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지난달 미국의 일자리 상황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 기업들의 감원은 지속되고 있다. 기술 기업에서 시작돼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진원 객원기자]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 등 경기둔화 신호들이 나오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기업들이 경비 절감을 위해 감원에 적극적이다. 다만 애플은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뒤 "감원은 최종 수단"이라며 대규모 감원 계획이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문가들의 전망(18만 개 증가)과 달리 25만3,000개 늘었다. 이는 3월의 16만5,000개를 넘는 성적이다. 실업률은 3.4%로 3월의 3.5%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주에도 쇼피파이와 모건스탠리 등이 잇달아 감원을 발표하며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전자상거래 업체인 쇼피파이는 4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전체 인력의 20%를 줄이고, 물류 사업을 매각한다고 통보했다.

이보다 이틀 전 모건스탠리 역시 새로운 인력 감축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2일 복수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서 “모건스탠리의 고위 경영진이 2분기 말까지 전 세계 인력의 약 3,000명을 정리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금융 자문과 그들을 지원하는 인력을 제외한 전체 인력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말부터 '감원에 또 감원'

지난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와 트위터를 시작으로 올해 구글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결정했다. 메타는 지난해 1만1,000명을 해고한 지 3개월 만인 올해 3월에 1만 명을 추가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는 5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줌 같은 대형 기술 기업들의 주도로 시작된 기술 분야 감원이 이제 스타트업까지 확산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들도 암호화폐에서부터 기업용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Software-as-a-Service)’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막론하고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술 기업들이 감원을 주도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을 포함해 다른 분야로도 감원이 확산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같은 날 기술 기업 외에도 갭, 페덱스, 웨이페어(Wayfair·온라인 가구배송) 드롭박스(Dropbox·클라우드 저장 서비스), 3M, 리프트(Lyft·차량공유) 등 수십 곳이 넘는 기업들이 올해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거나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가 시작된 후 미국 기업들의 감원 상황을 추적 중인 사이트인 Layoffs.fyi에 따르면 미국 기술 기업들은 올해에만 현재까지 18만,70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는 코로나19가 터졌던 2020년 3월부터 12월 사이 해고된 8만 명의 두 배 이상 많은 숫자다. 2021년에는 총 1만5,000명이 다니던 직장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감원 바람이 이어지고 있지만 애플은 감원을 자제하겠다고 밝히며 빅테크 감원 바람에 뛰어들 생각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4일 "대량 해고는 최후의 수단(last resort)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감원과 선 긋기에 나섰다.

쿡 CEO는 ”감원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당장은 어떠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며 "채용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채용률을 낮추고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애플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다른 경쟁사보다 보수적인 채용을 진행한 게 이처럼 경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감원을 피할 수 있게 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애플 직원 수가 약 20% 정도 늘어난데 그친 반면에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메타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에만 직원 수가 60%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