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반도체 협력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미세공정 경쟁력과 직결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변윤재 기자] 14일(현지시간)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뤄터 총리의 만남은 처음은 아니다. 2016년 9월 이 부회장은 한국을 방문한 뤼터 총리와 삼성전자 전시관인 딜라이트에서 만났다. 이 부회장은 당시 직접 안내하며 사업 현황과 주요 제품, 핵심 기술 등을 소개했다.
6년 만에 이 부회장이 뤄터 총리가 마주 앉은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R&D)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네덜라드는 중요한 국가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은 첨단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반도체 핵심장비 중에서도 EUV 노광장비는 ‘금보다 귀한 몸’이다.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중국·일본·유럽 등이 공급망 유치 경쟁을 벌이는데다, 반도체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EUV 노광장비 수요가 폭증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연간 생산량이 40대 수준에 불과한데다, 40% 이상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에 넘어 간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ASML이 48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20대는 TSMC에, 15대는 삼성전자에 돌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당 가격이 2000~300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임에도 확보 경쟁이 뜨겁다.
차세대 노광장비 유치전 역시 벌써 달아오른 상태다. 이르면 2024년 도입될 하이-NA 노광장비 공급을 확정지은 인텔을 비롯해 다른 기업들도 한 대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하이-NA 노광장비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운드리를 포함해 시스템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인공지능(AI)·차세대 이동통신 등 최첨단 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수요가 더 커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정부도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을 목표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인 신분으로 뤼터 총리와 통화할 당시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자고 요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까지 삼성전자가 약속한 시간은 8년이 채 남지 않았다”면서 “국가적으로도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사업인 만큼, 삼성전자의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내실을 다지는 한편, 속도를 올려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나서서 다각적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래 유망 산업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뤼터 총리는 평소 정보통신기술(ICT)·전기차 등 신산업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반도체 이외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 부회장이 기업인은 물론,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럼프·오바마·부시 전 미국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세계적 정·관계 리더들과 교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생태계 확장과 신산업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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