 수 있었지만, 수십 년 안에는 시간이 20분 혹은 30분으로 늘어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항공업계, 기내 서비스 강화 움직임

국내 항공사들은 이에 대비해 기존의 기내 안전 조치 강화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항공기 차원에서 난기류를 이겨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만큼,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서비스 차원에서의 대응을 서둘러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부분이다.

우선 대한항공의 경우 오는 15일을 기점으로 장거리 노선에서 일반석 컵라면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반석의 경우 일회 제공 분량이 많은 만큼 뜨거운 물로 인한 화상 사고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대신 기내식 서비스를 다변화해 기존에 제공하던 샌드위치 외에 콘도그, 피자, 핫포켓(파이 속을 고기 등으로 채운 음식) 등 다양한 기내 간식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러한 조치의 효용성은 지난 4일 발생했던 대한항공의 몽골 울란바토르행 KE197편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며 증명이 된 바 있다. 당시 해당 항공기 내부에서는 난기류로 인해 승객들이 제공받은 기내식이 일제히 바닥으로 쏟아지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컵라면 같은 뜨거운 음식이 있었더라면 자칫 다수의 고객들이 화상을 입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은 지난 7월 1일부로 중·장거리 전 노선을 대상으로 객실 서비스 종료 시점을 착륙 준비 직전이 아니라 착륙 40분 전으로 앞당겼다. 항공기가 하강을 시작하는 시점에 고도 간 큰 온도 차이로 인한 상승기류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착륙 준비 이전에 모든 객실 서비스를 종료하고 승무원들이 안전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승객들의 부상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20일부로 중·장거리 전 노선에서 난기류 발생 시 기장이 직접 안내 방송을 실시해 대응 속도를 높이는 한 편,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착륙 준비 및 안전점검 시기를 변경했다. 진에어 역시 비행시간에 따라 착륙 준비 시간을 30~40분 전으로 이전 대비 10분가량 앞당겼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경우 좌석벨트 착용 기내 방송을 강화하고, 뜨거운 액체류를 전용 지퍼백에 넣어 제공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들은 컵라면을 계속 제공하되 물 온도를 조절해 전용 비닐 백에 넣어 주고 있으며, 이스타항공의 경우 컵라면에 ‘화상 주의’ 스티커를 부착하고 쟁반을 사용해 전달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난기류 대처 기준을 옛날보다 강화하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긴 하나, 이를 통해 얼마나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항공기 탑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기술적인 대처와 서비스적인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듯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