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 시장의 기대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14조12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6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진 건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회사의 현금창출원이자, 그룹의 사업을 지탱하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서 4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다. 전후방산업에 두루 영향을 받는 반도체의 부진은 가전·슬롯머신 무료게임·스마트폰 판매가 줄었들고 IT 인프라와 같은 대규모 투자 역시 매우 보수적으로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부의 실적도 썩 좋지 않았다. 다만 상반기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3의 선전 덕분에 전사 영업손실은 간신히 막았다.
'금융위기보다 어렵다' 수익성 급감
삼성전자는 27일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63조7454억원, 영업이익 640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8.05%, 95.47%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9.54%, 영업이익은 85.13%나 빠졌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6.10%, 전분기 대비 94.04% 적은 1조5746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영업이익율이 한 자릿 수에 머물렀다.
이는 시장의 전망보다 부진한 실적이다. 이달 초 금융정보업에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64조2012억원, 1조1억원이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전망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이유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경기 침체로 전자·IT 수요가 감소한 데다, 완제품 소비까지 줄었다. 이에 반도체 수요보다 공급이 웃돌며 재고가 쌓이고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을 끌어내렸다. 지난달 8Gb DDR4와 128Gb 낸드 고정거래 가격은 1.81달러, 3.93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보다 46.9%, 18.3% 떨어진 셈이다.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쳐 반도체 사업은 고전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1분기 매출 13조7300억원,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49%가 급감했고 8조45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DS 부문 실적을 책임지는 D램 실적이 악화돼서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을 통해 "D램의 1분기 비트그로스는 10% 초반 정도 하락했다"며 "평균판매가격(ASP)도 10%중반 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20조 900억원) 대비 56%나 급감했는데, D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커진 점도 DS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슬롯머신 무료게임·가전도 우울…갤럭시S23 '구원투수'
다른 사업의 성적도 우울했다. 영상기기(VD)·가전과 MX·네트워크를 합친 DX 부문은 매출 46조2200억원, 영업이익 4조210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4%, 7.7% 감소했다.
계절적 비수기와 경기 침체 영향, 물류 인프라·인건비 등의 비용 부담으로 슬롯머신 무료게임와 생활가전 모두 좋지 않았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운영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일부 개선했지만, VD·가전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3%나 빠졌다.
이재용 회장이 수주전을 이끌었던 네트워크 사업부도 투자 속도 조절로 북미·서남아 등 주요 해외 시장 매출이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매출 6조6100억원, 영업이익 7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1조8200억원)과 비교하면 17%, 28.4% 적다. QD-OLED 출시로 대형 패널에서의 적자 폭을 줄였지만 중소형이 발목을 잡았다. 폴더블·플래그십 판매가 증가했으나,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의 90% 가량은 중소형 패널이 책임진다.

구원투수로 역할을 한 건 MX사업부였다. MX·네트워크 사업부는 매출 31조8200억원, 영업이익 3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96.6%가 MX에서 나온 만큼, 영업이익 대부분이 모바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가 주효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갤럭시S23은 출시 초기 유럽·인도·중동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전작을 뛰어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에서도 출시 47일 만에 100만대를 넘겼다. 특히 갤럭시S23은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 비중이 60%에 달해 매출과 수익성 개선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상무는 "나이토 그래피 카메라·게이밍 성능이 호평 받아 프리미엄 시장에서 수량과 금액이 모두 성장했다"며 "프로세스 운영 효율화가 더해져 매출 성장은 물론, 두 자릿수 수익성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전장사업의 호조도 나름의 성과다. 하만은 매출 3조17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9%, 30% 증가했다.
2분기가 고비…반도체 수익성 향상에 집중
문제는 2분기다. 갤럭시S23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어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모바일 판매량과 ASP가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위축 속에 슬롯머신 무료게임도 한 자릿수 중후반대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생활가전의 경우, 철판·레진 같은 원자재 시황 턴어라운드로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는 DS 적자 규모가 커져 2분기 전사 영업손실을 낼 가능성을 제기한다.
삼성전자는 DS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재고 건전화를 유도하기 위해 단기적 감산을 추진한다. 김재준 부사장은 "중장기적으로 고객 수요 변동에 대응할 물향이 충분히 확보된 품목에 대해선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며 "레거시(범용) 제품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1분기부터 시작된 라인 최적화로 감산 규모는 훨씬 더 의미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부가제품을 강화해 수요를 촉진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극자외선(EUV)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 고용량·고성능 솔루션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관련 산업 성장에 맞춰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메모리반도체 실적을 일부 만회하기 위해서다.

D램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전환에 맞춰 차세대 제품군을 넓힌다. DDR5·LPDDR5x 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김 부사장은 "연내 10나노급 5세대(1b) D램 기반의 32GB DDR5를 양산한다"면서 "HBM2·HBM2e을 이미 주요 고객사에 공급해왔고 8단 16GB·12단 24GB HBM3도 양산 준비를 끝냈다. 하반기엔 차세대 HBM3p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낸드는 모바일용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 김 부사장은 "8세대 공정의 512GB V8 낸드를 2분기 중 선보일 예정"이라며 "솔루션에서도 업계 최초로 엔터프라이즈와 DC 서버향 PCI Gen5를 위한 전 제품군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 처리량과 속도를 끌어올리는 CXL 솔루션 기반 메모리를 다각화하기로 했다. CXL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 용량별 CXL 2.0 메모리를 연내 출시하고, SSD도 개발 중이다.
시스템LSI는 자체 설계 역량 강화와 신규 응용처 확대를 지속한다. AMD와 그래픽 지식재산권(IP) 전략 파트너십을 확대해 엑시노스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향상시킨다. 엑시노스가 갤럭시 전 모델에 탑재할 수 있게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전장용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NTN 통신 모뎀 상용화, 센서·디스플레이구동칩(DDI) 강화도 추진한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은 선단공정 기반의 맞춤형 생산능력을 높인다. 고용량 메모리 집적 기술인 8단 HBM3 2.5D 패키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모바일·HPC·오토모티브·사물인터넷(IoT) 등 응용처별 솔루션을 확보한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3나노 2세대와 2나노 공정은 예정대로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3나노 프로모션도 이어간다. 정기봉 파운드리사운부 부사장은 "모바일과 HPC 분야에서 수주가 이뤄져 테스트칩을 제작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1위 TSMC와 격차가 좁히고 인텔의 수주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술 경쟁력 향상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선단공정 전환을 위한 투자는 이어진다. 1분기의 경우, 10조7000억원을 집행했는데, 올 한해 동안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다. 현재 평택사업장의 P3와 P4를 중심으로 클린룸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리드타임이 긴 인프라를 먼저 준비해야 안정적 공급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황에 따라 설비투자는 탄력적으로 집행한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한다. 메모리 공정이 미세화돼 선단공정 개발 난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R&D 투자액은 6조58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중요 사업 변수로 떠오른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서병훈 IR 부사장은 "칩스법 인센티브에 대해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서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러한 절차에 동참하는 동시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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