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LG유플러스가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을 선언했다.

[변윤재 기자]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를 내걸은 KT, 인공지능(AI) 컴퍼니를 선언한 SK텔레콤에 이어 신사업에 소극적이었던 LG유플러스도 통신사 색깔 빼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4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웹 3.0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발굴해 제공하겠다는 것. 이용자의 선호도가 높은 분야별로 가입자 중심 서비스 전략을 추진해 2027년 비통신 매출을 40%까지 확대하고, 기업 가치도 12조원까지 성장시킨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청사진이다.

라이프스타일은 기존 유무선 통신과 결합할 수 있는, 일상 서비스에 무게를 뒀다. 이용자의 생활방식, 취향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만 골라 구독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7월 출시한 맞춤형 구독 플랫폼 유독이다. 이용 빈도수가 높은 쇼핑, 교육, 배달, 유아, 반려동물, 여향, 건강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2027년 가입자 700만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성장케어와 놀이는 콘텐츠에 방점을 찍었다. 아이돌플러스 등 팬덤에서 인기를 끈 콘텐츠에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같은 신기술을 접목하거나, 육아·교육 관련 정보를 한 데 모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한다. 웹 3.0은 미래 기술 연구개발(R&D)과 이를 활용한 사업모델 발굴을 맡는다.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플랫폼 가입자 확보를 위해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메타버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게 된다.

LG유플러스가 신사업의 플랫폼화에 나선 이유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객 가치 경영과 무관치 않다. 구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워크숍에서 “사업 목표에는 고객가치 측면의 의미와 목적성이 같이 담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비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때 매출·점유율 등 외형적 성과는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플랫폼화는 통신사로서 쌓은 사업 경험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황현식 사장이 ”고객 경험을 혁신하려면 고객을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듯 이용자의 패턴을 읽는 게 중요하다. 이때 유무선 사업을 통해 축적된 이용자 데이터는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때문에 비통신 분야를 집중 육성 중인 KT, SK텔레콤도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플랫폼은 기차 승강장처럼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며 ”가장 본질적인 기능, 사업의 핵심 기능을 구심점으로 삼기 때문에, 유·무형의 서비스를 얼마든지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처럼 사업 자체를 중심에 놓을 경우, 부문별로 중복되는 사업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나 콘텐츠를 주축으로 한다면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군, 고객군에 따라 특화된 시장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업의 확장성과 경쟁력, 신속성을 담보하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 KT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기술을 중심에 놓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사업을 붙여 나가고 있다. KT클라우드와 KT스튜디오지니처럼 분사를 하거나 각각의 상품과 서비스를 특화시키는 중이다.

KT가 플랫폼으로 방향을 튼 데에는 사업 구조의 영향도 크다. 공기업에서 출발한 KT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사업 영역이 광범위하다. 금융, 호텔 등 통신과 연관성이 있을 법한 사업들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민영화 20주년을 맞았지만 꽤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KT의 수장은 오너 경영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업을 재편하기엔 한계가 있다. ‘디지털 전환’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최적화하되, 내부 교통정리와 사업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핵심 기술의 활용방식에 따라 신사업들을 플랫폼화 한 이유다.

SK텔레콤 역시 내용면에서 플랫폼화를 꾀하고 있다. 유무선 통신, 미디어, 기업(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AI·메타버스),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도심항공교통·로봇)의 5대 사업부로 재정비한 SK텔레콤은 각각의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은 AI다.

AI는 SK그룹 차원에서도 각별히 공을 들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최태원 회장은 2019년 이천포럼에서 “AI와 DT(디지털 변혁)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혁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AI가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통신 등 그룹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기술이라서다.

더욱이 SK텔레콤은 AI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상용화 가능한 인프라를 보유했다. AI 활용도와 대상 고객에 따라 각각의 사업부를 플랫폼처럼 운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통사들의 플랫폼 전략은 성과는 내면서 효용성이 입증됐다. KT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조58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역대 상반기 성적 중 가장 높다.

특히 구현모 대표의 고민이었던 주가 부양까지 해결됐다. 지난 1월 초만 해도 3만~3만1000원대에 머물렀던 KT 주가는 27%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LG유플러스 주가가 6% 가량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덕분에 지난 8월 KT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2013년 6월 이후 9년2개월 만이다.

SK텔레콤 또한 성장성을 잡았다.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은 8조5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5.9% 늘려 8920억원에 달했다.

신사업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2분기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구독 서비스인 T우주는 상반기 총 상품 판매액(GMV) 2600억원을 달성하며 실사용자가 130만명에 이른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월 이용자 수(MAU) 160만명, 누적 다운로드 수 870만회를 넘어섰다. 초거대 AI 모델과 캐릭터를 활용한 에이닷에 이어 최근에는 대체불가토큰(NFT) 마켓플레이스 탑포트도 공개됐다.

업계에서는 이통 3사가 플랫폼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본업인 통신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서다. 5세대(5G)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산업 특성상 규제가 강하고 매년 유지 비용도 상당하다”면서 ”이통 3사가 주가 부양을 약속한 만큼, 높은 성장세와 사업 확장이 용이한 신사업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는데 플랫폼 전략은 경쟁이 치열한 신사업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