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부채꼴 모양의 실루엣이 90도 회전하더니 폴더블폰으로 변한다. 동시에 스마트폰 아래에 뜨는 한글로 '언팩'이라는 글씨가 떠오른다.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26일 서울에서 갤럭시 언팩을 개최한다. 이번 언팩은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만큼, 기존 행사와 차별화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글로 '언팩'…서울 명소 글자 디자인으로 녹여
6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공식 초대장을 국내외 미디어에 발송했다. 8초 분량의 영상으로 제작된 초대장은 한국적인 미를 강조했다. 그동안 영어로 'Galaxy Unpacked'라고 표기했지만, 이번엔 한글로 '언팩'이라고 새겼다. 글자 역시 남산 서울타워와 경복궁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입혔다.
갤럭시Z플립5에 대한 단서도 담겼다. Z플립5의 경첩(힌지)과 디스플레이에서 빛이 나오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보 유출가(팁스터)와 외신 등은 Z플립5의 힌지가 개선되고 전면 디스플레이 크기가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초록·파랑·보라 등으로 변하는 빛은 Z플립5의 색상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성장 폴더블폰…너나없이 '눈독'
갤럭시 언팩은 삼성전자를 글로벌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데 톡톡히 역할했다. 2010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갤럭시 언팩을 개최했던 것도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더욱이 하반기 갤럭시 언팩은 의미가 크다. '경쟁자' 애플을 향한 선전포고의 성격을 띄고 있어서다. 언팩 이후 양사는 공식 SNS를 통해 신경전을 벌일 정도다.

삼성전자의 유턴은 폴더블폰 원조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폴더블폰이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1분기에도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덕분에 보릿고개를 넘겼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이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MX·네트워크사업부에서 3조9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적자를 메웠다. 본격적인 반도체 업황 개선이 연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폴더블폰 판매량을 끌어올려 DS 실적을 상쇄해줘야 한다.
다행히 폴더블폰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55% 늘어난 198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매년 폴더블폰 판매량을 늘려왔던 기세를 이어간다면 매출 상승은 물론, 프리미엄폰 시장에서의 입지가 넓어진다.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폰 시장은 경기 침체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는데, 삼성전자는 큰 혜택을 보지 못했다. 신흥 시장을 겨냥해 중저가폰을 많이 파는 전략을 구사해서다. 실제 올 1분기 500달러 이상 스마트폰 판매량 1~4위는 애플이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S23 울트라가 5위에 머무른 것과 대조적이다. 폴더블폰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도 느긋하게 있을 수 없게 됐다. 폴더블폰 점유율이 떨어진 까닭이다. 오포(21%), 화웨이(15%) 등 중국 제조사들이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내놓고 폴더블폰 시장에 침투한데다 '혈맹' 구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모토로라까지 폴더블폰 경쟁에 뛰어든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점유율은 45%다. 폴더블폰 출시 초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우리가 원조" 방어 나선 삼성전자
매년 8월 뉴욕에서 열리던 언팩을 서울로 옮겨온 것도 추격자를 의식해서다. '원조'임을 강조해 폴더블폰 왕좌를 지키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격차가 컸던 폴더블폰에서도 조금씩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며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강점, 다시 말해서 '폴더블폰 원조'임을 환기시켜 주도권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언팩 행사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삼성동 코엑스와 광화문 서울광장에서 동시에 행사를 진행한다. 코엑스에서는 본행사가, 서울광장에서는 행사 생중계와 특별공연이 열린다.
두 곳으로 행사를 나눈 데에는 서울과 강남의 이미지를 100% 활용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 700년 이상 수도라는 역사성, 혁신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ICT 기술력을 부각시켜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폴더블폰 사용자가 많은 점도 한 몫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국내 전체 스마트폰 중 폴더블폰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6%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폴더블폰 신제품에 대해 한국에서 열렬한 반응을 끌어내면 해외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테스터베드로 역할하고 있다"며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높아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이야기가 글로벌 브랜드 사이 공식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언팩에서는 폴더블폰 2종과 스마트워치, 태블릿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Z폴드5와 Z플립5 모두 두께, 무게가 줄어들고 물방울 힌지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방울 힌지는 화면 주름을 최소화하면서도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맞닿게 해준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갤럭시에 최적화한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탑재하고, 세대 IP58 등급의 방수방진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Z플립5는 전작과 비교해 사용성과 디자인 모두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Z플립5의 전면 디스플레이는 전작(1.9인치)의 2배에 가까운 3.4인치까지 커진다. 폰을 열지 않고도 앱을 구동시킬 수 있는 기능을 넣어 편의성을 제고할 것으로 외신들은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Join the flip side(플립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거리 홍보를 기획 중이다. 애플 출시 전 초반 판매량을 바짝 끌어올리기 위한 노림수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애플의 아이폰은 '색깔만 바꿔도 팔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충성도가 매우 높다"며 "맞대결을 하면, 삼성전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떼문에 초반 판매량 진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라이브 뷰잉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오후 7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당일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체험존을 마련한다. 언팩 당일은 밤 10시, 다음날부터 30일까지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된다. 같은 기간 갤럭시 탭 투고 라운지(To-Go Lounge)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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