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고금리가 ‘뉴노멀’, 즉 새로운 기준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진원 객원기자] 미국에서부터 독일, 심지어 일본 채권시장에 이르기까지 블룸버그 말마따나 연초에만 해도 ‘사실상 생각할 수 없었던(almost unthinkable)’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자산 배분 책임자인 페데릭 도너드는 블룸버그에 ”지난 몇 달 동안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고 중앙은행이 매우 비둘기파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 주류였는데 이것이 잘못임이 드러났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하락할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겠지만, 초저금리 체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르는 국채 금리, 흔들리는 증시
국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10년물과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806%와 4.950%를 각각 찍었다. 그러자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1% 이상 급락 마감했다.
유로존 지역의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도 지난주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인 2.98%까지 오르면서 3% 돌파를 앞두고 있고, 일본 국채도 3분기 중에 25년 만에 최악의 매도세에 시달렸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장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오랫동안 고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달 20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당분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루이스 데 긴도스 ECB 부총재는 2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지 머니’ 시대의 종말
일각에서는 현재의 국채 금리 상승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어쨌든 천문학적인 돈을 동원해 국채 매수에 나오면서 시장을 왜곡했던 중앙은행들 때문에 생긴 ‘이지 머니(easy money)’ 시대 이전으로 시장이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이지 머니란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면서 조달 비용이 낮아진 자금을 말한다.
문제는 고금리가 모기지 대출 금리에서부터 학자금 융자와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기업 실적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부담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고금리는 궁극적으로 경제와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CNBC에 ”제로 금리를 전제로 하는 경제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5%를 향해 이렇게 빨리 움직이면 그로 인한 파급 효과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계산법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자본 비용이 상승하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더 높은 이자율로 재융자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금리가 익숙했던 경제...내려갈 기미 안 보이는 고금리
사실 미국 국채 10년물 기준 5% 수준의 금리는 금리가 7% 부근에서 움직이던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누구나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저금리 시대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시장이나 사람이나 기업이 갑작스러운 고금리 시대에 적응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소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들은 이미 고금리 여파를 혹독히 체감하고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36% 이상이 3분기 중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과거 경기 침체기에 일관되게 나타났던 수준에 해당한다.
고금리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 국채 수익률은 당분간 하방경직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외에도 각종 요인들이 고금리 유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국채의 매수 메리트가 약해지고 있다는 게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에 자료를 보면,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서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약 17%, 즉 1,750억 달러(약 240조 원) 감소하는 등 외국인 매수자들이 미국 국채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게 확인됐다.
여기에 연준도 2022년 6월 만기 국채 수익금 재투자를 중단한 이후 미 국채 보유액을 8,000억 달러(약 1,100조 원) 이상 줄였다.
동시에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미국의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육박하고, 순 금융 비용은 올해 총 6,630억 달러(약 902조 원)에 이어 내년에는 7,450억 달러(약 1,013조 원)로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29일 자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4분기에 ‘수많은 역풍’에 직면해 있어 연준이 긴축을 끝낼 가능성도 있어 국채 수익률이 정점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수익률 상승을 이끈 기술적 요인이 아직 유효하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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