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상품과 관련한 발언을 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순위 김병주 기자] 이미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가운데, 김주현 위원장이 직접 나서 ‘수익만을 노린 상품’, ‘상식 밖의 행동’ 등 강한 어조로 은행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업권 및 시장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내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최초 출시한 SC제일은행을 포함해 업계 내부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상품을 출시했을 뿐인데, 마치 은행들을 싸잡아 ‘이익에 눈이 먼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 ‘날 선 비판’한 김주현

1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금융에 대한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오지 않았어야 하는 상품”이라며 이를 출시한 은행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은행권에 가계대출 급증의 책임을 사실상 떠넘기고 있다’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50년 만기 주담대는) 상식에 맞지 않는 상품”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를 포함한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고 연령제한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정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로 인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은 사실상 은행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그동안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했었던 국내 은행 가운데 총 6곳(광주‧대구‧수협‧신한‧카카오‧SC제일)은 현재 50년 만기 상품 이용 가능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한정해 공급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 역시 내일(13일)부터 ‘만 34세 이하 공급’을 골자로 한 연령제한 조치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5개 은행(하나‧NH농협‧IBK기업은행‧부산‧경남)은 50년이었던 만기를 이전 수준인 40년으로 축소하는 방식을 통해 사실상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공급을 중단했다.

이처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공급했던 거의 모든 은행은 각각 연령 제한 조치를 적용하거나, 아예 대출 만기를 기존 40년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기존 상품의 공급 중단을 선택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은행권에서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다주택자‧60세 이상에게도 대출을 해줬다”라며 “이는 사실상 대출을 확대해 수익을 늘리겠다는 목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방적인 공급? 은행권은 ‘부글부글’

무엇보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가 사실상 은행권의 일방적 결정이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었다.

지난 국감에서 김주현 위원장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금융사와 사전교감이 없었다는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아는 바로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보험상품의 경우, 별도의 승인 절차가 있지만 은행 상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이같은 절차가 없다”며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은행권과 사전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나눈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마치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가 은행권의 정상적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독단적 행동으로 읽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발언처럼 보험사 상품의 경우 당국으로부터 심사 및 승인 절차를 거친다. 현재 보험사 상품의 경우 ‘보험상품심사기준’에 따라 △보험계약자 보호 여부 △표준약관 위배 여부 △보험료‧해약환급금 등의 적합한 산출 및 적립 여부 △생보‧손보 간 겸영 제한 위배 여부 등을 기준으로 상품 출시 전,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반면, 은행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도의 허가나 승인 절차를 거치지는 않는다. 다만, 은행 상품의 경우 통상적으로 금리 및 유동성 관리 등의 차원에서 ‘선(先) 출시, 후(後) 관리‧감독’의 기조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은행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책금융기관에서 공급하는 상품의 기조를 고려해 상품이 설계된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50년 만기 주담대 역시 결국 은행권 상품보다 앞서 출시된 ‘50년 만기 정책금융상품’을 사실상 따라간 것이라는 게 은행권 내부의 입장이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은 소득이 적은 청년층의 상환 부담을 줄이고 주담대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7월 50년 만기의 주담대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출시한 바 있다.

또 올해 1월에는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를 포함한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했다. 해당 상품 역시 만기는 최장 50년(만 34세 이하 및 신혼부부)으로 설정됐다.

국내 은행권 중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SC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출시 당시부터 만기 시 차주 연령제한을 두고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라며 “무엇보다, 당행 역시 지난해 주금공이 출시한 주담대 상품의 만기 기간(50년)을 준용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했던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지난해 상당수 은행이 ‘차주의 상환 부담 경감’이라는 동일한 이유로 대출 만기를 기존 30년에서 최장 40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며 “그때는 ‘사전협의’ 등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던 당국이 지금은 대출이 늘었다는 이유로 은행을 비상식적 집단으로 몰고 가는 건 상당히 억울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