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상현 기자] 당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가 금융투자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간 입장 차이로 제도 시행 자체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금투세 시행 시점을 오는 2025년으로 2년 연기하겠다는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상현 기자] 업계 내에서도 금투세 도입을 놓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새로운 법안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해오던 증권사들은 가이드라인의 부재와 진행 여부의 불확실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정책 시행에 대해 정부의 확실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세의 시행 시기를 놓고 여야, 정부, 증권업계, 투자자들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시장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측과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투세 시행이 필요하다는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번 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1년에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낸 투자자에게 과세표준 3억원 이하에는 22%, 3억 원 초과에는 25%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만약 금투세를 적용해 세금을 매길 경우, 세금이 2020년 양도소득세 세수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금투세는 여·야의 2020년 세법 개정 결정과 함께 2023년부터 집행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유예하겠다는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여당은 정부의 안에 동의하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개정안에 반대하며 유예없이 계획대로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투세 유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측은 ‘조세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금투세가 손실과 이득을 합쳐서 세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익이 생길 때마다 세금을 적용하는 기존 법보다 ‘소득이 있을 때만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더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금투세 강행론자들은 유예 결정이 자칫 국내 자본시장의 신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반면, 유예가 필요하다는 이들은 금투세 시행으로 주식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금투세까지 도입하면 국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정법안에 따라 채권 수익까지 세금을 매기게 되면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세금이 늘어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책 시행 시 투자자들의 이탈로 증권시장의 위축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금투세 시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형 증권사에 비해 투자 선택지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금투세 강행이 자칫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상당수 중소형 증권사들은 금투세의 기본공제 제도의 영향으로 상당수의 투자자금이 대형 증권사에 쏠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공제 제도란 증권사별로 공제받을 금액을 미리 신청하는 것을 일컫는다. 만약 기본공제를 신청하지 않은 증권사에서 수익이 날 경우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제도다.

이럴 경우, 중소형 증권사에 비해 투자 상품을 많이 운용하고 서비스 안정성이 담보된 대형증권사에 기본공제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증권업계 전반에서는 당장 내년까지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금투세 시행 자체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투자 상품에 금투세가 매겨질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으면서 설사 예정대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업계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 내의 빈부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서 수익에 따른 세금 부여 정책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새로운 세금 정책의 경우, 지속적인 조정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데 거기에 따른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및 구체적인 정책 시행 시기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