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수입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 수입을 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진원 객원기자]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의 피해를 호소하는 미국과 유럽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이구동성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양 대륙 정부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 정부 모두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으로 자국 업체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값싼 중국제품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청정에너지 정책에 도움이 되는 게 현실이어서 관세란 칼을 뽑기 힘든 속사정이 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등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장비를 제조하는 기업들이 아시아 4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과 전지에 수입 관세를 부과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한화큐셀 외에 노르웨이 REC실리콘, 스위스 베이어버거 및 미국의 퍼스트솔라와 코발트 에너지 등 7개 기업이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에 이와 같은 청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서 태양광 장비 제조를 위해 투자한 수십억 달러, 즉 수조 원을 지킬 수 있게 관세를 최대 271.5%로 올려줄 것을 상무부에 청원했다는 것이다.
세계적 태양광 기업 7곳, 아시아 저가 제품 관세 부과 요청
한화큐셀 등 7개 기업이 지목한 아시아 4개국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지만, 사실은 이 4개국에 생산시설을 마련해 놓은 중국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이 수입되고 있어 이들의 요청은 중국산 제품 수입을 막아달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 4개국에서 수입되는 물량은 미국이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의 80%를 차지하며, 지난 1년간 수입액은 125억달러(17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블룸버그는 집계했다.
이와 관련, 미국 태양광제조 무역위원회는 “아시아 4개국에 공장을 둔 중국 기업들이 생산 원가보다 낮은 가격의 패널을 미국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로 인해 가격이 50% 이상 폭락하여 미국산 제품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몇 주 동안 청정에너지 제품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이 무역 구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인 기후변화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미국에서 청정에너지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청정에너지 사업 옹호 단체인 E2가 추적한 프로젝트에 따르면 2022년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태양광 기업들은 약 13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40개가 넘는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큐셀 역시 올해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한화 3조2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태양광 투자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유럽 태양광 제조업체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화큐셀 등 청원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에 해외 보조금의 영향을 상쇄하고 제품의 가격이 공정한 시장 가치로 책정될 수 있도록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로이터는 “무역 소송은 약 1년간 지속되겠지만, 상무부가 상계 관세의 경우 약 4개월, 반덤핑 관세의 경우 6개월 이내에 예비 판결을 내리면 즉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균형 잡기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산 태양광 장비에 관세를 부과해 왔으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해외산 패널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미국은 작년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무역 소송의 대상이 된 동남아 4개국에서 제품을 완성한 일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에 대한 수입 관세를 확정했지만, 1년 전인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 차질을 우려한 프로젝트 개발자들의 압력으로 인해 해당 관세를 2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이 면제는 올해 6월에 만료되는데, 백악관은 이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양면 패널 수입에 대한 면세도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무역 구제 조치는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청정에너지의 보급을 장려하려는 바이든 정부에게는 섬세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태양광 제품 제조사들과 달리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비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값싼 수입품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세에 반대해 왔다.
실제로 개발자와 설치업체를 회원으로 둔 4개의 청정에너지 무역 단체는 이날 새로운 청원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단체들은 성명에서 “오늘 제출된 청원은 미국 태양광 산업에 시장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국내 태양광 공급망 구축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4개 단체는 태양광에너지산업협회, 미국청정전력협회, 미국에너지연합, 미국재생에너지협의회다.
관세 부과 자제하는 유럽
저렴한 태양광 제품 수입과 자국 태양광 업체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건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으로 자국 업계가 고사 직전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까다로운 문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은 기록적인 속도로 새로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지만 패널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에서 수입하고 있어 유럽의 패널 제조업체는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생산을 줄이거나 미국으로 투자를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유럽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를 돕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수입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중국산 저가 패널 수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강수를 두지는 않고 있다.
23개 EU 회원국 지도자들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에너지 위원회에는 지난 16일 자금 조달 기회와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블록 내 불공정 경쟁을 해소할 것을 약속하는 태양광 헌장에 서명했지만, 무역 관세나 태양광 패널 수입 제한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
유럽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은 EU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무역 보호 조치를 고려해줄 것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각국 정부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 공급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가 유럽의 빠른 청정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관세 부과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부품의 대부분, 즉 95%는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유틸리티와 패널 설치업체는 일반적으로 수입 제한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EU는 대신 유럽 청정 기술 제조업체가 해외 공급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중국 보조금의 개별 사례를 조사하는 등 보다 타깃화된 조치를 취해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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